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농림어업 및 국민식생활 발전 포럼’(공동대표 김춘진 의원, 김영록 의원, 홍문표 의원)이 주최하고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회장 김진필)와 한국농어민신문(대표이사 윤주이)이 주관한 ‘농업·농촌 위기극복 정책토론회’가 지난 16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한농연과 한국농어민신문이 지난 9월부터 8차례에 걸쳐 진행한 정책간담회에서 제시된 한국농업의 미래비전과 발전전략, 정책개선과제 등을 짚어보고, 농업·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전략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주요내용을 간추렸다.


“개방대응 농업 선대책 있어야”

 

▲대회사/김춘진 농림어업 및 국민 식생활 발전포럼 상임대표(국회 보건복지위원장)=정부가 FTA 체결 등 개방정책으로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면, 농업에 대해서는 선대책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실질적인 대책이 없다. 식량이 제2의 안보인데, 곡물자급률은 23%에 불과하다. 한·중 FTA 대책으로 22조원을 투입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투입되는 예산은 없다. 그래서 진정 농업·농촌을 위한 대책이 절실한 것이다. 농업은 경제재가 아닌 공공재로 봐야 한다. 농업은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농업을 단순하게 소득창출로 봐서는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가 우리 농업에 대한 지원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근본적인 농업 회생대책 마련”

 

▲개회사/김진필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장=한·중 FTA 발효를 앞두고 더욱 농업·농촌의 현장은 어려워져 있다. 앞으로 농업계는 더 큰 시련과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농업선진국의 예를 보면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극대화하고 이를 책임지는 농업인들의 소득과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다양한 정책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농업 완전개방 시대에 직면해있는 이 시점에도 농업농촌에 대한 대책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보다 근본적인 농업·농촌을 회생시킬 수 있는 대책이 만들어져서 농업인의 삶이 나아지는 시대를 만들고자 한다. 특히 간담회에서 다루지 못했던 품목·축종별 정책과제 등을 아울러 내년도 총선 농정공약을 발표할 예정이다.


“농업의 르네상스 만들어갈 것”

 

▲인사말/윤주이 한국농어민신문 대표이사=올 한해 농업분야에서도 다사다난했다. 대풍에도 불구하고, 농산물 가격은 안 좋아 농가들이 시름했고, 최근에는 한·중 FTA도 체결됐다. 쌀 관세화 원년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한농연과 함께 지난 9월부터 농업·농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한 결과 농정기조의 전환 등 8가지의 과제를 도출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라며 관련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많은 비판이 있는 것 같다. 이렇듯 박근혜 정부의 농정을 점검하는 것은 물론, 내년 4월, 그리고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한국농어민신문과 한농연이 ‘농업의 르네상스 만들겠다’는 꿈을 실현하겠다.


#주제발표/농업·농촌 위기극복을 위한 제안-김광천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
“10~20년 보고 농업·농촌 생존대책 마련, 소득안정 모색”

젊은층 농가소득·경영안정 지원
농지보전·쌀농가 소득보전 필수
제역할 할 수 있게 농협 개혁을

 

‘농어민들이 농어촌을 떠나지 않고 인간다운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농정의 기본 틀을 새로 짜도록 하겠습니다. 농림수산업은 생산, 유통, 가공, 수출 등 2, 3차 산업이 연계된 성장산업이다.’

이 글귀는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5년 4월 11일 ‘한국농어민신문 창간 치사’로 보내준 글귀다. 1995년은 UR(WTO)협상의 결과물로 WTO(세계무역기구)가 출범한 해로서 농정개혁이 국정아젠다의 가장 중요한 과제였다. 그러나 이후 20년 동안 농업·농촌·농민들이 처한 현실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대로다. 완전개방원년이라는 올해 한농연과 한국농어민신문의 화두는 농업·농촌 살리기였다. 그래서 전문가들을 초청해 농업·농촌의 위기극복과 발전전략을 모색하는 정책간담회를 8회에 걸쳐 진행했다. 간담회에서 제시된 내용을 요약해봤다.

