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농업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변경함에 따라 경영주가 동의하는 경우 여성농업인이 공동경영인의 지위를 획득할 수 있게 되었다. 1990년대 중후반 여성농업인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이래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여성농업인 단체와 관련 연구자들의 지속적인 활동의 결과라는 점에서 매우 뜻 깊은 성취가 아닐 수 없다.

공동대표·의사결정·자산 공동소유 등 인정
가정 내 민주적 공동경영 의식전환 시급


농업의 여성화 현상은 지속적으로 심화되어 왔다. 2010년 농업총조사에 따르면 농림업 취업자 중 여성비율이 63%이며 2013년 여성농업인 실태조사에서는 자가농업일의 50%이상을 담당한다는 여성이 65.5%에 이른다. 그러나 여성경영주의 비중은 18.5%에 불과하다. 결국 노동은 주로 여성이 담당하지만 이들이 경영의 주체로서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실질적으로 ‘가족’단위로 영위되는 농업경영의 현실에서는 경제의 주체로서의 권리와 책임은 ‘개인’이 질 수밖에 없는 사회적 현실을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생산적 경제활동에 참여하지만 대외적으로는 독립된 경제주체가 아닌 ‘보이지 않는 농업인’이 바로 여성농업인의 현실이었다. 농업경영체 등록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경영주외의 농업인’으로 등록할 수 있었으나 이는 가족종사원으로서의 인정에 불과하며 실질적인 경영의 책임과 의무를 같이 하는 사람으로서의 현실을 반영하기에는 부족한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시행규칙의 변경은 가족 내에서 그리고 사회적으로 여성농업인의 지위를 인정한 획기적 진전이 아닐 수 없다.

법인의 경영주는 경영을 대표하는 대표권, 경영에 관한 주요 의사결정권, 경영체의 주요 자산 소유권, 경영의 수익을 청구할 수 있는 잔여청구권 등을 가진다. 여성농업인이 공동경영인이라 함은 경영의 공동대표자, 공동의사결정자, 자산의 공동소유권자, 수익배분의 공동청구권자임을 인정하는 것이다. 앞으로 각 농가에서 이러한 권리와 의무가 어떤 형태로 배분될 것이며 또한 여성농업인이 농업정책의 대상자로서 그리고 경제주체로서의 사회적 권리인정이 어떤 방식으로 인정될 지도 아직 미지수이다.

그러나 많은 여성농업인이 더 많은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농업에 참여할 것이라는 점, 그리고 여성농업인의 권리가 공동경영인으로서의 권리라는 측면에서 출발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공동경영주 등록을 활성화하고 가정 내에서 민주적 공동경영을 위한 의식전환을 촉구하는 다양한 형태의 홍보와 교육이 꼭 필요하다. 또한 다양한 농업·농촌정책이 성인지적 관점에서 공동경영인인 여성에게는 어떻게 적용되어야 할지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논의되고 검토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여성농업인 없이는 한국의 농업이 지속될 수 없기 때문이다.

박민선 여성농업인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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