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화환 도매업자에 “무죄”…화훼업계 반발
항의 공문·전화, 법적 대응·집회 등 방안 마련키로

“어느 누가 남의 부모님 장례식장에 사용했던 근조화환을 우리 부모님 장례화환으로 사용하려고 하겠습니까. 그 누구도 자신의 애경사에 재사용 화환을 원하지 않을 텐데 법원은 소비자들에 대한 조사가 없다고 재사용 화환을 유통시킨 이들에게 면죄부를 줬습니다.”

화훼업계가 재사용 화환을 유통시킨 이들에게 면죄부를 준 최근의 대전지방법원 판결에 울분을 토해내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종로의 한국화원협회 회의실에선 화훼 생산자와 유통, 화원업체 등 화훼업계 주요 관계자들이 모여 ‘화훼 생산·유통 현안 대책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간담회는 사실상 지난 7일 대전지방법원이 재사용화환을 사용한 도매업자에게 무죄 선고한 내용을 규탄하는 자리였다.

이날 화훼업계 관계자들의 울분을 불러온 대전지방법원이 내린 판결은 재사용 화환 도매업자에 대한 무죄 및 공소 기각 선고였다. 대전지법이 이 같은 판결을 내린 주요 요지는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가 없어 소비자들이 근조화환을 새 국화꽃으로 제작한 것으로 착오에 빠졌는지 인정할 증거가 없다는 점 △재활용 국화꽃이 곧바로 신선도 및 품질이 떨어진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 △재활용한 꽃으로 만든 근조화환이더라도 모든 피해자가 이를 사지 않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 △국화 재활용 사실을 고지할 법률상 의무가 인정되지 않는다는 점 등이다.

이런 판결에 대해 화훼업계는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선 화환의 경우 보내는 이와 받는 이가 대부분 달라 피해자들이 이를 신고하거나 조사하기 힘들다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어느 누가 지인이 보낸 화환에 문제가 있다고 신고할 수 있겠냐는 것이다. 또한 재활용 국화꽃의 신선도 건은 화훼를 조금만 알아도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애경사에 재활용 화환을 사려하지 않는다는 것도 누구에게 물어도 알 수 있는 사실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임영호 한국화훼협회장은 “이번 대전지법의 무죄 판결은 화훼업계에겐 하늘이 무너지는 일”이라며 “화훼업계의 단결된 모습으로 이번 사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구본대 한국절화협회장은 “생산자들은 범람하는 수입 꽃 때문에 너무나 힘겨운 상황에 직면해 있는데 이번 법원 판결까지 더해져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할 지경”이라며 “오히려 우리 농가들은 화환재사용 단속과 관련해 경찰 등 사정기관의 도움을 받으려 했는데 그와 반대되는 판결이 나오니 너무나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런 화훼업계의 울분은 화훼업계 공동의 대책으로 이어지고 있다. 우선 이번 판결을 주도한 대전지법엔 항의 공문 발송 및 항의 전화로 화훼업계의 의견을 전달할 계획이다. 또 변호사 선임을 통한 법리 검토 등 법적 대응 방안 마련과 더불어 최후엔 집회까지 불사할 의지도 갖고 있다. 이와 함께 농림축산식품부를 비롯해 관계부처에 애로사항을 전달하고, 근본적으로는 관련법에 화환재사용 근절을 명문화할 방침이다.

문상섭 한국화원협회장은 “오늘 간담회에서 나온 내용을 토대로 우리 화훼업계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알려나가겠다”고 주장했다.

한편 검찰은 이번 대전지법의 재사용 화환 무죄판결에 불복해 대전고등법원에 항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욱 기자 kimk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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