▲농정기존의 전환=농업·농촌의 생태적 가치를 실현하고 지속가능성을 확대하는 농정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현재 소비자들은 농·식품에 대해 안전한지, 건강한지, 깨끗한 것인지와 같은 것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한다. 소비자들의 문명관도 치유, 회복, 협동과 공생의 생태적 가치를 지향하는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다. 따라서 로컬푸드, 슬로푸드 등 생태농업과 농업·농정의 지속가능성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농정전환이 필요하다.

▲전면개방시대 생존전략 수립=시장개방 환경에서도 젊은 층이 농업·농촌으로 유입될 수 있도록 농가소득과 경영안정을 뒷받침하는 농정개혁이 필요하다. 농산물시장 완전개방이란 현실을 부정할 수 없는 만큼 10~20년을 내다본 농업·농촌 생존대책을 세우고, 농가소득과 경영안정에 도움이 되는 제도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수입개방 확대로 인한 농산물 가격불안정에 대응한 경영안정장치와 보험제도 확대 등이 필요하다. 또한 정부와 농민이 협약을 맺어 농민들에게 공익적, 다원적 기능을 수행하는 의무를 부여하는 대신 직불금을 지원하는 제도를 개발, 확충할 필요가 있다.

▲통일 이후를 대비한 식량정책 수립=주식인 쌀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적정규모의 농지보전과 함께 쌀 농가의 소득보장이 필수적이다. 농지를 보전하고 논농업의 다원적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직불금을 강화하고, 생산비 증가율 등을 반영해 적정소득을 보장할 수 있도록 쌀소득보전직불금의 전면적 개편이 필요하다. 또한 수확기마다 매입가격을 놓고 갈등할 것이 아니라 예상소비량 및 신곡수요량 등 예측시스템에 근거해 초과물량에 대한 시장격리 조치 등이 필요하다. 또한 공공비축제도 보완, 양곡창고의 현대화, 통일 이후를 대비한 농지보전정책 및 쌀 생산계획 등 쌀 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전면적 개혁조치가 필요하다.

▲지속적인 농협개혁 추진=농민조합원이 생산한 농축산물을 농협이 판매를 책임지는 방향으로 사업구조개편이 추진되고 있다. 하지만 중앙회가 여전히 회원조합을 통제하거나 산지유통, 가공사업 등에서 중앙회와 회원조합이 경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농협중앙회 사업구조개편의 성과와 한계를 점검하고, 대내외 환경변화에 대응해 생산자조직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전면적인 농협개혁이 추진돼야 한다.

▲체계적인 농업전문인력 육성방안 마련=농업과 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유능한 농업인력을 확보해야 하고, 확보된 인력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유능한 농민으로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젊은 인력이 영농을 시작하는 단계에서부터 전문농업인으로 성장해나가기까지 수준별, 단계별 육성정책 및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소득창출이 어려운 창농 초기에는 소득 및 경영안정을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또한 기존 농민들에 대해서도 영농유형별, 수준별 맞춤형 경영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농지보전 목표치 설정=농지는 농업생산의 기반일 뿐만 아니라 생물다양성 유지, 물 관리 및 홍수예방, 대기정화 등 다원적 가치가 86조원에 달한다는 연구가 있다. 따라서 식량자급률, 식생활 변화, 통일 이후 등을 대비해 농지보전목표치 마련 등 선제적 농지관리가 필요하다. 또한 밭작물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밭 기반정비 사업에 대한 지원을 늘리고, 경제적 판단에 따라 농민들이 작물을 선택할 수 있도록 논·밭 범용화사업을 확대해야 한다.

▲농업재해지원 강화=매년 자연재해가 반복되고 있지만 재해를 당한 농민들이 영농을 재기하는 데 있어 현재의 재해지원시스템은 미흡한 수준이다. 재해보험의 내실화, 재해지원 단가의 현실화가 필요하고, 재해지원 발동기준도 낮춰야 한다.

