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할랄시장 수출전망은 다소 어두울 것이라는 전망이 많은 가운데, 사진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우리 농식품 판촉행사.

우리 농수산식품의 수출 블루오션으로 각광받고 있는 할랄시장은 저유가 장기화에 따른 경기침체 등 대외 위험요인들이 상존함에 따라, 전문가와 수출업계 모두 올해 할랄시장 수출전망을 어둡게 바라봤다. 이에 정부는 할랄인증 지원 확대·인지도 제고를 중점적으로 유망상품 발굴 및 홍보마케팅을 강화해 우리 농수산식품의 경쟁력을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중동·동남아 등 주요 할랄시장 정보 부족·인지도 낮아
유기농·웰빙식품 관심 꾸준…홍삼·김치 등 고급화 필요
현지서 보기 힘든 과일·영유아 스낵 등 신상품 발굴도


▲현황 및 수출정책 추진방향=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 순방 과정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 ‘농업 및 할랄식품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이후, 할랄지역은 우리 농수산식품의 새로운 수출유망시장으로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이는 전세계 인구의 25% 이상(2012년 기준 18억 명)을 차지하는 거대한 글로벌 시장이라는 점과 연평균 12%의 증가율을 보이며 2019년 약 2조5000억 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할랄식품시장의 높은 발전 가능성 때문.

하지만 우리 농수산식품의 할랄시장 진출은 현지 정보 부족과 낮은 인지도로 다소 더딘 편이다. 수출품목도 주로 담배(궐련)·커피조제품·비스킷 등 농가소득과 큰 연관이 없는 일부 가공식품 위주다. 할랄지역(중동 GCC 및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 수출실적을 살펴보면, 지난해 약 7억7450만 달러를 기록해 전체 농수산식품 수출(80억3000만 달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0%가 채 되지 못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6월 수립한 ‘할랄식품산업 발전 및 수출 활성화 대책’을 근간으로, 올해에는 할랄 인증지원 확대 및 인지도 제고에 초점을 맞추고 △인증지원 예산 확대(2015년 5억 원→올해 20억 원) △인도네시아 할랄인증 MUI 교차 인정 추진 △배·딸기·유제품 등 유망상품 홍보 강화(현지 수입바이어 초청 팸투어 등) △알마야(Al Maya)·스피니즈(Spinneys)를 비롯한 현지 유통업체 입점 확대 등의 사업을 추진한다. 또한 할랄 수출업체의 운송비용 절감을 위해 기존의 싱가포르·말레이시아 외에 UAE와 인도네시아에 할랄 공동물류센터를 신규 지정할 계획이다.

하미숙 농식품부 수출진흥과 사무관은 “이달 안으로 ‘할랄식품 수출지원센터’를 지정해 수출기업의 할랄인증 획득 지원과 할랄 전문인력 육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계획”이라며 “이란·이집트를 비롯한 할랄 신규시장 진출을 위한 현지 동향·통관정보도 수집해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전망 및 접근전략=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중동발 저유가 쇼크가 장기화 될 조짐을 보이면서 올해 중동 경제가 좋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고,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할랄지역도 경기둔화로 소비가 부진한 상황이다. 이런 요인들을 감안할 때, 전문가와 수출업계 모두 올해 우리 농수산식품의 할랄시장 수출 확대가 다소 어려울 것으로 바라봤다.

노장서 (사)한국할랄산업연구원 박사는 “가장 큰 애로는 유가하락에 따른 경기침체로, 식품 등 소비재 수요가 예년만큼 활발히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할랄인증 식품도 꾸준히 증가하고 정부가 할랄 수출 활성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쏟고 있지만, 할랄지역 경제상황과 소비 패턴을 감안하면, 올해보다는 내년이나 내후년 즈음에 수출사정이 나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인도네시아에 홍삼가공품을 수출하는 업체 관계자는 “올 초에 거래하는 현지 바이어가 경기침체를 이유로 수입물량을 반으로 줄이자고 요청했고, 지난해 말부터 현지 백화점에 납품이 예정된 홍삼농축액 수출계약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인도네시아의 경우 수입식품 의존도가 상당히 높은데, 최근 들어 식품 소비가 많이 침체된 인상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올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할랄시장 수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식품 소비에 비교적 영향을 덜 받는 현지 중·고소득층을 겨냥한 프리미엄 마케팅 및 유망상품 발굴을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서명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아부다비지사장은 “UAE를 비롯한 중동 할랄지역에서는 유기농과 웰빙식품, 고급식재료에 대해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며 “우리에게 강점이 있는 홍삼과 김치 등 전통식품과 스낵·음료를 비롯한 인지도가 높은 품목들은 원재료와 포장패키지를 고급화한 프리미엄 상품군을 앞세워 홍보하는 한편, 딸기·배 등 현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신선과실이나 유산균이 첨가된 영유아용 스낵 같은 신상품을 발굴해 집중 홍보한다면 지금의 낮은 인지도와 가격경쟁력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희 aT 자카르타지사 차장은 “할랄지역 식문화와 식품 소비 트렌드를 꾸준히 파악해, 현지 취향을 반영한 상품 발굴이 시급하다”며 “매운 떡볶이와 캐릭터 음료, 소스류 등 현재 동남아 할랄시장에서 각광받고 있는 우리 품목들이 좋은 사례”라고 전했다.

저유가 등 할랄시장 내 불안요소에 우리 농수산식품 수출이 좌우되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출 R&D를 비롯한 인프라 구축에 보다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노장서 박사는 “태국과 말레이시아는 각각 정부 주도로 할랄과학센터, 할랄 랩(Lab) 등 꾸준한 R&D 투자를 통해 세계적인 할랄식품 수출강국으로 발전했다”며 “외부요인에 구애받지 않고 지속적으로 할랄식품을 수출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원료·성분 등 할랄 원재료 개발 및 제조공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R&D 분야에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은 기자 parkse@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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