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전통을 가진 양조장이 살아남지 못하고, 자금력이 많은 업체가 살아남고 있어요. 정부 지원금도 지원서를 잘 쓰는 곳으로 가고 있는 것이 지금의 모순 중 하나입니다.”

전통주 플랫폼 '술펀닷컴' 운영
마을 양조장 중심으로
일자리·6차산업화 등 연계
상생 기반 시스템 만들면
전통주 시장 규모 커질 것


“전통주 도매유통시스템이 현실 상황과 맞지 않아요. 양조장들이 주류도매상에 납품을 한다고 해도 팔리지 않는 걸요. 재고 부담은 양조장으로 또다시 돌아가고 있습니다.”

“전통주에 대한 정보들을 제대로 알 수 있어야 소비자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요. 이런 것들을 공정하게 만들어주는 부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리하게 파고드는 시각은 여느 전문가 못지않았다. 말 속에선 “우리 전통주 산업”이라는 애정이 묻어났다. 국내 최초의 전통주 플랫폼인 ‘술펀닷컴(www.sulfun.com)’. 이를 운영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 ‘술펀’의 이수진 대표는 자신이 바라보는 전통주 산업의 현주소를 조목조목 짚었다. ‘30대 후반의 젊은 여성 대표가 전통주에 대해 알면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하는 편견은 순식간에 깨졌다.

그가 대표로 있는 사회적 기업인 술펀은 전통주와 관련된 정보를 모아 누구든 쉽게 접할 수 있는 플랫폼 ‘술펀닷컴’을 운영하고 있다. 술펀은 교육체험·문화행사 프로그램, 전통주 스토리텔링을 비롯해 컨설팅 사업 등을 두루 맡고 있다. ‘도심 속 양조장’, ‘환경 보존을 위한 전통주 공병 업사이클링 캠페인’도 2014년 설립 이후 이뤄낸 성과다. 올해는 양조장 대표들이 함께하는 ‘양조장 포럼’을 시작해 이곳에서 전통주 업계의 고민을 모아보겠다는 계획이다.

이 대표는 전통주 산업이 어려운 여건들 속에 제대로 닦이지 않은 ‘옥석’과 같다고 봤다. 이와 함께 산업뿐만 아니라 청년 일자리, 6차산업화, 귀농귀촌 등 여러 사회적 고민을 함께 나누고 상생할 수 있는 지점들을 전통주 분야에서 찾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는 “귀농귀촌, 6차산업화 등의 흐름 속에서 전통주 산업의 어려움을 풀기 위한 해법으로 양조장 기반의 사업 접근이 필요하다”며 “마을마다 있는 것이 양조장이다. 또 술로 만들면 고부가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술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를 묶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전통주는 너무나 좋은 콘텐츠”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양조장은 생산을 하고, 젊은 층이나 귀농귀촌을 원하는 30~40대 젊은 사람들이 기존에 자리하고 있는 생산 기반(양조장)과 어우러져 프로그램을 만들어 전통주를 팔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사업들이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 정책은 멀리 보는 것이 아니라 너무 앞만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양조장 중심의 지역 기반이 갖춰지고, 이 시스템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다면 양조장이 살아날 수 있고, 전통주의 시장 규모도 커질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술펀은 앞으로 온라인에서 전통주 플랫폼 역할과 더불어 오프라인에선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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