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회원국 내년 공식발효 본격화…“우리나라 가입시 농산물 추가 개방 불가피” 우려

TPP(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의 12개 회원국이 공식서명했다. 사실상 2017년 TPP 발효를 위한 본격적인 수순에 나선 것이다. 이런 가운데, 농업계에서는 이미 체결된 FTA보다 더 높은 수준의 개방을 요구받을 수 있는 만큼 TPP 가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미국, 일본, 뉴질랜드 등 12개 회원국은 지난 4일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TPP에 정식으로 서명했다. 이들은 2017년에 TPP를 발효한다는 전제에서, 조만간 국내 비준 등 관련절차를 밟아나간다는 계획이다. 한국무역협회가 지난 4일, 발간한 ‘TPP 정식서명’이란 제목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은 행정부가 연내 의회 비준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말레이시아의 경우 미 TPP 승인을 위해 국회가 법안을 상정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TPP 협상이 속도를 내자, 무역업계에는 TPP 가입여부을 결정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요구하고 나섰다. 무역협회는 “TPP 발효가 한국에 미치는 효과는 대부분 한·미 FTA로 인해 누리던 혜택이 잠식되는데서 비롯되며, 특히 TPP 역내 시장에서 일본과의 경합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앞으로 TPP 12개국의 국내 비준절차 추이를 주시하고, TPP 발효가 한국에 미칠 중장기적인 효과까지 충분히 고려해 가입여부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TPP가 발효되면, 우리나라는 2030년 기준 TPP 미발효시에 비해 GDP는 0.3% 감소하고, 수출도 0.1% 줄어들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결국 TPP 가입을 해야 한다는 게 무역협회의 논리다. 산업통상자원부 역시 연내에 TPP 가입을 위한 로드맵을 만들고, TPP 가입을 검토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농업계에서는 TPP 가입여부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추가개방 우려 때문이다. 한 예로, TPP 회원국 중 하나인 칠레의 경우, 한·칠레 FTA에서 DDA 협상 타결 이후에 논의키로 했던 391개 품목에 대한 개방폭을 더욱 넓혀달라는 요구가 TPP 가입과 함께 몰아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관계자는 “‘예외없는 관세철폐’라는 TPP의 원칙처럼 이전 FTA 개방수준보다 더 문을 열어야 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높다”며 “TPP 물결에 휩쓸리기 보단, TPP의 영향분석 등을 면밀히 검토하는 게 먼저”라고 밝혔다.

이 같은 분위기에 따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서도 반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우남 농해수위원장은 “우리가 기존 FTA 이외의 쌀, 쇠고기 등에 대한 추가개방 요구 등을 수용해야 할 경우 이미 체결된 동시다발적인 FTA로 신음하는 농어업과 농어촌을 벼랑끝까지 밀어낼 것”이라며 “수입개장의 가속화로 이미 황폐화될 대로 황폐화된 농어업과 농어촌은 더이상 TPP 급행료를 부담할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농어업 분야의 추가개방, SPS조치의 완화 등 농어업인에게 일방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통상정책은 폐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영규 기자 choyk@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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