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일 충남 부여 골든팜 농장에서 백관현 대표가 오는 2월 졸업시즌에 출하할 프리지아를 둘러보고 있다.

혹독한 추위 속에서도 화훼업계는 연중 최대 성수기라 불리는 2월 졸업시즌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2월은 졸업식과 밸런타인데이 등 화훼소비 수요가 몰려 5월과 함께 최대 화훼 성수기다. 화훼업계는 이번 성수기를 앞두고 ‘날씨’와 ‘수입’을 최대 변수로 꼽았다. 지난해 11월 잦은 비로 인한 생육장애와 최근 매서운 한파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베트남 등에서의 수입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는 관측이 시장에서 속속 들려오고 있기 때문이다. 화훼 성수기인 2월을 앞두고 산지와 시장 동향을 살펴봤다.

졸업식·일본 수출·봄철 수요 맞춘 계획출하 어그러져
혹한 이어지면서 생육 지연…평년보다 시기조절 애로
남미 장미·베트남 소국 등 수입산 대체 움직임 들썩


▲산지는 날씨가 변수=“앞으로 어떻게 물량이 나올지 예측이 안되네요.”

지난 20일 찾은 충남 부여군 세도면에 위치한 골든팜 농장을 운영하고 있는 백관현(71) 대표. 그는 지난해 12월에 출하하기로 계획했던 수출용 프리지아를 최근 수확하기 시작했다.

백 대표는 18동 시설하우스(1만1900㎡)에서 프리지아와 대국을 번갈아가며 재배하고 있다. 프리지아로는 국내 최대 규모인 만큼 조생종부터 중만생종까지 품종을 다양하게 하고, 심는 시기와 온도 등을 조절하면서 2월 졸업식, 3월 일본수출, 4월 봄철 수요를 예상하고 계획적으로 물량을 출하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날씨 때문에 이 계획이 대부분 틀어진 상황.

백 대표는 “이번 겨울은 흐리다가 따뜻한 날씨가 이어지더니 이번 주에는 갑작스러운 혹한이 찾아왔다. 그러다보니 언제쯤 꽃이 올라올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며 “재배 면적의 2/3 가량은 졸업시즌에 맞춰 생산에 들어가고 있는데 일정이 조금씩은 틀어질 것 같다”고 밝혔다.

백관현 대표와 같은 상황은 현재 화훼농가들이 전반적으로 겪고 있다. 화훼는 출하시기가 중요하지만 지난해 11월부터 계속된 이상기후로 인해 올해는 언제 얼마만큼의 물량이 나올지 예측이 힘든 상황이다. 실제로 남부지역의 금어초는 따뜻한 날씨 때문에 예상보다 꽃이 빨리 펴 출하가 조기에 종료되기도 하고, 중부권 장미농가는 생육기간이 길어지고 물량이 줄고 있다. 이상기후로 평년에 비해 출하시기 조절이 어렵다는 얘기다. 이에 현재 경매사들과 시장 상인들은 설 전후로 출하를 유도하고 있으나, 산지에서는 설 직전에는 많은 물량이 나오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다.

오수태 aT화훼공판장 경매사는 “설 명절 전후로 수요가 크게 늘겠지만 산지에서는 기상 문제로 생육이 지연되면서 설 이후 10일, 3~4번의 장이 열릴 동안 출하를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수요는 특정 품목의 쏠림 현상이 다소 완화되는 추세다. 과거 키가 큰 형태의 꽃다발이 많이 판매되면서 프리지아, 장미, 금어초 등 몇몇 품목에 수요가 집중됐다면, 최근 키가 작은 부케 형식의 꽃다발이 인기를 끌고 있다. 또한 리시안사스, 라넌큘러스, 카네이션, 스톡크, 소국 등의 품목들도 고르게 소비되고 있는 상황이다.

양재동에서 화원을 운영하는 장은옥 겟잇플라워 대표는 “화훼는 소비자 트렌드에 민감한 품목으로 최근 다양한 꽃을 활용하는 화훼상품들이 개발되면서 특정 화훼품목의 성수기 쏠림현상이 완화되고 있다”며 “앞으로도 소비트렌드에 맞춘 다양한 색상과 품종의 소비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졸업시즌 수입꽃 잠식 우려=지난해 11월부터 기상악화로 인해 국내 화훼류 수급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지면서, 농가들 사이에서는 졸업시즌에 모자란 국내 물량을 수입산 절화류가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지난 20일 새벽에 찾은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 꽃시장에는 본격적인 졸업장이 열리지 않았음에도 수입산 꽃이 크게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먼저 골판지 등으로 포장된 콜롬비아·에콰도르산 장미가 눈에 띄었다. 화형이 크고 특이한 남미산 장미는 소매기준으로 한단에 2만원 이상의 고단가를 형성하고 있다. 국내산 장미의 졸업시즌 한단 가격은 평균 1만원을 잘 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미산 장미를 취급하는 가게가 적지 않았다. 여기에 만다린, 알버플로라, 패드리털믹스, 메탈라시아 등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수입된 특이한 꽃들을 취급하는 매대도 늘었다.

특히 베트남산 소국을 취급하는 가게가 많아졌다. 베트남산 소국은 품종도 다양한데다 가격은 한단에 소매기준 3000원 선으로 국내산 소국과 비슷하거나 저렴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국내산 시세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되는 부분이다.

수입산 절화류의 경우 한 달이 지나야 관세청 등에서 수입 통계가 발표돼 당장 얼마만큼의 물량이 수입됐는지 정확한 파악이 어렵지만, 업계에서는 이미 적지 않은 물량이 수입됐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홍영수 한국절화협회 사무국장은 “수입업자들로부터 동향을 확인해보니 올해 졸업시즌에는 콜롬비아, 네덜란드 뿐 아니라 이스라엘 등 생소한 국가에서도 다양한 품목의 화훼류가 들어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며 “특히 저가의 베트남산 화훼류 등은 국내 시세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김현희 기자 kimh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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