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자는 농업의 근간이지만 국내에서 재배되는 상당수의 채소와 과일종자가 외국종이다. 또 국내시장이 정체되면서 수출로 활로를 모색하지만 다국적기업과의 경쟁이 쉽지만은 않다. 이에 본보는 지난 18일 전문가 좌담회를 갖고 종자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육종가와 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 이해당사자들의 협력체계구축을 통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와 전문육종인력의 체계적 육성 등을 종자산업 발전과제로 주문했다.


#발제/종자산업육성 정책방향
“육종연구 인프라 구축·로열티 절감”

유망종자 중장기 기술개발 투자
올 8월 민간육종연구단지 입주
수요자 중심 유전자원 수집·평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추진되는 종자산업육성 5개년 계획을 통해 유망종자에 대한 중장기 기술 개발 투자, 육종연구 인프라 구축, 로열티(특허·기술 등의 사용료) 절감 등이 추진되고 있다. 성과로는 사업이전 13명 수준이던 육종전문인력 취업이 38명으로 192%가 늘었고, 올 8월 20개 업체가 입주하는 민간육종연구단지 착공과 흩어진 유전자원 정보를 한 번에 관리하는 통합정보시스템 구축 등 인프라도 확충됐다. 또한 종자수출도 2014년 4000만 달러에서 2015년에는 4700만 달러로 17.5%가 늘었고, 로열티는 2014년 136억 원에서 2015년에는 122억 원으로 10%가 줄었다. 수입에 의존하던 딸기는 국산품종 보급율이 91%다. 또한 우수품종의 증식보급을 위한 기반도 확충하고, 종자채종 농업인수도 2012년 278명에서 2015년에는 1011명으로 늘었다.

미비한 점도 있다.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맞춤형 훈련프로그램 개발 등이 필요하고, 식량작물에 비해 부진한 원예·특용작물의 유전자원 수집 및 평가가 필요하다. 또 2017년부터 2차 GSP(골든씨드프로젝트)계획에 들어가는데, 종자기업을 중심으로 성과가 귀결될 수 있도록 개편할 필요도 있다. 로열티 대응사업단도 약용작물 등 보급률이 낮은 작물을 중심으로 재편해야 한다. 육묘산업의 시장규모가 커지는 것에 대응하고, 종자검정 등의 근거마련을 위한 법 개정도 필요하다.

올해는 종자산업 육성을 위한 인적기반 구축, 수요자 중심의 유전자원 수집 및 특성평가 강화, 유전자원 공급 서비스 내실화 등을 추진하고 있다. 또 종자개발 및 사업화 지원을 위한 민간육종단지 운영기반을 조성하고, GSP사업을 통한 신품종 육성에도 속도를 내고, 수출 및 수입대체 목표달성을 위해 연구체제 개편 등을 추진 중이다. 종자업계의 역량 강화를 위해 열심히 정책을 추진하겠다.
 

 

국가연구시스템 구축, 국가 차원의 총괄기획조정·연계시스템 필요
전문육종인력 체계적 육성·해외시장 개척할 마케팅 인력 확보해야
수출대상국 기호 파악…유전자원 활용 내병성 강화 등 품질 개선


#종자산업 진단

▲정문기=2016년 종자산업육성 시행계획을 중심으로 정책방향을 들었다. 종자산업이 처한 현실부터 짚어보자.

▲박기환=세계 10대 종자기업의 시장점유율이 1996년 14%에서 2014년 75%이상으로 높아졌는데, 우리나라 점유율은 1%수준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인수합병과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 점점 더 독점화되고 있다. 국내시장은 식량·과수를 포함해 9000억원 대다. 종자산업 육성은 채소종자 중심인데 종자협회 회원사기준, 2015년에 2100억원을 넘었다. 종자시장이 축소되면 결국 농업자체가 위축될 수밖에 없지만 현 상황이라면 국내시장은 신품종 출시로 가격이 오르거나 농가의 자가 채종을 대체하는 수준에서 성장할 것이다. 배추, 고추, 무 등 채소의 재배면적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정부가 종자산업의 중요성을 재인식하고, GSP 등 여러 정책을 투입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이를 통해 종자수출이 늘고, 기능성종자가 추가로 개발되면 시장이 확대될 가능성은 있다. 일단은 정책이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한다.

▲강병철=제한된 인력과 예산으로 종자산업을 발전시키고 글로벌 종자회사와 경쟁하기 위해 국가연구시스템의 구축과 함께 국가차원의 총괄기획조정 및 연계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정부가 국책사업을 통해 종자산업을 육성하고, 김제 씨드밸리를 통해 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적절한 정책이다. 그러나 영세회사의 난립은 문제다.1~2명의 구조로 수준 높은 품종을 만들거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민간육종가들이 협력해 컨소시엄 또는 합작회사를 만들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중견기업은 더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중소중견기업 지원제도인 ‘월드클래스 300’(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R&D, 전문 인력, 자금, 해외 마케팅 지원 등을 패키지로 지원하는 제도)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박동복=항암배추를 수출하기 위해 외국에 갈 때 마다 비용이 많이 든다. 그런데 항암배추를 중국의 인터넷전자상거래 포털사이트인 ‘알리바바’로 검색하면 나오지 않아서 사비를 들여서 올렸다. 중국을 공략하려면 중국의 농민과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지원을 해야 한다. 종자산업도 경향을 읽어야 한다. 미래를 보는 눈이 있어야 한다. 1990년대부터 100여개 국가를 다녔는데, 이제는 ‘양’이 아니라 ‘질’ 중심의 농업이라야 한다는 판단에 기능성 배추를 만들었다. 기존 GSP가 연구중심인데, 판매중심으로 바꿔야 한다. 최고의 물건이 아니라 단 하나밖에 없는 물건을 만들어야 통한다.