▲지역특성이 반영된 농촌정책 추진=현장 체감형 복시서비스가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부족한 게 현실이다. 농촌정책이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농촌지역별 특성을 담은 구체적인 농촌정책을 추진하고, 지역의 문제를 잘 파악하고 있는 지역전문가를 육성해야 한다. 또한 농어촌의 복지·의료서비스를 위한 시설이나 기구의 설치기준에서 인구기준을 없애거나 완화할 필요가 있다.


#특별강연/‘대한민국 농정 70년의 비판적 성찰’-최양부 농협바로세우기연대회의 상임대표 
“기존 농정 틀 깨고 생태적 가치 우선하는 신농정 세워야”

농업 규모화·산업화 중심 벗어나
지역기반농업으로 먹거리 자족
GMO 없는 깨끗한 농업 나라로

 

오늘의 현실은 과거농업을 둘러싼 많은 문제에 대해 우리가 결정했던 결과로서 나타난 것이다. 따라서 과거에 무슨 결정을 내렸고, 무엇이 잘못됐으며, 앞으로 어떻게 바로 잡아야할 것인지에 대한 역사인식이 필요하다. 그래서 한국농어민신문과 한농연이 지난 9월에 개최한 정책간담회에서 대한민국 생태농업국가화를 위한 5농혁신이 필요하다고 설명한 적이 있다. 농의 가치혁신, 농업교육혁신, 농업연구개발 및 지도혁신, 농협혁신, 정부혁신 등이다.

그런데 UN은 2015년을 마무리하면서 매우 중요한 2가지 조치를 취했다. 하나는 2030년까지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의 설정이고, 다른 하나는 새로운 ‘세계기후변화협약’의 도출이다. UN은 2030년까지 15년간 새롭게 추진할 ‘지속가능발전목표(2016-2030)’로 ‘가난과 굶주림 추방’을 위한 지속가능한 농업 등 17개 목표를 채택했다.

특히, 2030년까지 기아와 영양결핍의 추방을 위해 소규모 가족농의 농업생산성과 소득을 2배로 증대시키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이를 위해 생태계의 유지와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력 향상, 가뭄이나 홍수와 같은 극단적인 기후에 대처할 수 있는 강인한 농업생산방식을 실천하고, 작물과 가축의 유전적 종다양성을 유지 보호하기 위해 국가 간 협력을 강화할 것을 강조했다.

또한 UN은 11월 30일부터 12월 12일까지 프랑스 파리에서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를 열었다. 여기서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한 자발적 감축 목표를 매 5년마다 UN에 제출하는 등 법적 구속력을 가진 ‘기후변화협약(파리협약)’에 합의했다. 파리협약 타결로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7위인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의 37%를 감축하는 자발적 감축목표를 제시했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적 노력이 우리에게도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당면과제가 된 것이다. 풍력, 수력, 태양광으로 석유에너지를 대체하는 신재생에너지 농업의 개발 보급, 바이오에너지 및 탄소포집저장 농업의 개발은 앞으로 농업계도 관심을 가져야 할 주요 분야가 됐다. 이와 함께 지난 12월 3일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연방의회 연설을 통해 ‘러시아 생태유기농국가화’ 방침을 천명했다. 푸틴 대통령은 2015년을 러시아 농업정책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선언하고 러시아에서 GMO작물재배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한편 모든 식품에 GMO 포함 여부를 표시하는 것을 의무화했다.

대한민국 농정도 이제 새롭게 재정립될 때가 됐다. 1994년에 세워진 개방시대에 대응한 경쟁력 강화와 경제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신농정의 기본 틀은 이제는 바꿀 때가 됐다. 개방시대의 농업의 규모화, 산업화, 공장화는 반환경적이고 반생태적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극복돼야 한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지구생태환경보전과 GMO가 없는 깨끗한 농업의 나라로 만들기 위한 ‘대한민국 생태농업국가화’를 선언하고 생태유기농업의 비전과 가치를 바탕으로 지역적인 로컬푸드와 슬로푸드 등 지역기반농업을 통해 지역단위로 먹을거리를 자족하도록 하는 환경 친화적 생태적 가치를 우선으로 하는 신농정을 다시 세워야 할 때가 됐다.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 알려 국민과 함께하는 농업 만들어야”
 

