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테마 귀농&귀촌
[유안나의 행복한 시골살이] 비오는 장날이라 좋다
   

어젯밤부터 내린 봄비가 제법 굵다. 집 뒤로 흐르는 도랑물소리도 우렁차고 그동안 가물어서 이끼 낀 도랑을 맑은 물이 깨끗하게 청소해준다. 누군가 청소당번을 정해놓은 것처럼 산 밑으로 들꽃은 피어나고 바위와 돌들은 세수한 것처럼 깔끔해졌다. 도랑에 작은 돌을 들추면 가재를 구경할 수 있다. 늘 그 자리에서 피어나는 노란생강나무 꽃이랑 눈부시게 하얀 조팝나무 꽃 분홍 병 꽃나무, 산 벚꽃까지 누군가 일부러 심어놓지 않았을 텐데 저희들끼리 시간차를 조정해서 피어난다. 골짜기라 그런지 이제야 몇 송이 피어난 산 벚꽃이 화사한 아침이다.

서울 간 남편을 데리러 터미널에 마중 나왔더니 마침 괴산장날이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데도 시장은 만원이다. 우산을 쓴 사람도 그냥 모자를 쓴 사람도 반반이다. 밤에 많이 내리더니 오전에 그칠 모양이다. 가뭄에 단비다. 모종들 밭에 나간 지 얼마 안돼서 자리 잡기에 딱 좋은 봄비다. 할머니 할아버지들 모습이 많이 보인다. 농사 오래지으신 분들이니 절기에 맞춰서 부지런히 일하시고 오늘은 비오는 장날이라 오일장구경 오셨다.

수국 하나 심어놓고 여름내 행복하려고 꽃시장 앞에서 발을 멈추었다. 어머머 세상에나 새댁들이 많을 줄 알았더니 할머니들이 더 많다. 할아버지 손잡고 나오신 할머니께서 꽃을 고르고 할아버지는 화분을 번쩍 받아드는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미래의 우리 모습이다 싶어 한참을 바라보았다. 이미 마음속에 꽃을 심고 가꾸는 예쁜 마음이 있어서 그런지 꽃 앞에 서있는 분들이 꽃처럼 예뻐 보인다.

수국화분 하나 사가지고 돌아오는 길에 오이도 사고 파프리카도 사고 이것저것 집어 들었더니 무거워서 버스에서 내리는 남편을 장으로 불렀다. 덤으로 청양고추 한줌을 얻었다. 손해 안보겠다고 몇 십 원 단위까지 꼬박꼬박 적어놓은 대형마트와는 인심이 다르다. 인심 좋은 총각이 선뜻 오이도 하나 더 집어준다. 오이 하나 고추 몇 개에 어쩜 이렇게 기분이 좋아지는지 아니면 활짝 웃고 있는 보랏빛 수국 덕분인지 발걸음도 가볍게 시장을 구경하며 돌아 나왔다. 꽃무늬 몸빼 바지를 하나 더 샀다. 헐렁하고 부드러워서 쪼그려 앉아서 일하기도 좋고 마당에서 입기에 딱 좋다. 아주 화사한 색으로 골랐다. 지천에 꽃이지만 마을에서는 제일 젊고 이쁜 새댁 아니던가? 이 정도는 입어줘야 동네 어르신들이 말하는 꽃 새댁이라 할 수 있지.

집으로 들어오는 마당 한켠에 수국 심었다. 우리 집에 오시는 분들에게 나보다 먼저 웃고 인사 건넬 수 있도록. 특별히 대문도 없지만 들어오는 입구에 명자 꽃이 너무 붉어서 오가는 동네어르신들에게 매일 인사하고 있었는데 새로 들여온 수국이 한 번 더 깍듯하게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마당에 꽃이 자꾸만 늘어난다. 지난 주말에 잔디를 캐내고 심은 마가렛 꽃이 하얗게 웃고 있고 꽃 잔디는 방석만큼 궁둥이가 커져서 분홍 분홍하다. 데크에 앉아 커피한잔 나누면서 막걸리 한잔 어떠냐고 꼬셨더니 안 넘어온다. 비오는 장날은 일 안해도 좋고 쑥전 부쳐서 막걸리 한잔 하면 더없이 좋으련만 서울에서 친구들과 무리했는지 술을 권하는 마눌에게 손사래를 젓는다. 비가 와서 더 좋은 장날이다.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농어민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테마 많이 본 기사
    여백
    여백
    여백
    추천뉴스
    “농특위 설립 더 늦어지면 공약 공염불” 농식품부, 연내 설립 밝혔지만야당 발목에 법률 제정 늦어질...
    민원 쇄도 태양광발전사업, 해법은/“농촌 주민이 주도…수익은 지역에” 태양광을 이용한 전기발전시설인 태양광발전시설과 관련, 설치...
    농정개혁 첫 공청회 ‘농민 목소리 듣는다’ 19일, 충북지역에서 시작“현장의견 정책반영” 약속농정개혁...
    세계로 뻗어가는 우리 농식품…올해 수출 스타는 "나야 나" ▶일본건강·간편 소비 트렌드로 정착인삼 가공품·떡볶이·죽 ...
    10%→5.1%→9.9%…또 바뀐 '밀 자급률 목표치' 실효성 '글쎄' ...
    평창올림픽 찾은 외국인들, 우리 쌀가공식품 맛에 '흠뻑'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찾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우리 쌀가...
    [경남특집] 네덜란드 혁신기술 집적···BVB 원예배지로 딸기농사 '성공 예약' “고속철도 KTX는 오직 레일 위만을 달리기에 고속주행이 ...
    “도매시장, 신품종 보급 확산 전초기지로” 농진청 원예특작과학원,도매시장법인협회와 손잡고‘현장 평가회...
    제주도, 한파·폭설피해 ‘특별 지원’ 월동무 폐기시 대바피 외3.3㎡당 1680원 추가 노지온주...
    “국민에 사랑받는 양돈산업으로 변화시킬 것” 대한한돈협회 하태식 회장 무허가축사 유예 연장에 주력동물복지형 축산 관련국내에 맞게...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