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인기를 끌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 요인이 있었겠지만 ‘바둑 우승 상금 5000만원으로 강남의 은마아파트를 사라’는 등 현재와 너무나 달랐던 당시 상황을 웃음 코드로 활용했던 면도 한몫했다는 평이다. 은마아파트가 10억원을 호가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에겐, 더욱이 당시를 살지 않았던 다수의 젊은 국민들에겐 5000만원의 은마아파트는 추억 혹은 상상 속의 일이었던 것이다.

그만큼 급속한 경제발전과 더불어 28년 새 물가도 껑충 뛰었다. 28년 전의 가격이 있을 수 없었던 일로 비쳐질 만큼. 그러나 농산물로 돌리면 이는 다른 나라 이야기다. 1988년 1월 가락시장에서 배추 1접(100포기·상품)의 평균 경락가는 10만2166원이었다. 현재 가격 기준인 3포기(10kg망)로 치면 3065원에 달한다. 지금으로 돌려도 이는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2015년 1월 10kg망 상품 기준 3065원을 넘어선 날은 휴일을 제외한 26일간의 경매일 중 8일에 불과했던 반면 넘어서지 못한 날은 17일에 달했다. 지난해 1월 28일은 88년 1월 평균 시세였던 3065원에 거래됐다. 물론 해마다 상하 폭이 달라지고 있지만 2012년 1월엔 3065원의 경락가를 넘은 날이 고작 3일밖에 되지 않았던 것에서도 알 수 있듯 평년값을 계산하는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최근 5년간 두해나 1월 시세가 28년 전 1월의 배춧값에도 응답하지 못했다.

요즘 경제 뉴스를 보면 두 개의 대조적인 내용이 눈에 띈다. 부동산 거품이 꺼져 아파트 값이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와 설을 앞두고 한파와 폭설로 배추 등 농산물 값이 급등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봤자 물량이 급감한 최근 배춧값이 88년의 두 배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도 평년값과 비교해 농산물 값 급등 소식이 연일 전해지며 소비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더 우려스러운 부분은 선거철이 다가온다는데 있다. 선거철을 앞두고 너도나도 물가 잡아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낸다. 여대야소를 만들어야 할 정부에서도 선거철 유독 물가 잡기에 집중한다. 그런 이들에게 농산물 시세의 기준 가격이 될 평년값이 내려간다는 것은 어쩌면 반가운 소식일수도 있다. 그래서 평년값이 내려가는 것에 대한 정부 및 관련 부처의 대책이 나오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번 선거에선 어디 농산물 값 올려야 한다는 후보 없을까. 적어도 평년값이 떨어진다는 것이 농가들에게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알릴 수 있는 후보라도. 정부가 대책을 내놓지 않는 상황에서 농산물 값의 현실을 직시하고 제대로 응답해줄 후보가 너무나 필요한 총선거다.

김경욱 기자 유통팀 kimkw@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