▲ ‘국회 농림어업 및 국민식생활 발전 포럼’과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국농어민신문이 지난 16일 국회 귀빈식당에서 ‘농업·농촌 위기극복 정책토론회’를 갖고, 농업·농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전략을 함께 모색했다. 김흥진 기자

#종합토론

|국민적 공감대 형성
소비자와 함께 농업문제 고민
비농업계와 소통 더 중요해져 
다양한 농업가치 홍보 급선무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종인 강원대 교수는 “농업·농촌이 위기인데, 더 큰 위기는 국민들의 인식변화”라고 말했다. 최근 ‘2015년 식품소비행태조사 결과발표대회’에서 최종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밝힌 ‘수입산 소비의향’을 보면, 미국산 수입쇠고기와 수입돼지고기, 수입닭고기를 ‘먹지 않겠다’는 의견이 최근 3년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농업에 대해 국민들이 호의적이지 못한 점도 우려했다. 이 교수는 “비오는 날 비닐하우스 때문에 빗소리가 시끄럽다는 민원도 있다”며 “외국은 농가와 어울려 사는 것이 당연하다고 느끼는데…”라고 아쉬워했다.

이 때문에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서는 국민과 함께하는 농정이 필요한 것이다. 전문가들도 한 목소리를 냈다. 최동근 환경농업단체연합회 사무총장은 “농업·농촌이 왜 존재해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하면서, ‘국민들과 소비자들이 원하는 농정이 뭘까’라는 관점에서 생각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 총장은 “FTA를 한다고 할 때, 피해를 얘기한다고 해서 국민들이 동의할 것인가”라며 “그보다는 농업이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고, 어떤 기능을 하는지 뿐만 아니라, 농업이 없을 때 국민들에게는 어떤 불편함이 생길지와 같이 직접 소비자들이 농업을 고민하는 쪽으로 유도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농협중앙회의 황성혁 미래전략부 부연구위원은 “과거에는 농업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있었는데, 지금은 농업을 구조조정 대상으로 보고 있다”며 “지금처럼 농업이 국민으로부터 홀대받고 천시받는다면, 아무리 좋은 정책을 써도 그 농업의 미래는 없다”고 말했다. 황 부연구위원도 “이제는 비농업계와의 소통이 더욱 중요한 시기가 됐다”고 제시했다.

이 같은 공감을 위해서는 ‘농업·농촌의 가치’를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탁명구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 사무총장은 “농림축산식품부에 농업·농촌가치홍보 예산이 있는데, 각 실·국별로 가치홍보를 한다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안 한다”며 “최근 금연광고처럼 농촌진흥청, 한국농어촌공사, 농협중앙회 등 농업 관련기관들이 하나의 구호를 가지고 1년, 2년 지속적으로 하는 뭔가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농업·농촌 가치홍보를 하지 않는다면, 그나마 농업·농촌에 우호적이었던 분들도 떨어져 나갈 우려가 있다”며 “농업계에서 먼저 나서야 국민들의 호응도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농정흐름도 바꿔야
우리나라 농업목표 설정 필요
농업인 목소리 정부에 전달할
전문성 갖춘 중간조직 육성을 


▲농정흐름도 바꿔야 한다=농정의 틀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다. 아무리 국민들로부터 농업·농촌에 대해 공감을 얻더라도 기존 농정대로라면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재호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국장도 “전체 농정의 흐름에서 보면, 1990년대 이후 개방시대에 접어들면서 기본적인 농정의 틀은 변화없이 지금까지 끌어왔고, 다만, 어디에 초점을 두느냐의 차이가 있었다”며 “개인적으로는 기존 농정의 틀을 바꿀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쌀 중심의 농정에서 앞으로는 쌀보다는 채소, 과수 등 다른 작목으로 농정의 초점을 옮겨 밭작불에 대한 경지이용률을 높인다거나 하는 방향으로 정책과제를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농업목표를 설정해야 한다는 요구도 비슷한 내용이다. 이종인 교수는 “농업총생산이 국가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 남짓인데, 식량자급률은 23%”라며 “OECD국가 중 그 비중이 0.6%, 0.7%인 나라가 많은데도 그런 나라의 대부분은 식량자급률이 100%를 넘는다”고 비교했다. 이 교수는 “3만달러 시대로 가면 우리 농업이 설 자리가 없을 것 같다”면서 “장기적으로 여기에 대한 대비책도 세워야 하지 않을까”라고 되물었다.

