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당 파프리카 연간 수확량 측고 6m·82kg, 4m30cm·50kg

▲ 김기용 씨(사진 왼쪽)와 그의 아들인 김원수 남산농원 대표가 수확한 파프리카를 들어 보이고 있다.

“온실의 측고를 인상하면 온실내 환경관리가 용이하고 생산성이 향상되는 것은 이미 여러 농가에서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안정적인 생산량으로 농가소득은 물론 가격의 안정화도 기할 수 있는데 이 기술이 농가들에게 많이 활용되지 못하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담보 부족 농가 사업신청 곤란
정부 차원서 기술 보급 필요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북면에서 20년째 파프리카 농사를 짓고 있는 김기용(67) 씨. 김 씨는 2012년 측고를 6m로 한 3960㎡(1200평) 규모의 유리온실을 신축했다. 당시 그 옆에는 20년 동안 농사를 지어온 측고가 4m30cm인 4950㎡(1500평) 규모의 유리온실을 같이 운영했다.

내부 환경관리를 동일하게 적용한 온실에서 수확량의 차이는 확연히 드러났다. 측고가 6m인 유리온실에서는 3.3㎡당 연간 2014년 기준 82kg의 파프리카를 수확한 반면 측고 4m30cm의 유리온실에서는 수확량이 50kg에 불과했다. 이러한 결과에 따라 김 씨는 올해 1500평 규모의 유리온실의 측고를 1m50cm 인상한 것은 물론 인근 1만3200㎡(4000평)에 측고가 인상된 첨단온실도 신축했다.

온실의 측고를 인상하면서 가장 달라진 것을 두고 김 씨는 온실 내 환경이라고 말한다. 측고가 낮은 온실에서 작업을 하면 공기가 탁해 가슴이 답답한 것을 느꼈는데 측고를 인상한 온실에서는 전혀 그런 점이 없다는 것. 또한 파프리카의 특성상 줄기가 위로 뻗어 나가야 하는데 측고가 낮은 온실에서는 줄기가 다 뻗지 못해 유인을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이럴 경우 유인에 필요한 인건비가 추가로 들고 작물이 스트레스를 받아 정상적인 관리가 힘들게 되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측고를 인상하면 이런 걱정 없이 작물을 키울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 김기용 씨의 설명이다. 여기에 온실의 측고가 낮으면 통상 1년에 4.5~5번을 수확하게 되는데 측고를 인상하면 6번까지 수확이 가능하다. 측고의 높이에 따라 수확량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김 씨는 “파프리카의 경우 키가 큰 품종은 대부분 다수확이 가능한 품종인데 온실의 측고가 낮은 농가는 이러한 품종을 선택할 수 없게 된다”며 “품종 선택에서부터 농가들이 수확량에 있어 일종의 페널티를 갖고 가는 셈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온실의 측고를 인상할 경우 현장 농가의 만족감이 높지만 실제 이 기술을 적용할 수 있는 농가들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현재 측고인상은 첨단온실신축사업에 포함돼 있어 100% 융자사업이다. 담보가 부족한 농가들의 현실을 볼 때 사실상 이 사업을 신청하기가 어렵다.

김기용 씨는 “수출을 기준으로 11월 파프리카 가격이 지금까지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 같은 경영비를 기준으로 생산성이 낮은 농가는 버티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일각에서는 시설이 좋아지면 공급과잉으로 가격이 떨어진다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안정된 생산기반을 바탕으로 연간 안정된 가격이 형성된다는 측면을 못 보고 하는 얘기”라며 “가격이 안정되면 소비자들도 좀 더 저렴한 가격에 파프리카를 구매할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소비도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측면을 보고 온실 측고인상 기술의 농가보급 확산을 위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당부했다.

김영민 기자 kimym@agrinet.co.kr

저작권자 © 한국농어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