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0일 ‘농사펀드’와 ‘술펀’이 마련한 ‘도심 속 농촌’ 행사에서 체험객들이 이선애 효덕목장 대표(오른쪽)의 설명을 들으며 치즈를 만들고 있다.

"도시민에 농촌경험 제공"
'농펀드-술펀' 의기투합
서울 인사동 한복판 식당 안
"전통주·치즈 체험하자" 북적


입장주조·효덕목장 참여
유기농치즈 함께 만들고
연미주·탁주 미묘한 맛 만끽  


지난달 30일 오후 2시 서울 인사동의 한 식당. 점심손님이 돌아간 실내가 다시 활기를 띤다. 식탁 위에는 음식 대신 전통주와 시음잔, 치즈체험을 위한 도구들이 올라있고, 어느새 앞치마와 두건, 비닐장갑으로 무장(?)한 손님들이 식당 안을 가득 메웠다. 인터넷을 통해 사전 참가비 2만9000원을 지불하고, 평소 좋아했던 전통주와 치즈를 맛보기 위해 모인 30여명의 소비자들이 체험준비를 모두 마친 것이다.

평범한 도심 속 식당을 양조장과 목장에서나 가능할법한 농촌체험장으로 탈바꿈시킨 이들은 바로 ‘농사펀드’와 ‘술펀’이다. 농부에게 투자하고 믿을 수 있는 먹거리를 돌려받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소셜벤처 ‘농사펀드’와 우리 전통주를 알리고 양조장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는 예비사회적기업 ‘술펀’이 힘을 모은 것인데, 이유는 다름 아닌 ‘소통’ 때문이다. 도시와 농촌을 연결하기 위해선 소비자들이 보다 가까이서 농촌의 이야기를 듣고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 두 회사가 공감한 것이 원동력이 됐다.

▲ 이번 행사에서 효덕목장을 소개한 농사펀드 박종덕 대표가 ‘유기농 치즈’ 바구니를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도심 속 농촌’이란 이름으로 2번째 열린 이날 행사의 주제는 ‘천안 : 한국의 유기농 치즈와 연미주, 입장탁주’. 이 지역을 대표하는 입장주조의 연미주와 탁주가 식탁에 올랐고, 마찬가지로 이 지역에서 유기농 우유와 치즈를 생산하는 효덕목장이 함께 했다.

입장주조의 연미주는 생주와 살균주로, 탁주는 제조날짜가 4일전, 2주전, 3주전인 것과 원주가 각각의 시음잔과 함께 준비됐다. 술펀 이수진 대표는 “연미주의 경우 생주와 살균주를 비교하고, 탁주는 제조날짜에 따른 미묘한 맛의 차이를 느껴볼 수 있도록 준비했다”며 “시중에서 접할 수 없는 막걸리 원주를 맛보는 것도 또 하나의 재미”라고 설명했다.

효덕목장에선 이선애 대표가 우유와 치즈를 생산하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뜨거운 물을 이용해 치즈를 직접 만들어보는 체험을 실시했다. 농사펀드 박종범 대표는 “우리는 농장주의 철학대로 안전한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효덕목장의 경우 유기농 우유와 치즈생산을 위해 적정규모를 고집하고 있다는 사실을 사회적기업인 ‘둘러앉은 밥상’을 통해 알게 돼 이번 행사를 함께하게 됐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행사에선 체험객들이 전통주와 치즈로 ‘수라상’을 차리고, 대접하고 싶은 사람과 어울리는 음식 등을 발표하도록 했는데, 그 반응이 매우 뜨거웠다. 체험객 대다수는 부모님과 선생님 등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며 전통주와 유기농 치즈를 대접하고 싶다는 소감을 전했다. 

체험객 이승미 씨는 “우연히 오늘 행사에 참여했는데 이렇게 많은 막걸리와 치즈를 먹어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막걸리와 치즈를 같이 먹어보니 정말 좋았고 개인적으로는 원주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아버지에게 스트링치즈와 막걸리 원주를 수라상으로 차려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소비자들과 만난 효덕목장 이선애 대표는 누구보다 큰 만족감을 표했다. 이선애 대표는 “그동안 유기농 우유와 치즈를 생산하면서 힘들 때가 많았고, 특히 소비자들이 오해를 하거나 불신을 할 때는 회의감마저 들었다”며 “하지만 오늘 얼굴을 보고 대화하면서, 소비자들이 그동안 고생한 것을 알아주는 것 같아 많은 위안이 됐고 보람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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