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록누리협동조합은 다양한 교육문화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자는 취지로 결성된 교육협동조합이다. 사진 왼쪽부터 조합원으로 왕성하게 활동 중인 이진영·박송자·박진희·이주영 씨.

○장수군 초록누리협동조합    
“교육과 돌봄으로 지속가능한 시골 만들기” 의기투합 


새로운 교육공동체 만들자’
토박이 주민-귀농귀촌인 한뜻
지역내 좋은 강사 발굴 역점
건강한 배움의 문화 확산
아이들 튼튼한 그루터기될 것

“농촌에서 성장하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자신들의 미래를 함께 걱정하고 지지해주는 마음 따뜻한 어른들이 곁에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앞으로 초록누리협동조합이 우리 장수지역 아이들의 튼튼한 그루터기가 돼 줄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박송자·48)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죠. 지역 안에서 우수한 지역강사를 끊임없이 발굴해내고, 그분들을 전문가로 양성해내는 것, 그래서 초록누리협동조합이 지역에서 신뢰받는 민간교육자집단이 되는 게 저희 목표입니다.”(박진희·45)

전북 장수군 제1호 협동조합인 초록누리협동조합. 지난 2012년 장수군에서 진행한 ‘여성 프리랜서 전문강사 교육과정’을 이수한 6명의 강사모임과 장수군의 귀농공동체 마을인 하늘소마을 교육프로젝트팀이 의기투합, 2013년 2월 첫 발걸음을 뗐다. 시골에서 나고 자라 시골 아이들의 결핍을 누구보다 잘 아는 토박이 주민들과, 끼리가 아닌 마을주민으로 살고 싶었던 귀농귀촌인들이 교육과 돌봄을 통해 지속가능한 시골을 만들어 보자고 뜻을 모은지 꼬박 3년이 됐다.

지난 7일, 지역에서 새로운 교육공동체를 꿈꾸는 이들을 만나기 위해 장수군내 수남초등학교를 찾았다. 마침 초록누리협동조합이 수남초등학교의 겨울방학 방과후 프로그램을 위탁받아 4일부터 2주간 수업을 운영 중이었다.

▲ 지난 7일, 겨울방학 방과후 프로그램 일환으로 연찬수업을 진행한 수남초등학교 학생들과 이주영 선생님. 전교생 76명 중 50명이 참여할 정도로 방과후프로그램에 대한 학부모들과 아이들의 호응이 높다.

겨울방학인데도 방과후학교 수업을 듣기 위해 아침 일찍 학교에 나온 아이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이날 진행된 수업은 이야기 나누기 수업. 아이들은 타산지석(他山之石), 역지사지(易地思之), 아전인수(我田引水) 같은 사자성어 중 각자 자기 마음에 끌리는 단어를 선택하고, 왜 그 단어를 선택했는지 친구들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자연스럽게 사자성어의 뜻을 익혔다.

수남초의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은 전교생 76명 중 50명의 학생들이 참여할 만큼 학부모들과 아이들의 호응이 높다. 음식을 활용해 예술작품을 만들면서 마음을 치유하는 푸드아트테라피부터 미술심리치료, 어린이 미각수업, 전래놀이, 다도, 독서문장탐험대 등 초록누리협동조합이 준비한 다양하고 흥미로운 프로그램 덕분이다. 초록누리협동조합 박송자(48) 이사는 “다도나 푸드아트테라피, 미술심리치료 등 학교에서 접하기 어려운 체험프로그램을 통해 농촌 아이들의 정서적인, 심리적인 치유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도 만족해한다. 1학년 담임으로 방과후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김재수(38) 선생님은 초록누리협동조합이 생겨 지역의 작은 학교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방과후 프로그램을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이 강사 모시기에요. 아무래도 적은 돈으로 먼 시골학교까지 오겠다는 분들이 많지 않거든요. 초록누리협동조합은 가까이 계시기 때문에 의사 소통도 원활하고 지역분들이라 아이들에게 더 많은 애정을 쏟아주시니 감사하죠.”

현재 초록누리협동조합의 조합원은 14명. 그 중 5명이 귀농인이다. 조합원수는 아직 크게 늘지 않았지만 14명 모두가 자기 전문영역을 갖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창립 첫해, 초록장수지킴이학교를 시작으로 청소년대상 사회적경제 창업스쿨, 여성 사회적경제 아카데미 등을 추진했다. 다음해에는 장계초등학교와 시골만세학교를 진행했고, 장수교육지원청의 토요방과후학교도 맡았다. 작년에는 전북도교육청이 추진한 ‘방과후 마을학교’ 사업주체로 선정돼 매주 수요일 장계·계남초등학교 학생들과 다도·요리·생태환경·바느질수업을 진행했다. 지역의 14개 단체가 모여 지난해 창립한 <행복을 일구는 장수교육 네트워크>를 만드는 데도 힘을 보탰다.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농어촌희망재단이 추진하는 ‘농어촌마을 희망교육공동체’ 지원사업에 3년 연속 선정돼 재정적으로 숨통이 트였다.

