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강우 한우협회 전 회장은 퇴임 후 그가 평생 일궈놓은 터전인 거창군의 우림농원으로 돌아와 200여 두의 한우와 함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우리처럼 항상 일 하던 사람들은 가만히 있으면 병이 생겨요. 나이를 많이 먹어도 움직일 수 있을 때 까지는 일을 해야지”

한우협회 초창기 발기인으로 거창군 지부장, 도 지회장을 거쳐 전국한우협회 7대 회장을 역임했던 이강우(76) 직전 회장. 불과 1년 전까지 한우 농가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최 일선에서 우리 한우 산업을 이끌었던 이강우 전 회장은 퇴임 후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곧장 원래 터전인 경남 거창군으로 내려갔다. 그리고는 중앙회장 재임 기간 동안 제대로 돌보지 못했던 농장을 다시 정비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강우 전 회장의 평생 터전인 거창군 우림농원에서 그를 만났다.

농협이 종축개량 앞장서고
소규모 번식농가에 분양을

축산, 농업서 비중 40% 차지
그에 걸맞는 정책 지원 필요

대기업 진출안한 유일한 분야
한우농가 마저 휘둘리면 안돼


▲소규모 농가 지원 방안 마련 시급=“한우 농가 수가 자꾸 줄어서 큰일이에요.” 거창으로 내려가기 전 이미 이번 만남의 목적을 유선 상으로 설명해 놓았기 때문인지 짧은 인사를 나누자마자 이 전 회장은 한우 산업에 대한 고민거리를 꺼냈다.

김 전 회장은 가장 먼저 소규모 한우 농가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다. 지금은 한우 200두를 사육하고 있지만 그 자신도 처음엔 사과농사를 지으면서 퇴비를 조달하기 위해 한우 사육을 시작했던 소규모 농가였단다.

“정부에서 FTA 폐업지원을 실시하면서 2005년 25만 농가, 2012년만 해도 17만 수준이었던 한우 농가 수가 10만호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특히 소규모 번식농가가 많이 줄었어요. 번식우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도 이 때문이고요. 한우 산업을 정말 살리고 있는 것은 규모가 10~20두 미만의 소규모 번식농가입니다. 한우 산업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폐업지원이 아니라 소규모 농가를 육성할 수 있는 정책 마련에 힘써야 합니다.”

김 회장은 그러나 농가들도 정부에 너무 기대서는 안 된다며 어떤 문제든 농가들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축산업 지원 강화 필요=이강우 전 회장은 이날 조금 색다른 이야기도 꺼냈다. 농협중앙회가 농업경제와 축산경제를 분리해 운영하듯 농림축산식품부도 일반 농업 부문과 축산을 완전히 분리해서 정책을 펼치는 것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 어쩌면 축산인들은 이미 생각해 봤었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축산이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가 넘어요. 거의 절반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정책적 지원은 그렇지 않아요. 축산업 비중만큼 정책적 지원도 뒤따라야 축산업의 발전도 있을 수 있어요. 축산물 가격 폭락이나 과잉생산, 소비침체 문제 등에도 보다 효과적로 대응할 수 있습니다.”

이강우 전 회장은 가축전염병 예방을 위해 사용되는 백신에 대한 정부 지원 강화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현재 사육규모 50두 미만의 농가에게는 공수의사가 백신을 접종해주고 있지만 50두 이상 전업농들은 50%의 자부담이 들어가는 상황이다.

“가축전염병은 대부분 법정전염병입니다. 법정전염병에 대한 백신을 접종하는데 이를 농가에서 자부담하는 나라가 거의 없어요. 요즘 한우 값이 좋지만 한참 폭락할 때는 백신비용도 농가에는 큰 부담이에요. 최소한 백신이라도 정부가 공급을 해줘야 합니다.”

이강우 전 회장은 무허가 축사 양성화에 대한 의견도 내놨다. 우선은 이행 강제금 없이 무허가 축사를 적법화 시켜줘야 한다는 것. 무허가·허가에 대한 개념 없이 옛날부터 한 자리에서 농장을 운영해 왔던 농가 입장에서는 경감된 이행 강제금도 그 금액이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게 이 전 회장의 설명이다.

“무허가 축사 양성화 이후에 생겨난 불법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더 엄중한 처벌을 하더라도 우선은 농식품부와 관련 부처가 협의를 통해 이행 강제금 부과 없이 축산농가들의 무허가 축사를 양성화해줘야 합니다. 그래야 한우 농가뿐만 아니라 우리 축산 농가들이 살 수 있어요.”

▲농협 생축장, 번식 나서야=세 시간여 동안 한우 산업 전반에 대해 이야기하던 이강우 전 회장은 종축 개량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여기에는 농협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일본은 개체관리를 정말 잘 하고 있어요. 우리도 개량부터 잘 해서 소규모 농가들이 번식을 하는 형태로 가야 합니다. 대규모 농가들은 비육 때문에 번식에 한계가 있어요. 농협의 생축장에 정부가 자금을 지원하고 여기에 송아지 생산기지를 만들어 개량에 나서야 합니다. 이를 소규모 번식농가에 분양을 하는 겁니다.”

이 전 회장은 현재 농협 생축장들이 번식이나 개량 보다는 당장 이익이 되는 비육만 관심을 가져서 문제라며 생축장이 송아지 생산의 전진기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강우 전 회장은 한우 개량에 대한 농가들의 생각에도 변화를 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농가들이 육량지수를 높이는데도 신경을 더 써야 한다는 것.

“마블링이 잘 나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개량을 통해서 육량을 늘리는데도 노력해야 합니다. 1kg에 2만1000원 수준인 1++ 한우라고 해도 도체중량이 400kg인 것 보다 1+ 등급을 받아도 도체중량 560kg 나오는 농가의 소득이 결과적으로 더 높아요.”

이어 이 전 회장은 등급제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한우 산업이 마블링 중심의 현행 등급제에 맞춰져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봐야할 문제라며 “등급제는 건드리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

▲대기업 축산 진출 ‘반대’=이강우 전 회장은 마지막으로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정부가 대기업의 축산업 진출을 강력하게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이 축산업에 진출하면 농민들은 종속관계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

“축산에서 대기업이 아직 진출하지 않은 분야는 한우가 유일하다고 봐야 해요. 한우 농가마저 대기업에 좌지우지되도록 만들어서는 안 됩니다. 하지만 농가와 협회의 힘만으로는 부족해요. 정부에서도 도움을 줘야 합니다.”

이 전 회장은 이어 “요즘처럼 한우 가격이 좋을 때 한우 농가들이 더 열심히 일해서 앞으로 농장을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개인 농장뿐만 아니라 한우 산업 발전을 위한 일에도 항상 관심을 갖고 힘을 모아 달라”고 한우 농가들에게 당부했다.

우정수 기자 wooj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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