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쌀용으로 사실상 불가능한 2012년산 재고 쌀의 사료용 공급이 본격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사료용으로 판매할 물량과 가격이 최종 결정됨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사료업체들의 수요조사와 함께 빠르면 이달 22일부터 판매 계약을 체결한다는 방침이다. 이로써 농림축산식품부가 적정 수준보다 2배 가량 많은 재고 쌀을 줄이기 위한 특별 대책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조치로 재고 쌀을 사료로 사용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도 매우 낮아졌다. 

공급가격 kg당 200원, 현미 9만 9000톤 규모
농식품부와 구매계약, 지자체가 현물관리 담당
사료업체 “수요예측 어려워…애완견 사료 적합”


▲사료용 재고 쌀 어떻게 판매하나=농식품부와 사료관련 단체, 사료업체들은 수차례의 협의를 통해 2012년산 재고 쌀의 사료용 공급가격을 1kg당 200원으로 결정했다. 사료용 옥수수와 밀 등 국제곡물 시세와 환율, 국제 유가, 해상 운임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산정됐다. 사료용 쌀 가격은 가공용으로 판매되는 재고 쌀보다 가격이 매우 낮지만 사료의 주재료인 옥수수, 밀 등과는 유사한 수준이다.

사료용으로 처분할 물량도 결정됐다. 2012년산 현미 9만9000톤으로 당초 검토됐던 것보다 다소 많은 수준이다. 농식품부는 판매가격과 물량이 결정됨에 따라 12일까지 사료업체를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하고, 구매를 희망하는 업체와 판매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식량정책과 관계자는 “판매가격이 정해진 만큼 공매절차 없이 사료업체는 농식품부와 직접 구매계약을 체결하게 된다”며 “다만 정부 양곡을 지자체가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현물과 판매대금 관리는 지자체가 담당한다”고 밝혔다. 

사료업체 한 관계자는 “이번 사료용 재고 쌀 가격은 사료업체별 배합 비율과 원료 조달방식 등이 달라 옥수수와 밀 가격에 직접적으로 비교하기는 것은 한계가 있다”며 “따라서 업체에 따라 가격이 다소 비쌀 수도 있고 저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료업체들의 반응=사료업체들은 다소 관망하는 분위기를 보이는 가운데 사용량을 분담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가 이뤄졌다. 9만9000톤의 물량 중에서 한국사료협회 6만1000톤, 농협사료(중앙회 및 지역농협 사료공장) 2만8000톤, 단미사료협회 1만톤 등으로 조율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간 사료업계 관계자는 “배합사료는 40~60여 가지 재료가 혼합되는데 업체별로 배합비율이 다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수요가 있을지는 모르겠다”며 “무엇보다 사료곡물 저장빈이 비어있어 하는데 사료공장별 상황이 다 다를 것”이라고 밝혔다. 

또다른 사료업체 관계자는 “돼지와 닭 사료용으로 쌀을 사용할 수 있지만 배합비율을 달리해서 급여했을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모른다”며 “사료업체와 배합 담당자들이 이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쌀을 이미 사용하고 있는 애완견 사료는 매우 적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과제=쌀 가격이 수년째 역계절 진폭을 보이고 쌀 자체 소득이 감소하면서 재고 쌀의 사료화에 대한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 부담감이 높았던 쌀의 사료화에 대해 보다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밥쌀용으로 불가능한 정부 재고 쌀을 사료로 전환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야 정책 담당자가 부담 없이 업무를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배합사료의 쌀 함유비율에 따른 장단점을 분석하고, 실제 축종별 사료급여 시험연구를 통한 효율도 면밀히 따져 해당 정보를 사료업체 및 축산농가에 제공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식량정책과 관계자는 “쌀 수급관리 중장기 대책에서 사료용으로 처분하는 하는 방안을 담고 있어 이를 제도화하면 될 것 같다”며 “총체벼와 벼 알곡의 사료 급여에 대한 시험연구도 계획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