조합원들이 밝히는 초록누리협동조합 운영원칙은 세가지. 첫째, 우리지역 사람이 전문가라는 생각으로 지역에 있는 좋은 강사를 발굴할 것. 둘째, 주강사-보조강사 개념 없이 우리 안의 평등을 지향할 것. 셋째, 귀농인 현지인 구분 없이 모두의 조직으로 성장할 것.

2009년 하늘소마을로 이주해 협동조합 창립에 앞장섰던 박진희 씨는 특히, 귀농인과 현지인으로 나눠보는 시각을 경계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귀농을 한 건 맞지만 우리는 장수 사람이에요. 우리 막내가 장수에서 태어났거든요. 우리 아이들은 장수에서 계속 클겁니다. 초록누리협동조합은 계속 장수에서 살려면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할까하는 고민에서부터 시작됐어요. 교육문제로 아이를 어릴 때부터 도시로 유학보내야 한다면, 시골에 온 의미가 없잖아요.”

현재 협동조합은 이윤을 남기지 않는 형태로 운영 중이다. 하늘소마을에서 운영하는 떡방을 무상 임대해 사무실로 쓰면서, 필요경비는 조합원들이 개별로 받는 강사비에서 10%씩 떼어 충당한다. 수업 일수가 다르기 때문에 수익은 조합원별로 차이가 있다.

하늘소마을 창촌멤버로 2004년 귀농한 이진영 씨(47)는 “수업을 많이 하는 편이라 이 일을 하면서 4개월 동안 월 100만원 정도의 강사비를 벌었는데, 사실 소득보다는 내가 하고 싶고, 내가 잘하는 일을 열심히 했다는 만족감이 더 크다”며 “지역내 건강한 배움의 문화를 이끌어가는 중심에 초록누리협동조합이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지역 안에서 재능과 역량을 갖춘 좋은 사람들을 찾아내고, 이들과 함께 아이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도 즐겁게 배우고 뛰놀 수 있는 교육공동체를 만들고 싶다는 초록누리협동조합의 발걸음이 장수에 새로운 희망의 씨앗이 되고 있었다.

김선아 기자 kimsa@agrinet.co.kr
 

▲서귀포귀촌협동조합은 지역주민과 이주민의 다양한 협동과 협업을 통해 마을공동체를 유지하는 긍정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팟케스트 방송인 ‘제주살래 방송국’, 남원읍사무소에 마련된 청춘극장 상영관, 고사리·옥돔·흑돼지 등을 직거래하는 ‘우리마을 꾸러미사업’, 감귤 구매량의 10%를 적립해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사랑의 감귤사업’.

○서귀포귀농귀촌협동조합 ‘제주살래’   
지역주민-이주민간 벽 허물고…서로에게 ‘좋은 이웃’

이어지는 제주살이 행렬에
‘제대로 제주 배워보자’ 꿈틀
제주말 배우기·텃밭 가꾸기 등
다양성 존중하며 배려, 소통
마을 공동체 유지·공존 모색


지난해 11월까지 제주로 순수 유입된 인구는 1만3026명. 역대 최대치였던 2014년 한해 순유입 인구 1만1112명을 훌쩍 넘어서는 등 한두 달에 하나의 마을이 생겨날 정도로 제주살이에 나서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제2의 인생을 꿈꾸는 이들의 이주로 제주는 ‘이주 열풍 지대’, ‘대안적 삶 터’ 등으로 주목을 받고 있지만 인식차로 인한 지역 주민과의 갈등, 경제적 문제 등 이상과 현실의 장벽으로 이주민들의 제주살이가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 같은 현실 속에서 서귀포귀농귀촌협동조합이 서귀포시 남원읍을 중심으로 지역 주민과 귀농귀촌 이주민이 함께 ‘협동과 협업’를 통해 ‘공존과 공생’으로 나아가기 위한 농촌 변화의 실험을 시도 중이다.

서귀포시 남원읍 남원리에는 마을기업 ‘제주살래’가 있다. ‘제주살래’는 지역 주민과 귀농귀촌 이주민들이 함께 모여 만든 마을기업이자 서귀포귀농귀촌협동조합이다.

