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유통은 소비자와 생산자를 연결하는 중요한 단계다. 생산자는 제 값을 받고 소비자는 좀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하려는 욕구를 연결하는 것이 유통이다. 이러한 농산물 유통을 말할 때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유통구조다. 국내 농산물 유통구조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를 얻고 있다는 멍에를 쓰고 있다.

이에 따라 생산자는 소비자를, 소비자는 생산자를 이해하고 서로가 만족하는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다양한 유통경로’가 생겨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정부 역시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 대책의 목표를 생산자는 제 값 받고 소비자는 저렴하게 구입하는 유통생태계 조성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농림축산식품부와 기획재정부,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2013년 내놓은 ‘농산물 유통의 3대 과제해결을 위한 농산물 유통생태계 조성’ 대책은 이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이 대책의 기본 방향 가운데 가장 핵심은 다양한 유통경로의 육성으로 유통경로 간의 경쟁촉진을 통해 유통구조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는 유통경로의 다양성이 확보되면 생산자는 판로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다양해진 유통주체들의 경쟁으로 소비자는 저렴하게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다. 유통환경의 변화에 부응하기 위한 유통주체들의 다양한 노력들을 들여다봤다.
 

▲ 양해광 대전중앙청과 상무(사진 왼쪽)와 중도매인들이 정가·수의매매를 통해 반입된 토마토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례1/정가·수의매매 앞장 ‘대전중앙청과’
“111운동으로 정가수의매매 확산”

경매사가 산지 한 곳, 한 품목만 취급
법인은 소포장박스·교육 지원
전사적으로 나서 13개 품목 추진 중
산지 가격변동성 큰 탓에 애로도


농림축산식품부가 2013년 5월 도매시장의 가격 결정방식을 경매 중심에서 정가·수의매매 거래 등으로 다양화하고 2012년 8.9%에 머물던 정가·수의매매 비중을 올해 20%까지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도매시장법인은 물론 농협공판장에서도 정가·수의매매 확산을 위한 노력과 시도들이 뒤따랐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도 전국 공영도매시장 32개소의 정가·수의매매 사례를 보급·확산키 위해 경진대회를 열고 있다. 이 가운데 2014년과 2015년 2년 연속 최우수상을 수상한 곳이 대전중앙청과다.

대전중앙청과의 거래물량 및 거래금액 대비 정가·수의매매 비중은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나고 있다. 전체 거래물량 가운데 정가·수의매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9.6%에서 2013년 13.6%, 2014년 22.7%에 이어 지난해에는 26.9%에 달한다. 거래금액에서도 정가·수의매매 비중은 2012년 15.6%, 2013년 20.4%, 2014년 26.8%, 2015년 31.5%다.

대전중앙청과가 이처럼 정가·수의매매에서 두각을 나타낸 배경에는 나름의 노력과 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대전중앙청과의 정가·수의매매 확산을 위한 노력 가운데 눈에 띄는 것은 이른바 ‘111운동’이다. 111운동이란 한 명의 경매사가 산지 한 곳의 한 품목을 취급하는 형태다. 이는 지방도매시장법인 소속 경매사가 한 곳의 산지와 품목만을 취급하는 것이 쉽지 않은 현실에서 1개의 품목만이라도 정가·수의매매를 제대로 해 보자는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예를 들어 경매사가 포도의 주산지를 지정하면 법인은 정가·수의매매에 필요한 소포장 박스를 지원하거나 산지 작목반을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한다.

결국 정가·수의매매 대상 품목이 지정되면 경매사에 맡기는 것이 아니라 전사적으로 각종 지원을 통해 구체화시키는 방식이다. 그 결과 현재 13개 품목에서 111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이 외에도 시장의 협소한 공간을 재배치해 정가·수의매매를 위한 별도의 공간으로 마련한 것도 눈에 띈다. 기존 친환경농산물 경매를 위해 마련됐던 공간을 정가·수의매매를 위한 저온저장시설로 활용했다. 또한 부족한 저온저장시설은 기존에 설치된 가설물을 새롭게 저온저장시설로 전환하거나 앞으로 추가로 확대하는 데에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양해광 대전중앙청과 상무는 “현재 약 495㎡(150평)의 저온시설에 추가로 660㎡(200평)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이는 저온시설을 갖춰야만 정가·수의매매 확산에 도움이 되겠다는 판단에 따라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전중앙청과는 경매사의 역량이 도매시장의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경매사 확보와 교육에도 소홀하지 않는다. 젊은 직원들이 경매사시험에 도전하고 합격할 수 있도록 세미나를 진행하거나 교육도 실시한다. 그 결과 2014년에는 5명의 직원이 경매사시험에 합격했다. 이렇게 배출된 경매사들을 육성해 정가·수의매매의 첨병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대전중앙청과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가·수의매매 확산에 애로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당장 정가·수의매매 물량의 판로를 확보할 수 있는 규모화된 중도매인들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향후 규모화된 중도매인을 확보하는 것이 숙제라면 숙제다. 아울러 정부가 정가·수의매매 확산을 통해 농산물 가격의 변동성을 완화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지만 여전히 산지의 가격변동성이 큰 것도 애로점이다.