▲신현호=재배면적 감소로 종자소비량이 줄고, 육묘산업 활성화로 과거 면적대비 130%의 종자가 필요했다면 요즘은 110%만 구입한다. 이처럼 국내시장이 정체되면서 수출을 위해 노력 중이다. 그런데 종자산업은 시스템산업이다. 병리학을 비롯해 여러 분야가 같은 조직 내에서 육종가와 호흡하면서 지원해줘야 한다. 대학이나 연구기관의 협력, 종자회사 간 협력 등 민간육종가들이 협력할 수 있는 지원시스템이 필요하다. 또한 종자회사들의 국내채종기반과 여건이 만들어지면 좋겠지만 현재는 기후, 생산비 등을 감안 80%정도를 외국에서 채종해 들여온다. 그런데 검역장비가 좋아져서 현재는 거의 무병상태라야 통과가 된다. 외국 역시 검역수준은 높이지만 우리처럼 안한다.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수준과 검역당국이 요구하는 수준의 차이를 검토해서 적정선을 마련해야 한다.


#경쟁력 강화 방안

▲정문기=종자산업의 중요성과 정책방향, 국내외 동향, 종자업계의 애로사항 등을 들어봤다. 종자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강병철=딸기는 2003년 국산보급률 3%에서 현재는 91%이고, 경기도농업기술원이 10년간 투자한 장미는 네덜란드에 돈을 받고 판다. 집중해서 장기적으로 투자하면 효과가 나오고, 농업분야의 성과는 오래간다. 무턱대고 돈을 쓸 수는 없지만 농업분야의 R&D는 단기적 성과가 아니라 10~20년 후를 내다보는 인내가 필요하다. 다만 현재는 연구비가 품종개발에 집중돼 있다. 향후에는 수출역량 강화를 위한 육종기반연구와 종자의 상용화, 시장개척에도 투자를 분산해야 한다. 종자산업경쟁력 1위인 네덜란드의 특징은 이해당사자들의 협력관계구축을 유도하는 것이다. 기업과 재배자, 유통조직, 가공회사, 소매회사 등이 긴밀하게 협력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혁신적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국내회사들도 서로 협력해서 대한민국 전체 종자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한다.

인력양성도 중요하다. 농식품부 지원으로 2010년부터 교배인력 양성을 위한 채소육종연구센터를 맡고 있는데, 계획대로면 100명 이상이 현장에 투입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들은 회사에 가서도 10년 이상의 실무경험이 필요하다. 현재는 당장 육종에 필요한 인력이 모자란다. 이미 자리 잡은 인력 또는 처음 시작하는 인력이고, 중간층이 없다. IMF(국제통화기금)외환위기 이후 기업에서 인력을 뽑지 않으면서 산업현장에 투입될 중간층이 없다. 15년 정도의 간격을 극복하는 것이 과제다.

▲신현호=수출이 중요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수출대상국가의 기호를 파악한 후 유전자원을 활용해 맛이나 내병성 향상 등 종자의 품질개선이 필요하다. 유전자원을 보유한 것만 자랑할 것이 아니라 활용을 위한 형질평가나 특성평가가 빨리 돼야 한다. 아울러 야생유전자원에 대한 평가를 비롯해 종자회사가 할 수 없는 기초연구는 연구기관에서 해야 한다. 지금도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 많이 하지만 중간모본을 더 활발하게 만들어서 산업계가 활용토록 해야 한다. 국내 채소종자의 수출확대를 위해 국립종자원이 해외 전시포 사업을 하고 있다. 현지바이어와 농가를 초청해 생육도 평가하고 수출상담도 하는 사업인데, 더 확대될 필요가 있다.

▲박동복=종자은행에서 종자를 분양받아 심어봤는데, 특성조사가 안 돼 있다. 유전자원을 활용하지 못하니까 보관료만 나가고 실질적 도움은 안 돼 안타깝다. 예산이 없어 유전자원에 대한 특성조사가 안 된다는데, 민간회사에 위탁하면 된다. 채소의 기능성 분석에 비용이 많이 든다. 수출확대를 위해 자부담을 전제로 한 정부지원 등 실질적 도움이 필요하다. 또한 국내시장에서 수익창출이 주된 목적인 세계적 외국회사와 영세기업이 경쟁하고 있다. 국내기업 중심의 정책지원이 필요하다.

▲박기환=육종인력도 중요하지만 해외시장을 개척하기 위해서는 종자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마케팅 인력의 육성도 필요하다. 또한 공동마케팅의 한 방법으로 개별육종가들이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것도 대안이다. 아울러 중국의 국영기업인 화공그룹이 신젠타를 인수했다. 10~20년 후를 내다보고 준비하지 않는다면 중국과의 경쟁이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것이 정책에 반영돼야 한다.

▲오동진=종자수출이 늘고, 로열티가 감소하는 등 정책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불씨를 더욱 살리기 위한 2~3단계 정책수립에 노력하겠다. 미비한 부분을 보완하고 언제든지 의견을 수렴하면서 산업발전에 도움이 되게 열심히 하겠다.
 

참/석/자
강병철 서울대학교 식물생산과학부 교수
박기환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박동복 제일종묘농산 대표이사
신현호 한국종자협회 이사
오동진 농림축산식품부 전문관
정문기 한국농어민신문 편집국장(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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