귀농귀촌인들의 마을 정착과 문화예술 사업을 통한 지역문화 발전 및 지역 주민의 문화 경험을 위해 지난 2013년 7월 꾸려진 서귀포귀농귀촌협동조합은 현재 지역 주민과 이주민 등 35명의 조합원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서귀포귀농귀촌협동조합은 처음부터 협동조합 형태로 조직된 것은 아니다. 제주 배우기에 나선 이주민을 중심으로 구성된 독서동아리 ‘남원북클럽’을 모태로 공동체적 삶에 대해 고민을 하던 중 서귀포귀농귀촌협동조합을 만들게 됐으며, 지금은 지역 주민과 이주민의 소통, 공유, 협업, 상호 존중과 배려를 통해 마을 공동체를 유지하고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나서고 있다.

서귀포귀농귀촌협동조합은 이를 위해 감귤 구매량의 10%를 적립해 저소득층을 지원하는 ‘사랑의 감귤 공급사업’을 비롯해 남원읍에서 경쟁력이 있는 고사리·옥돔·흑돼지 등의 농수산물을 직거래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우리마을 꾸러미 사업’, 농어촌지역 주민들의 문화예술 향유를 위한 ‘그림 그리는 해녀’와 ‘마을 청춘극장’, 제주 문화 이해를 위한 ‘남원북클럽’, 마을 공동체 의식 고취와 홍보를 위한 팟케스트 방송인 ‘제주살래 방송국’ 등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남원1리 어촌계와 연계한 ‘그림 그리는 해녀’ 사업의 경우 50명의 해녀가 미술을 통해 치유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제작, 올해 북미 3대 영화제인 휴스턴 국제영화제 여성이슈 부문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한 남원읍 17개 마을을 순회 상영하던 청춘극장은 지역 주민들의 지지로 남원읍사무소 내에 별도의 청춘극장 상영관이 마련됐으며, 제주도 협동조합 경진대회에서 최우수 협동조합으로도 인정받았다.

안광희 제주살래·서귀포귀농귀촌협동조합 이사장은 “남원 지역 주민과 이주민을 중심으로 제주살래와 협동조합이 구성돼 있다”며 “협동조합이 설립될 초기에는 지역주민들의 편견도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마을 주민들이 조금씩 인정해주고 함께 소통하는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안 이사장은 “귀농귀촌인들을 쉽게 생각하면 초등학교 전학생 신분”이라며 “우선 서로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해보자는 노력이 협동조합의 시작점”이라고 얘기했다.

김경환 남원읍사무소 귀농귀촌 담당은 “협동조합 내 이주민이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하는 등 나름 융화되기 위한 노력을 하면서 대체적으로 지역 주민과 이주민간 화합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고 전했다.

서귀포귀농귀촌협동조합은 최근 이주민들이 먼저 지역 주민들에게 좋은 이웃이 되어 주고, 지역 주민들은 이주자 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이해해주기를 바라며 제주어 수업, 텃밭 가꾸기 등 의 교육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안 이사장은 “귀농귀촌 이주민들 중 일부는 문화적 우월 의식을 갖고 지역 주민과 소통을 거부하기도 한다”며 “오랜 시간에 걸쳐 만들어진 문화 정체성 등 마을을 인정하고 좋은 이웃으로 다가가려는 이주자들의 인식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주민들이 인사도 안하고 거리를 두는 것을 싫어하는 지역 주민도 있다”며 “마을이 어색하고 사회적 관계가 싫어 이주를 한 사람들도 있는 등 이주민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주민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지역 주민들의 배려 역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안 이사장은 “귀농귀촌 붐 속에서 현재는 지역 주민과 이주민은 서로 알아가야 하는 1단계 소통 과정에 놓여 있다”면서 “1단계에서 ‘친구’ ‘이웃’이라는 인식이 생기면 2단계에서 공동의 목표와 문제의식에 대한 고민이 이뤄지고, 이를 함께 해결하고자 하는 3단계가 돼야 경제적·사회적 측면에서 완벽한 공동체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그 과정의 협동조합 구심체 역할론을 강조했다.

안 이사장은 “귀농귀촌에 따른 농촌마을의 변화는 이주민만, 또는 지역 주민만의 힘으로는 이끌어낼 수 없다”면서 “농촌마을의 진정한 희망엔진은 지역 주민과 이주민의 소통, 공유, 협업을 통한 공존이며, 서귀포귀농귀촌협동조합은 이 같은 변화를 위한 실험적 존재”라고 말했다.

서귀포=강재남 기자 kangj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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