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시애틀에서 열린 세계무역기구 제3차 각료회의가 결렬됐다. 각료회의에 참석한 국가들은 농산물 등 핵심 쟁점 분야에 대한 이견을 좁히고 최종문안 작성을 위한 막후 작업에 들어갔지만 결국 막판에 최종합의에 실패한 것이다. 이번 협상에서 가장 큰 쟁점은 농산물수출국과 수입국간의 수출보조금 처리문제와 선진국과 개도국간의 노동 및 반덤핑분야였다. 이중 농산물분야협상은 수출보조금을 제외한 나머지 사안은 거의 타결됨으로써 내년 1월부터 시작되는 농업협상에서 그대로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번 협상에서 우리측이 농산물 시장을 즉시 공산품 수준으로 개방하자는미국의 요구를 일단 저지하고, 식량 안보를 내세워 농산물의 비교역적 기능을 확인한 것은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쌀 시장 추가개방 문제는 WTO 협정문에 명시된 바와 같이 이번 협상에서는 의제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2004년에 재협상한다는 원래의 규정을미국, 호주, 남아공 등 쌀과 관련된 국가들이 여러 차례 모임에서 공식적으로 확인해 준 계기가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제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자세와 더불어 앞으로 재개될협상에 철저한 대비가 요망된다. 추가적 관세인하와 정부보조금 삭감을 위한 이해 당사국들의 공세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이며, UR 협정에서 2004년까지 쌀의 관세화를 유예 받았지만 이후에도 관세화 유예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치밀한 협상전략이 요구된다. 앞으로 있을 협상에서 수출국들의 공세적 입장에 밀릴 경우 우리 농업,농촌, 농민들은 다시 한번 실의에 빠져 어려움에 봉착될 것이다. 지난 UR협정 타결이후 많은 농가들이 아직도 부채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수입농산물의 관세를 대폭 인하, 국내에 들여올 경우 더욱 큰 피해가 우려된다. 정부는 향후 협상에서 최선의 노력을 경주, 수출국들의 급속한 시장개방압력에 적극 대응해 나가겠다고 하지만 많은 부분에서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부분은 이번 협상에서 큰 역할을 한 ‘WTO협상 범국민연대’와 같은 NGO가 전열을 가다듬어 다시 한번 역할을 해야할 것이다. 범 국민연대는 그간 활동을 철저히 분석하고 향후 다양한 정보수집을 통해 대응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제 정부는 물론 모든 농민단체, 시민단체 등 국민 모두가 합심해 UR에서의 경험을 거울 삼아 새 시대, 새 천년에 다시 재개될 협상이 굴욕적이되지 않도록 다시 한 번 중지를 모아야 할 때다.입력일자:99년 12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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