농정을 바꾸고, 농업목표를 설정해도, 농정과 농업인들간 ‘다리’가 없으면, 효과를 내기 어렵다. 농정을 농업인들에게 알리고, 농업인들의 목소리를 정부에 전달하기 위한 다리. 탁명구 사무총장은 이를 ‘중간전달조직’으로 표현했다. 올 연초 기획재정부가 홍보사업 등 부처간 유사·중복사업을 통폐합하기로 하면서 중간전달조직이 부각될 것이란 전제에서다. 탁 총장은 “중간전달조직에 대한 관심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농민단체의 정책적 제안들이 관철되는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왜곡되거나 축소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탁 총장은 중간전달조직의 중요성도 함께 강조했다. 탁 총장은 “예를 들어 농어업회의소가 있는 지역의 귀농귀촌지원센터는 농업인들이 적극 나서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뜨뜻미지근하다”며 “중간전달조직이 전문성을 갖춘 가운데 관련정책이 제대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체계가 만들어져야 정부도 일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직불제 통한 농가소득 확대
안정적 소득 보장되지 않으면
지속가능한 농업도 실현 불가
직불제 통한 소득지원 바람직


▲직불제 통한 농가소득 확대=서종혁 한경대 교수는 “지속가능한 농업이라는 것이 결국 소득이 보장되지 않으면 농업의 환경보전이나 생태보전이란 개념도 의미가 없을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만큼 농가소득이 중요하다는 해석인데, 서 교수는 농가소득안정방안으로 직불제 확대를 제안했다.

서 교수는 “선진국의 예를 보면, 농산물값을 가지고 소득이 보장되지 않으니 농업의 다원적 기능 차원에서 직불제로 소득을 보전해준다”며 “농가소득에서 직불제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른 나라보다 낮기 때문에 더 확대해야 한다”며 “농업예산을 더 늘리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다른 쪽의 농업예산을 줄여서라도 직불제를 통해 농가소득을 높인다’, 이런 식으로 연결돼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 서 교수는 소득과 규모화의 상관관계를 언급하면서 “소득을 높이려면 규모화하는 방향도 있는데, 어느 수준까지의 규모화인지를 고민해야 한다”며 “현재 1ha~2ha 규모를 5ha~10ha까지 늘리는 게 규모화라고 한다면, 이 안에서 어떻게 생태적 농업을 할 것인지를 논의하는 게 현실적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황성혁 부연구위원도 같은 의견을 내놨다. 황 부연구위원은 “시장의 정상적 작동에 영향을 끼치지 않으면서 농업인에게 합리적 소득 수준을 제공하는 직불제 방식을 통한 소득안정정책이 가장 바람직한 정책수단이라고 본다”며 “현재 우리나라도 직불제에 농업의 다양한 공익적 기능과 연계시켜 농업인 소득 지원에 대한 정당성을 인정받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재호 농업정책국장은 “보조금 등이 지원될 때 농가의 의무사항도 중요하다”며 “그런 부분도 전반적으로 강화돼야 할 것”이라고 생각을 더했다.


