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호주산 산양·면양 종축을 수입하기 위해 관련 수입위생조건 제정안을 내놓자 생산자 협회 간 찬반 의견이 나뉘고 있다.

호주산 산양·면양 종축 수입을 둘러싸고 관련 생산자 협회 간 찬반 의견이 나뉘고 있다. 한국염소축산업협회와 한국산양유협회는 종축개량을 이유로 수입을 찬성하는데 반해 한국흑염소협회는 다수의 회원이 국내 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이유로 수입을 반대하고 있다. 흑염소협회의 경우 전 회장을 비롯한 소수 회원들이 수입을 찬성하는 등 협회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며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7월부터 ‘수입위생조건 제정’ 두고 논쟁 거듭
“새로운 종 수입해 종축 개량해야 발전” 찬성 입장에
“위생조건 완화로 국내 산업기반 흔들릴 수도” 반대


▲종축개량 위해 호주산 산·면양 수입해야=호주산 산양·면양 종축 수입을 둘러싼 논쟁은 지난해 7월부터 시작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해 7월, 호주에서 수입되는 산양과 면양에 대해 수출검역 조건을 부여해 교역을 촉진하는 내용의 ‘호주산 산양 및 면양 수입위생조건 제정(안) 행정예고’를 실시한 이후 생산자 단체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에 따라 제정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며 문제가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 염소축산업협회와 산양유협회, 김운혁 전 흑염소협회장과 소수 회원은 호주산 산양 및 면양 위생조건 제정에 찬성하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에 종축용 염소가 부족해 난교잡과 근친교배가 이뤄져 우수 혈통이 사라졌다는 이유에서다. 또 소수농가가 종축용 염소를 독점해 높은 가격이 형성돼 있어 종축 개량과 보급을 위해 수입 위생조건 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김운혁 전 흑염소협회 회장은 “현재 교잡종은 질병에 약하고 폐사율도 높다”며 “염소와 흑염소 산업이 발전하려면 새로운 종을 수입해 종축을 개량해야 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입하면 흑염소 농가 기반 흔들려=흑염소 협회의 대다수 회원들은 호주산 산양·면양 수입 위생조건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기존에 호주와 체결된 ‘우제류 동물 및 그 생산물 수입 위생조건’이 있어 산양 및 면양의 수입이 가능해 또다른 제도가 필요없다는 주장이다. 산양과 면양에 대한 별도의 수입 위생조건을 제정하면 오히려 위생조건이 완화돼 국내 흑염소 산업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이현권 흑염소협회 부회장은 “염소나 흑염소는 아직 기반이 불안정한 상태고, 지금까지 국가의 도움 없이 농가들이 종축을 개량해 산업을 유지해왔다”며 “종축개량이 목표라면 정액과 수정란만 수입하면 되는데 종축을 수입하는 건 일부 수입업자만 이윤을 보게 되고, 검역조건만 약화될 것”이라고 주장이다.

특히 흑염소 협회 대다수의 회원들이 수입 위생조건 제정을 반대하는 가운데 김운혁 전 회장이 독자적으로 농식품부에 찬성의견을 제출하며 혼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이현권 부회장은 “흑염소협회 차원에서 지방법원에 김운혁 전 회장에 대한 업무정지 가처분신청을 진행하고, 이사회를 통해 회장직 자격 상실을 의결했다”며 “흑염소협회는 국민 건강과 생산농가 생존권 수호차원에서 호주산 산양 및 면양 수입위생조건 제정을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 입장은=정부는 호주산 산양 및 면양 수입위생조건 제정과 관련해 한 발짝 물러선 상태다. 협회 간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 이에 농식품부는 관련 공청회를 개최하고 협회 간 의견이 일치되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농식품부 검역정책과 관계자는 “행정예고를 했으나 의견 찬반이 있어 협회 간 의견 일치 요청을 한 상태”라며 “협회 간 의견이 일치돼야 제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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