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한·미FTA 발효 4년을 맞아 대부분의 일간지와 방송들은 한국제품의 미국 수입시장 점유율이 ‘15년만에 최고치’를 달성했다며 일제히 ‘FTA 성과’ 홍보에 나섰다. 근거가 된 자료는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한미 FTA 4주년 평가와 시사점’ 보고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2008년 2.29%에서 지난해 3.2%로 크게 올랐다. FTA 수혜품목인 전기전자(12.5%), 기계(12.4%), 고무(11.3%), 농수산식품(12.9%) 산업이 수출증가를 주도했으며, 애초 우려했던 농축수산물 분야 수입은 10.3% 감소했다는 설명이 이어졌다.

보고서에 나열된 수치만 보면 한·미FTA로 인한 농업계의 피해는 없다. 그러나 이는 실상과는 거리가 먼 심각한 왜곡이다. 같은 시기 농촌경제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미국산 농축산물 수입액이 감소한 것은 단지 수입비중이 큰 옥수수와 밀 등의 수입선이 브라질,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으로 전환돼 곡물 수입액(-30.2%)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국내 농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과일·채소(90.3%)와 축산물(114%), 가공식품(79.5%)의 수입액은 가파르게 늘었다. 특히 분유(1874%)와 치즈(325%) 등 유제품 수입의 급증은 재고로 신음하고 있는 국내 낙농기반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0.5~3.4배까지 증가한 미국산 신선 오렌지, 체리, 포도, 레몬, 자몽 등이 국내산 과일 소비에 막대한 타격을 주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앞으로 무관세로 수입되거나 관세 폐지를 앞둔 품목이 해마다 늘어나 가격경쟁력이 제고되면 그 피해는 더욱 커질 것이다. 실상을 제대로 파악해야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올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정부는 FTA 이행으로 인해 나타나는 농업피해를 제대로 파악하고, 보다 실효성 있는 보완대책 수립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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