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습식유통 지원 사업 예산이 지난해와 비교해 70% 가량 축소됐다. 사진은 습식유통으로 aT화훼공판장에 출하된 장미.

농식품부 “지난해 불용예산 40%” 1억원 책정 그쳐
농가 “습식유통 필요성 확대, 활성화 계획 세워야”


고품질의 화훼 유통을 목표로 진행돼 온 정부의 습식유통 지원사업 예산이 올해 70% 이상 축소됐다. 불용예산이 많았다는 것이 원인인데, 애써 마련된 예산이 불용이라는 이유로 축소되지 않도록 체계적인 예산 활용계획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수명연장제를 넣은 물통에 절화를 담아 유통하는 습식유통은 절화의 수명을 늘려줄 수 있어 네덜란드, 일본 등의 화훼 생산 선진국에서는 보편적인 유통방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국내에서도 이 방식을 확산하기위해 지난 2007년부터 지원 사업을 진행해 왔다. 지난해는 농가 의견을 수렴해 지원 금액과 활용방안, 보조 비율 등을 대폭 늘려, 3억3700만원의 국고보조예산을 편성했다. 그 결과 습식유통을 위한 부자재 품목까지 지원 범위가 확대됐고, 전동수차·레일 설치 등 현장 농가의 요구를 수용한 새로운 사업도 진행됐다.

그러나 올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습식유통 지원 예산을 1억원으로 책정했다. 지난해와 비교해 70% 이상 관련 예산이 삭감됐다. 삭감 이유는 지난해 불용예산이 40% 가량 발생한데다, 시장에서도 습식유통 비율이 크게 늘지 않아 예산 투입의 효과를 보지 못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습식유통 지원사업은 매년 불용예산이 크게 발생해 왔기 때문에 기존 수요에 맞춰 예산을 줄이게 됐다”며 “관련 기반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에서 현행의 지원 방식으로는 큰 효과를 낼 수 없다고 판단해 개선방안을 찾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농가에서는 오히려 확대를 독려해야 하는 시점에서 관련예산이 줄어든 것에 대한 아쉬움과 함께, 앞으로는 체계적인 사전 수요 예측 및 사업계획을 세워 불용예산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습식유통을 하고있는 농가 대부분이 과거 지원사업을 통해 습식물통 등 생산기반을 갖추고 있는 상황에서 유사 분야의 예산이 지속되면서 사업의 확대나 실효성이 낮았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건식유통 중심의 현재 유통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고 단순히 생산 위주의 지원만으로는 성과를 거두기 어려웠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 생산기반을 지원하는 것을 넘어 유통과정을 아우르는 활성화 기반 마련이 포함된 예산이 수립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북지역에서 습식유통으로 장미를 출하하고 있는 정화영 로즈피아 대표는 “생활 속 꽃 소비를 늘리기 위해서는 관상기간을 연장하는 습식유통이 필수적으로 정착돼야 함에도, 기존 생산자 수요에만 맞춰 올해 예산을 축소한 점은 많이 아쉽다”며 “농가와 상인들이 습식유통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할 수 있도록 생산·유통·소비 과정을 아우르는 체계적인 활성화 계획을 마련해 불용예산이 없도록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김현희 기자 kimhh@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