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업체 시장점유율 선점경쟁 탓에도 책임 회피…정부에 해결 요구 눈살
정부는 “수급은 시장에 맡겨야” 불구경, 생산자단체도 뚜렷한 대책 없어 


국내 육계산업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 육계계열업체들이 시장점유율 선점을 위해 도계량을 늘린 결과, 현재 육계 가격이 생산비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계열업체들은 시장 실패를 책임지려하지 않고, 정부가 책임져 주기만을 바라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는 계열 외 일반 육계 사육 농가들이 받고 있는 상황이다. 

▲육계산업의 현주소=육계 대닭 기준 kg당 900원. 이는 지난 7년간 5월 평균 가격인 1486원의 60%인 수준이고, 생산비인 kg당 1200원보다 300원이 모자란 가격이다. 이러한 현상은 계열업체들이 점유율 선점을 위해 공급량을 늘리는 등 과열경쟁으로 비롯된 것으로, 그 결과 계열 외 일반 사육 농가들은 육계를 사육해 부채만 남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경기 파주에서 육계 사육을 하는 김명기 씨는 1996년도부터 육계 사육을 했지만, 현재 약 7억원의 부채만 남았다. 김명기 씨에 따르면 현재 현장에서 거래되는 육계 가격은 kg당 700~800원이기 때문에 사육을 하면 할수록 빚이 된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김명기 씨는 “부채 7억원 중 정부에서 빌린 시설투자비 1억3000만원을 제외하면 사료를 사는데 빌린 빚이 이자가 불어나 눈덩이처럼 쌓였다”면서 “사육 초반에는 7만수 가량 사육했지만, 이자를 갚느라 농장을 줄여 지금은 2만5000수밖에 사육하지 못하는데 이마저도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육계계열업체의 도덕적 해이=문제는 2013년부터 공급량을 늘린 계열업체들이 공급 과잉으로 적자가 나고 계열업체와 일반 농가들이 도산했지만, 올해도 공급량을 늘리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육계 도계량은 2013년 7억9115만5000수에서 2014년 8억8532만4000수로 증가했고, 지난해에는 9억6696만5000수를 기록했다. 업계는 올해 도계량이 10억수가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육계업계는 지난해 12억4300만원을 들여 냉동비축 및 병아리 도태를 실시했으나, 짧게는 일주일, 길어야 이주일의 가격방어를 하는 효과밖에 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계업계는 올해도 주먹구구식의 냉동비축과 병아리 도태를 주장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계열업체 소속 농가협의회가 정부에 20억원의 육계 500만수 긴급 수매비축 비용을 요구하고 나서 업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업계의 모 관계자는 “농가협의회의 요구가 순수하게 농가만의 요구가 아닌, 계열업체들의 입김이 들어간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계열업체가 육계 가격 하락의 원인을 제공했는데, 이를 스스로 해결하지 않고 정부에 해결 방안을 요구하는 것은 도덕적 해이다”라고 비판했다. 

▲대책 없는 생산자 단체와 정부=가장 큰 문제는 생산자 단체가 정상화를 위한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고, 정부는 ‘수급을 시장에 맡긴다’라는 정책기조를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계 전문가에 따르면 육계 가격 하락의 원인 제공자인 계열업체가 자구 노력으로 공급량을 줄이면 되지만, 눈치를 보며 줄이지 못하고 있다. 또 생산자 단체는 실질적인 대책이 없는 상태이고, 정부는 책임을 회피한 채 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이와 관련 학계 전문가는 “계열업체, 생산자 단체, 정부는 모두 책임을 회피하고 방관만 하고 있다”면서 “계열업체는 즉시 공급량을 줄이고, 생산자 단체는 구체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하며 정부는 방관이 아닌 적극적인 시장 개입으로 산업 붕괴를 막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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