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8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열린 ‘농어촌여성문학 제21집 출판기념식 및 겨울문학세미나’에서 농어촌여성문학회원들과 내외빈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더위가 가시고 오후 서 너 시가 되면 남편과 논에서 농약 줄을 붙잡고 블루스를 춘다. 블루스는 경운기 리듬을 타야 한다. 리듬을 잘 못타면 서로가 흥이 나지 않는다. 남편은 경운기 코를 붙잡고 탕탕 시동을 걸어 줄을 끌고 가면서 “경운기 있는 곳에 가서 그거나 허여”한다. “그게 무어유?” “그것도 물러?” 돌아오는 대답은 핀잔이다. 블루스는 고사하고 초반부터 기분이 낭떠러지로 추락한다.

김기숙 ‘농약 주던 날의 자화상’ 중(농어촌여성문학 제21집 수록)

시·소설·수필 등 100여편 선보여
방방곡곡 촌부들 맛깔나는 작품
"농사 지으며 문학의 길 꿋꿋
문학회가 교류의 장 되기를"  


농어촌의 익숙한 일상을 새롭게 발견하고, 정성스럽게 기록한 스물 한 번 째 농어촌여성문학이 발간됐다.

(사)한국농어촌여성문학회는 지난달 28일 서울여성플라자에서 ‘농어촌여성문학 제21집 출판기념식 및 겨울문학세미나’를 개최하고, 시와 수필, 소설, 아동문학 등 100여 편의 작품을 선보였다.

이날 기념식에는 수필가 김수자, 강호형 선생을 비롯해 윤주이 한국농어민신문 사장과 문학회원 등 내외빈 50여명이 함께했고, 1991년 농어촌여성문학회 설립 당시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아끼지 않았던 황민영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 상임대표(본보 전 사장)가 참석해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특히 수필가 강호형 선생은 ‘수필 어떻게 쓸 것인가’란 특강에서 경험담을 통해 독자와 교감하는 방법을 설명해 깊은 감동을 선사했고, 문학회원들은 시와 수필을 낭송하고 합평을 하는 등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김미선 농어촌여성문학회장은 발간사를 통해 “축사에서 논밭에서 투박한 삶을 일궈온 방방곡곡 촌부들이 눈물겹고 맛깔 나는 이야기를 담아 ‘농어촌여성문학 제21집’을 출간한다”며 “농사를 지으며 문학이라는 길을 함께 걸어오면서 서로 힘이 되어준 문우님, 그리고 제21집 편집에 고생하신 이길숙, 최귀옥, 백계순 편집팀에 아낌없는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했다.

수필가 김수자 선생은 격려사에서 “농어촌여성문학회가 매년 책을 발간하는 것은 물론 개인적으로 문집도 내고 등단을 하는 등 엄청난 발전이 있었는데, 중요한 역할 두 가지가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며 “글을 잘 쓰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것과 회원들이 외롭지 않게 글을 쓸 수 있도록 문학회가 교류의 장으로 거듭나는 것”이라고 덕담을 전했다.

1991년 설립당시부터 농어촌여성문학회를 후원하고 있는 한국농어민신문 윤주이 사장은 “메르스와 가뭄, 한중 FTA 등 어려움 속에서 문학회 여러분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시나 수필, 소설을 통해 전달하는 것은 새로운 희망과 비전을 찾는다는 의미에서 매우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한국농어민신문과 오랜 세월 함께 하면서 좋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는데, 앞으로 새로운 희망을 함께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고 축하했다.

황민영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 상임대표는 “오랜 세월 농어촌여성문학을 가꿔온 문학회원분들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농식품부에서 농어촌분야의 문학상을 제정할 수 있도록 건의해보겠다”며 “요즘 세상이 혼탁한데, 더욱 건강한 문학활동을 통해 농어촌의 발전에 기여해 주길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혀 큰 박수를 받았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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