▲ 전국 산란계 농가의 30%에 병아리를 공급하고 있는 경기도 안성 인주부화장이 대기업 물류단지 조성사업으로 존폐 위기에 처해있다.

“부화장을 이전할 부지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안성공도물류단지의 사업 허가가 난다면, 인주부화장은 폐쇄할 수밖에 없습니다. 20년 동안 해오던 종계부화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정원재 인주부화장 상무의 말이다. 국내 산란 병아리 생산의 30%를 담당해온 인주부화장이 위치한 부지에 대규모 물류단지 조성이 계획됨에 따라 폐쇄위기에 직면했다. 인주부화장이 폐쇄되면 수도권 양계농가는 거리가 먼 타 지역으로부터 병아리를 공급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러저런 비용 부담이 가중되는 등 피해가 우려된다.

이마트 안성공도물류단지 건설 계획에 속수무책
수도권 병아리 공급 불편, 병아리 품질도 떨어져 
전국 계란생산 차질 등 연쇄파장 우려 목소리도


▲대기업 물류단지조성에 양계농가 피해 우려 = 2011년 8월 경기도와 안성시, 경기도시공사, ㈜이마트는 안성시 공도읍 진사리 일원에 2082억원을 들여 국내 최대 규모(44만3721m2)의 ‘안성공도물류단지’ 개발을 위한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사항을 살펴보면 ㈜이마트는 사업부지에 2019년 완공을 목표로 유통센터를 짓고, 경기도와 안성시는 부지개발을 위한 인허가 등의 행정절차를 신속하게 지원키로 했다.

하지만 ‘안성공도물류단지’ 개발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이마트가 물류단지의 81%를 차지하는 것으로 밝혀지자 ‘특정 대기업을 위한 특혜’라는 시비가 일며 지난해 경기도의회에서 안성공도물류단지 조성을 위한 경기도시공사의 ‘신규투자사업 추진 동의안’ 처리를 보류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안성공도물류단지 건설 예정 부지에 인주부화장이 위치해 있지만, 이에 대한 이주대책이 세워지지 않고 있다. 인주부화장은 현재 12만수의 산란종계를 사육하고 주간 30만개의 병아리를 부화해 전국 1128개 산란계 농가의 30%인 338가구에 납품하고 있는데, 주변에 양계장이 없어 질병으로부터 자유롭고 안성IC와 인접해있어 병아리 수송이 유리해 최적의 입지조건이라는 평을 받아왔다.

▲부화장 이주가 불가능한 이유=“물류단지 건설에 따른 보상 이득을 얻으려는 게 아닙니다. 우리는 그저 이 자리에서 계속 종계부화업을 하고 싶습니다.”

안성공도물류단지 건설 계획이 세워지자 인주부화장은 경기도와 경기도시공사, 안성시에 이주대책을 마련하거나 현재의 위치에 존치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다. 사실상 이전할 부지가 없는 상태다 다름없기 때문이다. 

안성시 조례에서는 기업형 축사의 가축사육 제한지역을 ‘5호 이상 주거 밀집 지역의 주택 대지 경계선으로부터 배출시설 부지경계선과 가장 가까운 직선거리로 1km 이내 지역’이라고 설정해 놓은 까닭에 부지를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원재 상무는 “안성시가 상당부분 도시화가 진행돼 기업형 축사가 들어갈 자리도 없고 타 시도에서도 기업형 축사가 들어오는 것을 반기지 않는 상황이다”면서 “또 종계부화장은 질병으로부터 안전해야 하는데 근처에 양계장이 자리 잡고 있으면 부지 확보에 제약이 많은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접근성도 문제다. 병아리 품질을 좌우하는 건 빠른 배송인데, 현재의 위치가 안성 IC와 인접해 배송 시간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정원재 상무는 “현재 인주부화장의 병아리가 목포나 제주도까지 배송되는데, 동선이 틀어지면 배송시간도 길어져 병아리 품질이 저하돼 농가가 피해를 입게 된다”라고 말했다.

생산자단체인 대한양계협회 측도 인주부화장의 대책마련이 되지 않자, 계란 공급이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양계협회 관계자는 “인주부화장이 폐쇄되면 수도권 양계농가들은 타 지역에서 병아리를 공급받아야 하고, 또 전국적으로는 계란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는 등 연쇄 파장이 야기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묵묵부답인 행정부처=인주부화장 측이 가장 답답하게 느끼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고 방관하고 있는 관할 지자체다. 인주부화장 측은 업무 협약이 이뤄질 당시부터 관계부서에 이주 대책을 마련하거나 존치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확정된 게 없으니 기다려 달라”라는 대답뿐이었다는 것이다.

이에 정원재 상무는 “시행사인 경기도시공사와 허가권자인 경기도 철도물류과 담당자를 계속 접촉을 했지만, 마땅한 이주 대책을 제시하지도 않고 묵묵부답이라 답답하다”라며 “2011년부터 언제 수용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설투자도 하지 못하고 있어 피해가 너무 크다”라고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와 관련 안성공도물류단지 건설의 허가권자인 경기도 측은 “안성공도물류단지 건설과 관련해 47개 기관이 협의 중에 있고 올 하반기 중에 사업 승인이 날 예정이다”라며 “인주부화장 이전대책과 관련해서는 사업 승인과정에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성시 역시 마찬가지였다. 안성시 관계자는 “현재 별도의 이주대책은 마련된 게 없고, 안성시 조례 중 가축사육 제한지역을 검토하고 있다”라며 “인주부화장 측과 계속 협의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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