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도정사업에 진출하려는 롯데상사를 향한 비난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무분별한 대기업의 쌀 시장 진출이 되레 쌀값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국회에서 롯데상사의 관련계획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 가운데, 농민단체들도 롯데상사가 농심과 반하는 행보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무분별한 대기업 진출…“쌀값 하락 부추길 것” 우려 
황주홍 의원 “재검토 즉각중단”…농민단체도 한목청


롯데상사가 쌀 도정사업 진출계획을 재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말, 롯데상사가 시·군 및 지역 RPC로부터 현미를 공급받아 백미로 도정해서 판매하는 ‘라이스센터’를 건설하는 등 일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지난해 롯데상사가 추진하려다 ‘농민들이 반대해 사업을 중단하겠다’는 결정을 해가 바뀌어 번복한 셈이다.

이에 대해 황주홍 국민의당(전남 장흥·강진·영암) 의원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특히 황 의원은 지난해 국정감사를 앞두고 쌀 도정사업에 나서려던 롯데상사로부터 ‘중단하겠다’는 의견을 전해들었던 당사자로서 이번 롯데상사의 움직임에 대해 더욱 강하게 분노했다.

황 의원은 지난 12일 성명서에서 “지난해 롯데상사는 ‘라이스센터’를 건설하려던 계획을 세웠는데,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 않고, 합의도 이루지 못한 채 대기업이 골목상권에 진출하는 것은 많은 우려와 걱정을 낳는다”며 “그런 와중에 롯데상사가 농민들의 반대가 있으니 검토를 당장 중단하겠다는 결정을 내려 매우 환영할 일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무런 환경변화도 없고, 사업진출에 전혀 동의를 이끌어내지도 못했으면서 불과 1년도 채 되지 않아 중단하겠다던 계획을 재개하는 것은 300만 농민과 국회를 우롱하고 속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며 “즉각 재검토를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결과적으로 쌀값 하락을 부채질하는 ‘갑질’ 계획을 시도한다면, 롯데 그룹의 사업 전체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돼 어리석은 소탐대실의 불공정거래행위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민단체들도 황 의원과 같은 주장을 폈다. 롯데상사가 쌀 도정사업에 나설 경우 RPC간 경쟁이 과열되면서 RPC가 적자구조를 면치 못하는데다, 추가적인 쌀값 하락도 예상된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김광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현재도 RPC들이 적자구조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대기업인 롯데상사가 쌀 도정사업에도 발을 들인다면, RPC간 과당경쟁에 따라 쌀값 하락까지도 우려된다”며 “농민들의 반대가 여전하기 때문에 사업을 재개키로 한 롯데상사는 당장 사업계획을 중단하고, 농민들과 상생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데 중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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