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병한 밀알영농조합 대표가 파릇파릇한 밀밭에서 ‘앉은뱅이밀’로 만든 라면과 국수 제품을 들고서 희망찬 미소를 머금고 있다.

“토종 우리밀인 ‘앉은뱅이밀’이 진주에서 전국 최초의 라면 출시와 체험 확대로 대중화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고향의 맛, 추억의 향이 각별한 농심과 함께 담겨 있는 ‘앉은뱅이밀’의 융복합 6차산업화를 통해 소비자들의 우리밀 사랑을 자연스레 넓혀나가겠습니다.”
 

진주 농민활동가들 덕 명맥 유지
소화불량 원인 글루텐 함량 낮아
‘앉은뱅이밀 국수·라면’ 호평 일색
쿠키·피자만들기 등 체험장 운영
연 7000명 발길 북적 ‘마을 활기’


경남 진주시 금곡면에 위치한 폐교를 ‘앉은뱅이밀’ 체험 명소로 가꾸어 우리밀 살리기 운동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있는 밀알영농조합의 천병한 대표이사는 이와 같이 피력했다.

천 대표에 따르면 서양종자를 들여와 개량한 ‘금강밀’과는 달리 진짜 우리 토종밀은 키가 50~80cm로 작아 ‘앉은뱅이밀’이라 불렸다. 1905년 일제하에 일본으로 건너가 1936년 농림10호로 육종됐고, 1945년 미국으로 건너가 노먼 볼로그 박사에 의해 ‘소노라 64호’로 육종됐다. 미국 밀의 90%는 우리 ‘앉은뱅이밀’ 유전자를 가진 셈이다. ‘소노라 64호’는 아시아지역 밀 수확량을 60%까지 증가시켜 기근 극복에 큰 역할을 했고, 노먼 볼로그 박사는 1970년 농학자로서는 세계 최초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며 녹색혁명의 아버지로 불리게 됐다.

‘앉은뱅이밀’은 단백질 함량이 낮다. 특히 아토피와 소화불량, 각종 성인병의 원인이 되는 글루텐 함량이 낮다. ‘금강밀’이 제과제빵에 적합하다면, ‘앉은뱅이밀’은 점성이 높아 면류에 적합하다.

‘앉은뱅이밀’은 1984년 정부의 밀 수매제 폐지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지만, 진주지역에서 바른 먹거리와 식량을 지켜내기 위해 활동해온 농민들에 의해 명맥을 유지해왔다. 하해룡, 정현찬, 하영기, 김군섭, 김차연 등 진주지역 농민활동가들이 이를 주도했다. 예전엔 ‘조선밀’로 불리기도 했는데, 최근 ‘앉은뱅이밀’로 더 많이 알려지게 됐다.

밀알영농조합은 현재 13농가가 계약재배를 통해 ‘앉은뱅이밀’을 생산해 가공·유통한다. ‘앉은뱅이밀’은 백밀가루상태로 곱게 제분을 해야 하는데, 제대로 제분을 할 수 있는 시설이 많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한다. 작년 8월 ‘앉은뱅이밀 국수’에 이어 지난 2월 ‘앉은뱅이밀 라면’을 출시하면서 신선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천병한 대표는 “햇밀로 만든 밀가루만으로는 계절상품밖에 안 되는 것 같아 좀 더 보편적이고 대중적으로 우리밀이 소비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려 노력했다”면서 “최근 출시된 ‘앉은뱅이밀 라면’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응이 폭발적이라 큰 보람과 희망을 느낀다”고 전했다.

밀알영농조합은 폐교가 된 금곡초등학교를 임대해 ‘앉은뱅이밀’ 체험장으로 운영하고 있다. 인근에 밀밭도 확보했다. 우리밀 쿠키·피자·케이크 만들기와 통밀놀이 체험 등에 연간 7000여명의 체험객들이 참여하면서 조용했던 농촌마을에 주말이면 활력이 넘쳐난다.

천 대표는 “향후 건조저장시설을 확충하고, 항노화 건강식으로 주목받는 밀싹차를 가공하는 시설도 마련할 계획이다”면서 “작년 12월 농촌융복합사업자 인증을 받았는데, ‘앉은뱅이밀’의 6차산업화를 통해 우리밀 살리기 운동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진주=구자룡 기자 kucr@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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