이러한 애로점에도 불구하고 대전중앙청과는 정가·수의매매가 도매시장법인의 활로를 찾고 시장 활성화에 분명 도움이 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정가·수의매매라는 유통경로를 통해 도매시장법인도 직접 판로를 고민하면서 대형할인마트와의 거래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생산자들도 사전에 가격과 물량이 결정된다는 정가·수의매매의 특성상 안정된 가격과 출하처 확보가 가능해 진다. 더욱이 정가·수의매매가 시간과 장소에 제약을 받지 않기 때문에 수시로 출하가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이처럼 정가·수의매매가 농산물 유통경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송미나 대전중앙청과 대표의 말은 정가·수의매매 방향 설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정가·수의매매 목표를 설정했는데 너무 목표치에 매몰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됩니다. 목표치에만 매몰되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제도는 실패한 것으로 간주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정가·수의매매가 그동안 시행되지 못했던 제도지만 현재 수준까지 정착된 것은 분명히 장점이 있고 성과가 있다고 봐야 합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 이커머스 업체인 쿠팡은 공산품을 넘어 이제는 농산물 등 신선식품 시장에서도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사진은 쿠팡의 허훈 차장이 쿠팡 사이트에 올라온 성주 참외를 살펴보고 있는 모습.

사례2/국내 대표 이커머스업체 ‘쿠팡(www.coupang.com)’
“농협과 손잡고 농산물도 로켓배송”


인터넷은 이제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농산물 유통 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1인 가구와 맞벌이 가구 증가 등 소비 지형의 변화 속에 온라인에서 먹거리를 구매하는 유통 비중이 늘어나고 있고, 앞으로 이 시장은 더 넓어질 것으로 유통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 중심엔 시나브로 시장 영역을 키워나가고 있는 이커머스(e-commerce·전자상거래) 업계가 있다.

국내 대표적인 이커머스 업체로 통하는 ‘쿠팡(www.coupang.com)’은 최근 농협과 농산물 판매를 위해 손을 맞잡는 등 공산품을 넘어 농식품 유통 채널에서도 보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쿠팡은 2010년 8월 설립 이후 아직 만 6년도 되지 않은 짧은 역사를 갖고 있지만, 편리성과 더불어 신속하고 정확한 배송 서비스 장착을 통해 대한민국 소비자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의 인지도를 구축하게 됐다. 또 2600만명의 회원을 기반으로 판매망도 넓혀나가며 최근 내로라하는 대형 유통 업체들이 경쟁 타깃으로 삼을 만큼 유통 영역에서 ‘큰 손’이 되고 있다.

쿠팡은 투-트랙 전략을 쓴다. 쿠팡이 직접 물건을 구입해 배송까지 책임지는 이른바 ‘로켓배송’ 시스템이 그중 하나다. 로켓배송은 쿠팡이 ‘쿠팡맨’이라는 자사 직원을 활용해 안전하고 신속하게 배송을 책임지는 시스템이다. 지난해 9월 농협경제지주와 업무협약을 맺은 게 이 방식이다. 이 협약을 통해 쿠팡은 공산품에 비해 비중이 적었지만 소비자 만족을 높이기 위해 꼭 필요했고 수요도 넓어질 농산물 등 신선식품 영역에 깃발을 꽂을 수 있게 됐고, 농협은 우리 농산물을 팔 수 있는 판매망을 넓히게 돼 양측이 시너지 효과를 도모했다.

오세철 농협하나로유통 차장은 “요즘 뜨거운 아이템인 로켓배송을 통해 농산물을 신속하게 배송해보자, 이를 바탕으로 농산물 판매망도 넓혀보자는 취지에서 쿠팡과 손을 잡았다”며 “농산물도 이제는 판로 확대를 위해 온라인에서의 판매가 절실한 시점에 쿠팡과 함께하게 돼 농산물 판매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의 또 하나의 시스템은 ‘오픈마켓’ 방식이다. 일정한 상품 인증 및 검증 절차를 거치면 생산자나 업체들이 직접 쿠팡 사이트에 자신들의 상품을 올릴 수 있게 만들었다. 로켓배송과 달리 이 상품들은 소비자가 선택하면 생산자들이 직접 택배 유통시키게 된다. 오프라인으로 치자면 쿠팡 사이트는 일종의 시장이 되는 셈이다. 농가 등 생산자들은 유통 비용을 줄이면서 판로도 넓힐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흠집 농산물 등 기존 유통 채널에서는 산지에서 폐기하거나 가공용으로 돌려야했던 물량들도 쿠팡과 같은 온라인 시장에서는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소비자들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원하는 상품을 구입할 수 있고,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언제든 상품 문의를 비롯해 상품정보, 불만사항 접수 등을 한 번에 할 수 있게 됐다.

쿠팡 사이트에 상품을 올리는 경남 창원의 단감 생산 조직인 풍원영농조합법인의 임창규 팀장은 “중간 유통 단계가 확연히 줄어들어 우리들은 타 유통 경로보다 비교적 높은 단가를 받을 수 있고,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농산물을 구매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기존 유통 경로로는 판로에 한계가 있었던 흠집 농산물도 소비자들이 충분히 인터넷의 열린 공간을 통해 상품성에는 하자가 없다는 설명을 보고 공감을 하며, 상품을 구입하게 돼 우리에겐 새로운 부가가치가 생기게 됐다”고 전했다.

쿠팡은 ‘고객 중심’의 철학 속에 앞으로도 농산물 등 신선식품 판매 비중을 넓힐 계획이다.

쿠팡의 황훈 홍보차장은 “쿠팡 사이트에 들어오거나 직접 물건을 구입하면 알 수 있겠지만 쿠팡은 고객과의 소통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다”며 “고객의 관점에서 생각하는 유통업체가 되겠다. 장기적으로는 신선식품 비중도 늘려 농민들의 판로 확대에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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