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농축산물 유통비용을 8700억원 절감하고 주요 채소류 가격변동을 14%대까지 낮춘다는 계획을 설정했다. 이를 위해 산하기관 및 유관기관에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성과를 관리해 나가기로 해 농산물 유통구조 및 수급안정이라는 목표 달성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3일 전북 완주 용진농협 회의실에서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주재하고 농촌진흥청, 산림청,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협중앙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을 비롯한 유관기관과 관련 단체, 전문가, 유통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유통구조 개선 및 수급안정 업무보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이준원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은 “유통구조 개선과 수급안정을 통한 성과창출로 신뢰받는 농정을 실현하겠다”며 “이를 위해 유통비용을 올해 8700억원 절감하고 채소가격의 변동률을 기존 16%에서 14%로 낮출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모두 발언에서 “농산물 수급안정에 약 1조80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되는데 이렇게 많은 예산이 투입되고도 국민들은 농산물 유통이 달라진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여러 기관의 일하는 방식을 개선해서 조직과 인력, 예산을 제대로 활용해 정책효과를 높이고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얻도록 하자는 것이 오늘 업무보고회의 취지다”라고 설명했다.

도매시장 정가·수의매매 비중 작년 16.5→20%로 확대
농가 품목조직 결성, 첨단기술 활용 관측 정확도 제고


▲정부의 주요 추진 계획은=농식품부는 농산물 유통구조 개선의 핵심을 유통마진 축소로 설정했다. 조직화·규모화·정보화·기계화 등으로 유통효율화 및 물류혁신을 이뤄 유통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다양한 신유통경로를 발굴해 유통경로 간의 경쟁을 촉진시켜 적정이윤을 얻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채소 및 과일은 출하규모의 영세성으로 거래교섭력이 저해됐다는 판단에 따라 산지를 규모화·조직화해 거래교섭력을 확보키로 했다. 이를 위해 주산지 중심의 통합조직 모델을 육성하고 시군 단위 이상의 산지유통조직을 중점 육성해 계열화·조직화하기로 했다.

도매시장의 정가수의매매 비중도 지난해 16.5%에서 올해 20%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존 상장경매 위주에서 정가수의매매, 상장외 품목 등으로 도매시장의 거래방식을 다양화하고 파렛트 단위의 경매 시범사업도 추진한다. 여기에 중도매인 등이 보유한 소량다품목 상품을 해외바이어와 연계시켜 수출로 연결하는 등 도매시장을 수출전진기지로 육성키로 했다. 농산물 물류혁신을 통해 유통비용을 절감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우체국 등 기존 물류체계를 활용한 농산물 전용 물류체계를 구축하고 꼭지절단 수박 유통의 확대, 사과 소포장 유통도 올해 추진된다.

수급안정을 위해서는 사전적 수급안정과 사후적 수급안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사전적 수급안정을 위해서는 주산지 농가를 중심으로 시군, 도, 전국단위 품목조직을 결성한다. 이 품목조직에 참여하는 농가에 대해서는 모든 정책자금을 우선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통해 생산자와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수급안정에 나서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사후적 수급안정을 위해서는 가격변동에 신속하게 대응해 가격안정대로의 회복기간을 단축키로 했다. 이를 위해 가격변동에 신속 대응하는 수급조절매뉴얼을 만들고 수급조절위원회의 구성을 생산자, 소비자, 유통인 및 학계 등으로 다변화해 의견수렴의 폭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농업관측도 강화된다. 특히 기상이변으로 일부 품목의 경우 관측의 정확도에 의심을 갖는 부분이 있어 실시간 관측을 위한 ICT 첨단기술의 활용으로 관측정확도를 제고할 계획이다. 또한 저장·소비실태조사의 강화를 위해 저장업체나 수입업체의 조사를 확대하는데, 이 경우 협력업체에 대해서는 정부자금을 우선 지원하고 저장물량에 대한 보고의무를 법제화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농식품부는 이 같은 유통구조 개선과 수급안정을 위해 이른바 ‘일하는 방식을 개선’키로 했다. 이는 농식품부가 유통정책을 총괄·관리하는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하고 각 기관별 역할분담과 협업체계를 강화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특히 기관들의 성과지표에 따라 분기별 성과를 점검하고 평가결과를 바탕으로 기관 간의 예산과 사업도 조정할 것을 시사했다. 다만 관련 권한은 산하기관에 대폭 위임한다.

이장·작목반장 등 통해 관측정보 활용·인지도 높여야
농산물 수매비축·계약재배 등 수급조절 실효성 검토


▲기관별 계획과 전문가 제언은=이날 현장보고회에서는 농식품부를 포함해 6개 기관들의 향후 업무계획에 대한 보고와 질의 및 토론이 진행됐다. 이 가운데 관측정보에 대한 활용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이 주로 거론됐다. 특히 농촌진흥청, aT 등 유관기관들도 관측정보 활용도 제고에 힘을 보태기로 해 눈길을 끌었다.

이동필 장관은 “농경연의 발표에 따르면 향후 관측정보의 적극적 이용률 65% 달성, 이용자 만족도 69% 달성이라고 했는데 누가,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중요하다”며 “관측정보가 생산되면 이를 생산조정에 활용하는 등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이 있느냐”고 물었다. 문동길 해남군 농업기술센터 지도사는 “현장 농업인들이 고령화돼 글을 읽는 것조차 힘들어 한다”며 “이들은 상인이나 동네 이장들로부터 재배 정보를 얻는데 이런 점을 감안해 마을 이장들에게 관측정보를 제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용선 농경연 농업관측센터장은 “관측정보의 인지도를 확대하고 정보를 신뢰해 잘 활용하게 하는 것이 목표다”며 “이를 위해 각종 기관의 교육현장에 요약된 내용을 배포하거나 지역의 이장이나 작목반장들에게 배포하면 비용을 적게 들이면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은 단기적으로 관측정보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 농업기술센터 지도원들을 모니터 요원으로 활용할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수급에 민감한 5개 품목을 대상으로 40곳의 지역 농업기술센터가 참여하는 관측지도협의체를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이양호 농촌진흥청장은 “해남군 농업기술센터에서 현장에 맞도록 재가공한 관측정보를 농민들에게 제공해 효과를 많이 보고 있다”며 “이처럼 관측정보의 정확도를 높이고 확산을 위해 주산지 40곳의 농업기술센터를 활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동열 aT 유통이사도 “올해부터 유관기관의 협업을 통해 각 기관의 수급관련 정보의 연계와 공유를 확대할 계획에 있다”며 “시범운영이 끝나면 각 기관과 공유해 수급관리에 활용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현재 운영되고 있는 농산물 수급조절의 여러 수단들의 실효성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배추·무의 수매비축이나 현행 계약재배 방식 등에서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김재수 aT 사장은 “배추와 무의 경우 수매비축을 통해 수급조절과 가격안정에 대응하고 있는데 다른 방안을 모색해 봐야 되지 않겠냐”며 “3개월을 주기로 생산되는 품목에 대해 수매비축 방식으로 대응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김병률 농경연 선임연구위원은 “현재 농협에서 실시하는 농가와의 단순 계약재배 방식은 미완성으로 보안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동필 장관은 “오늘 논의된 기초통계의 정비와 정보공유에 대한 시스템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해서 농가에 맞춤형 정보를 제공해 생산조정이 가능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특히 수매비축이나 계약재배 등 수급조절 수단의 실효성에 대해서도 충분한 검토를 해 보자”며 “특히 정부와 각 기관들이 공동의 목표를 설정하고 유기적으로 협업해 현장에서 체감하는 성과를 올려 보자”고 독려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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