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봄 같은 겨울날씨’가 지속되고 있지만, 농어민들은 오히려 혹독한 겨울을 나고 있다. 이상고온으로 정성껏 준비한 겨울축제가 취소되거나 축소됐고, 농수산물 피해도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겨울축제 줄줄이 취소·축소
납품 준비하다 ‘재고로’
마늘·양파·시금치 등 생육 차질
제철 수산물 어획량도 감소


강원도의 경우 대표 겨울축제인 인제 빙어축제와 홍천강꽁꽁축제는 얼음이 얼지 않아 이미 취소됐고, 화천군의 산천어축제는 면적당 인원수를 줄이는 등 규모를 축소해 개최한다.

문제는 축제를 준비하던 지자체와 지역 농업인들이 입는 피해다. 낚시축제에 납품하려고 키웠던 송어 등 물고기를 처분하지 못하는 피해가 가장 심각하고, 축제에 참여해 농산물 판매와 홍보를 하려던 농업인들과 농협도 피해를 입긴 마찬가지다. 농업인 박모 씨는 “축제장에서 팔려고 준비한 엿 2000kg이 그대로 재고로 남을 것 같다”며 “지자체에 대책을 호소했지만, 기상문제라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한탄했다. 

매년 인제빙어축제의 모험스포츠체험행사에 참여하던 마을주민들도 축제가 취소되면서 영농 일정이 뒤틀리게 됐다. 한 마을주민은 “하우스와 축사신축 등 겨울에 할 수 있는 일을 축제 때문에 봄으로 미뤘는데, 축제가 취소돼 일정을 조정하려고 시공업자와 협의했으나 지금은 어렵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상고온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도 커지고 있다. 월동작물인 마늘은 파종 후 웃자람이 심하고, 양파는 아주심기 후 잦은 비로 오히려 잘 자라지 않고 있다. 신안 시금치의 경우 잦은 비와 고온으로 재배면적 1057ha 중 74.1%인 783ha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겨울철 고온다습한 날씨로 인해 병해충도 늘고 있다. 최근 울산에는 외래 병해충인 ‘꽃매미’가 유입됐고, 소나무 산림면적이 넓은 울주군의 경우 이상고온으로 소나무재선충이 본격적으로 활동하는 5~6월 개체수가 크게 증가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부산과 경남 등 어가의 피해도 속속 파악되고 있다. 연안 수온이 평균 2.5도 높게 유지되면서 제철 수산물의 어획량이 줄고 있고, 심각한 생육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경남지역의 한 어민은 “대구와 물메기 등 조업 물량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김창해 한농연강원도연합회 부회장은 “지난해 봄부터 극심한 가뭄으로 시작된 어려움이 농산물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더니 겨울마저 농민의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기후변화로 날씨예측이 점점 어려워져 농업인들의 영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전국종합=백종운·이영주 기자 baek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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