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추진하는 떡류업체들의 HACCP 의무화 방침에 대한 취재를 하면서 접했던 취재원들은 하나같이 이름 또는 업체명을 밝히길 극도로 꺼려했다. 관련단체도 마찬가지다. 혹여나 다른 불이익이 있을 수도 있어서 그렇단다. 그들의 처지와 상황을 알기에 십분 이해했다.

취재 과정에서 궁금했던 대부분의 정보도 식약처에 집중돼 있었다. HACCP 전문기관을 표방하는 식약처 산하 공공기관에 HACCP 인증 현황과 관련한 내용을 묻자 “자세한 부분은 소관 부처인 식약처에 문의를 하면 알 수 있다”며 난감한 기색을 보인다. ‘우리 업무는 이 정도 수준까지입니다’라는 ‘커밍아웃’의 느낌이랄까.

정작 식약처 담당 부서에 문의를 하니 공식적인 대외 창구인 대변인실의 조율을 거쳐야 한다는 완곡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 이후에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담당 과에 연락을 했더니 언론의 공식 대응은 사무관급 이상으로 돼 있어 지금은 곤란하다는 얘기가 나왔다. 결국 이날 외부 출장을 떠난 담당 사무관과 통화하기까지는 날짜가 바뀌고 꽤 오랜 기다림이 필요했다. 언론의 접근성도 이 정도인데, 일반 국민이나 관련 업체들의 경우는 어떨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다. 더욱이 자신의 이름조차 밝히기 힘들어 하는 이들이 많은 상황인데 말이다.

지난해 4월 김승희 식약처장이 제2대 식약처 처장에 오르면서 대외적으로 밝힌 취임사에는 이런 말이 있다.

“식약처의 현장은 크게 네 곳이 있습니다. 첫째는 ‘국민’, 둘째는 ‘산업’, 셋째는 ‘전문가’, 넷째는 ‘언론’입니다. 각 현장과의 접점을 확보하고, 우리가 추진하는 정책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고 의미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김승희 처장은 앞서 “우리는 더욱 외연을 열고 현장과 소통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하며, 이 중 ‘현장’이라는 의미를 부연 설명하면서 이렇게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과연 ‘식약처의 현장’ 곳곳에서 그들이 말하고 있는 ‘소통’이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지난해 ‘가짜 백수오’ 사태가 터지면서 안전 불감증의 오명 아래 전면 쇄신의 요구를 받았던 식약처. 같은 해 9월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나왔던 한 의원의 말도 식약처의 소통 부재라는 맥락에서 날이 뾰족 서 있다.

이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 식·의약 정책 환경 변화로 인해 식약청을 식약처로 승격시키면서 조직과 예산이 확대됐으나, 식약처는 여전히 정책소통 측면에서 갈등과 의식의 부재가 존재하고 있다”며 “식약처 내부적으로 보면 기술직과 행정직군 간의 갈등으로 상호 협력에 문제가 있고, 또한 부서 간 업무 협조가 잘 안되거나 담당 직원의 의식이 부재한 경우도 있다”고 했다.

현장에서의 ‘소통’을 취임 일성에서 강조한 ‘김승희호(號)’. 2016년 올해 출범 3년을 맞게 될 식약처의 신년 화두가 ‘국민의 식품 안전 강화’와 더불어 또 한 가지, 말뿐이 아닌 진짜 소통다운 ‘소통’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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