|후계농업 인력 육성
융자형태 지원으론 한계 뚜렷
‘청년취농 직불금’ 등 벤치마킹
젊은이 유인할 확실한 대책 필요


▲후계농업 인력 육성=영농승계자가 있는 농가비중은 2014년 9.8%다. 10농가 중 9농가는 후계자가 없다. 2010년 인구총조사에서 농촌지역 20~40대 인구 비중은 14.5% 밖에 안돼 후계농업인의 유입이 쉽지 않다. 이 같은 수치를 제시하면서, 황성혁 부연구위원은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농업을 이어갈 다음 세대가 있어야 하는데, 영농승계자가 없다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정부가 후계농 육성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융자지원 형태로는 농업인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황 부연구위원은 “우리처럼 농가고령화 현상을 겪고 있는 선진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면서 40대 이하 신규 취농자들에게 영농 준비단계부터 직불금을 줘 소득을 보전하는 일본의 ‘청년취농급부금’ 제도, 2013년에 공동농업정책을 개혁하면서 만40세 이하의 젊은 농업인들에게 직불금을 주는 EU의 ‘젊은 농업인 직접지불제’ 등을 예로 들었다.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이 “비도시지역의 유기적인 발전방안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래가 없는 농촌 지역에 청년 농업인들이 올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김 소장은 “농가소득이 도시근로자소득의 63% 밖에 안 된다는 통계는 농업의 어려움을 알려주는 내용이긴 하지만, 젊은 사람들이 농촌에 들어오거나 농촌에 안 남게 하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며 “40대, 50대만 놓고 보면 도시근로자보다 농가소득이 높다는 점에서 비도시지역의 유기적인 발전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서종혁 교수도 “농민들의 소득에 있어서 고령농민까지 포함하다보니까 농가소득이 적어 비농업 쪽에서는 농촌지역에 못 산다고 하는데, 이런 것처럼 다른 부작용도 있다”고 김 소장의 주장에 동의했다.


|농협개혁·친환경정책 개선
고령 조합원과 농협개혁 한계
농촌복지체계 통해 끌고가야
큰 틀에서 친환경농업 육성을


▲기타=농협개혁에 대한 의견들도 있었다. 이번에는 지역조합에 초점이 맞춰졌다. 김기태 소장은 “고령조합원과 함께 농협개혁을 한다거나 농협을 판매농협으로 탈바꿈한다는 것은 어렵다고 본다”며 “조합원들을 정례화시키되, 고령조합원을 농촌복지체계 안에서 끌고 갈 방법을 정확하게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재호 농업정책국장은 “농업인들의 피부에 와 닿는 것은 지역조합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조 국장은 “내년에는 조합원 중심으로 지역조합을 어떻게 끌고 갈지를 고민 중에 있다”며 “조합원의 자격기준, 조합의 설립기준, 운영과 감독방향 등을 어떻게 할지 세밀한 검토를 하고 있고, 이것이 실질적으로 법에 담겨지고 현장에 적용된다면, 지역조합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의 친환경농업정책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정부에 따라 친환경농업육성 정도가 달라진다는 게 최동근 사무총장의 의견이다. 최동근 사무총장은 “어떤 정부에서는 친환경농업을 육성하고, 또 어떤 정부에서는 관심이 덜하다”며 “친환경농업과 GAP농업을 어디까지 육성할지에 대한 큰 그림 속에서 농업인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의 로드맵이 없다보니 대립적인 요소도 발생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최 총장은 “친환경인증을 분석이나 결과 중심으로 가기보다는 과정 중심으로 바꿔보면 어떨까”라며 “그래야만 친환경농업이 갖고 있는 가치가 발현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호 국장은 GAP농업에 보다 힘을 줬다. 조 국장은 “GAP는 소비자들의 안심을 제고할 수 있는 제도로 친환경인증제보다는 GAP를 끌고 가는 게 중요한 것 같다”며 “전체 농업을 GAP쪽으로 끌고가면서 소비자에게 신뢰를 주는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서상현·조영규 기자 seosh@agrinet.co.kr

참/석/자

서종혁 한경대학교 교수<좌장>
김기태 한국협동조합연구소장
이종인 강원대학교 교수
탁명구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 사무총장
최동근 환경농업단체연합회 사무총장
황성혁 농협중앙회 미래전략부 부연구위원
조재호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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