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분기 농식품 수입액이 전년동기에 비해 4.8% 감소한 71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수출액은 15억달러로 전년동기에 비해 5000만달러 늘어났다. 금액으로만 보면 FTA로 인한 시장개방에 잘 대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두드러지고 있는 것이 수입단가 하락이란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현재의 수입문제는 시장 개방 후 최악의 시나리오로 상정됐던 ‘저단가+수입량 증가’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한마디로 수입 농축산물의 경쟁력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대체소비 측면에서만 봐도 그렇다. 최근 국내 최대 대형유통업체인 이마트가 국내산 쇠고기를 추월해 수입산 쇠고기의 판매점유율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이유는 가격이었다. 한우는 비싸서 소비를 줄였다는 것이고, 수입산은 싸서 소비를 늘렸다는 것이다.

과일류 소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생산량이 평년작을 밑돌았던 감귤이 대표적인 예다. 2014년부터 가격하락을 맛본 감귤은 지난해 생산량이 줄어들면서 가격 반등을 기대했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근년 들어 최하 가격을 기록했던 2014년과 비슷한 상황을 나타냈다. 그만큼 대체가능한 수입과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사실상 빗장이 모두 풀린 상황이라고 봐야 한다. 축산물의 경우 향후 길어야 15년이면 관세율이 ‘0’이 된다. 다른 농산물도 처지는 비슷하다.

하지만 우리의 FTA 대책은 어떠한가? 농업경쟁력 강화차원에서 진행되는 각종 지원은 그렇다 치더라도, 실제 피해를 보전해주는 FTA피해보전직불제도는 한·EU FTA 발효 후 10년간으로 한정돼 있다. 실제 이 기간 동안 경쟁력 재고대책을 마련하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지만 가능여부에 대해서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농업계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수입액이 줄었다고 ‘이정도면 괜찮네’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내용을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이것 정말 심각하다’는 생각을 한번 쯤은 할 것이다. 비오고 바람 부는 어느 날, 이런 생각이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로 까지 확장되어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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