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길 논설실장·선임기자

 

드론산업이 시대의 총아처럼 뜨고 있다. 드론(Drone)은 무선 유도로 조종하는 비행기나 헬리콥터 모양의 무인기를 뜻한다. 처음 군사용으로 개발된 이후 촬영, 배달, 기상정보 수집, 농약 살포 등 다양한 분야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미국의 경우 옥수수·대두·밀 등을 생산하는 대규모 농장에서 드론은 물론 무인 자율주행을 하는 트랙터·콤바인·트럭을 이용하는 곳이 늘고 있다.   

드론산업의 세계 시장규모는 2013년 7조원(66억 달러)에서 2022년 13조원(114억 달러)으로 커진다고 한다. 국내에서는 200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개발이 시작돼 2013년부터 향후 15년간 약 1조6200억원으로 성장이 예상된다. 정부는 드론산업을 창조경제, 신성장동력으로 보고 육성한다고 나섰다. 

드론업계는 농업분야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드론을 농업용으로 투입하면 정밀농업으로 생산력이 증대된다고 주장한다. 각 지역의 일조량, 수분, 토양상태, 해충 피해 정도를 항공사진으로 체크해 관리할 수 있고, 농약도 필요한 곳에만 뿌릴 수 있다는 것. 또 농장에 직접 나가지 않고 드론으로 관찰하다가 문제가 발생하면 조치를 취하면 되는 만큼 농가당 영농 가능면적이 크게 늘어난다는 설명이다. 무인헬기보다 가격이 싸고 사용이 쉽다고도 한다.  

드론업계는 농업분야 진출과 관련, 정부에 정책지원을 재촉한다. 최근 한 매체에서 ‘정부가 농업용 드론 융자지원 기준을 12kg 이상에만 한정해 개점휴업 상태’라고 기준완화를 주장하는  기사를 내자 농림축산식품부가 ‘국토부와 협의, 그 이하도 안전성 인증을 받아 지원이 가능하도록 검토할 계획’이라고 하기도 했다.  

국내 과학기술이 발전하고, 경제의 신동력으로 성장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한국 농업의 현실과 특성을 감안할 때 특정기술에 대한 지원은 그 타당성을 여러모로 검증해야 할 문제다.  

드론, 자율주행 농기계 등은 대규모 영농을 전제로 한다. 관련 기술의 발생지인 미국의 경우 호당 경지규모가 2013년 기준 183ha로, 우리나라의 122배다. 미국은 첨단기술과 기계화, 화학농법, GMO(유전자 조작·유전자 변형·유전자재조합 농산물,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등으로 대규모 단작영농이 특징인 세계 최대의 곡물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광활한 농장을 관리하려면 드론이나 자율주행 농기계가 필요할 수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농가 호당 경지면적이 1.5ha에 불과한 소농구조다. 호당 논 면적은 0.8ha, 밭 면적은 0.7ha 정도이다. 필지 자체가 작고, 다품종 농업이다. 농경지는 장애물이 많아 드론이나 대형 자율주행 농기계가 드나들며 작업을 할 만한 곳이 드물다. 대부분 그런 장비를 구입할 필요도 없고, 연 평균 농업소득이 1000만원에 불과한 마당에 그럴 형편도 되지 않는다. 드론은 그저 필요한 곳에서 사용하면 되지, 정부가 드론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농업 분야 규제를 풀지 않으면 큰 잘못인 양 하는 것은 옳지 않다.   

지구멸망 위기를 그린 영화 ‘인터스텔라’에는 드론, 자율주행트랙터 등이 대거 등장한다. 영화에서 지구의 멸망은 환경파괴와 대규모 단작으로 인한 식량작물 멸종에서 비롯됐고, 인류는 결국 지구를 버리고 새로운 별로 떠나고 만다. 대규모로 단작화 된 농장에서 사람 대신 드론과 로봇이 농사를 지어 인류의 후생을 증대시킨다는 스토리는 가능하지도 않고, 그 결말도 잔혹한 SF(공상과학, science fiction)일 뿐이다. 

전면개방 시대, 한국 농업은 미국 등 수출국과 규모화, 가격경쟁으로는 도저히 승부할 수 없다. 한국의 농업은 그 공익적 기능과 다양성, 식량안보를 전제로 농민의 소득을 보장하고, 친환경농업, 로컬푸드, 농민간· 도농간 협동과 연대를 통해 지속가능한 방향을 추구해야 한다.

우리가 서둘러야 할 것은 농업을 활용한 드론산업 육성이 아니라 대규모 단작농업의 수출공세에 풍전등화가 된 우리 농업을 지속가능한 농업으로 재편해 농민도 살리고, 환경도 살리고, 지구도 지키는 일이다. 그것이 인터스텔라의 진정한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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