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락시장에서의 시장 거래제도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진행된 ‘농산물 유통과 거래제도’를 주제로 한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의 연례 세미나에선 시장도매인제 도입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이 주를 이뤘다.

우리나라 대표 도매시장에 검증 안된 거래제도 적용은 ‘잘못된 판단’
산지-도매시장 연결하는 물류시스템 구축에 시설현대화 초점 맞춰야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와 함께 시장 거래제도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농민의 관점에서 도매유통 기능 활성화에 주력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농림축산식품부 또한 가락시장에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농어촌사회연구소는 4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농산물 유통과 거래제도’를 주제로 연례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동혁 한국식품유통연구원장은 주제발표에서 “최근 가락시장 시설현대화를 계기로 서울시와 일부 중도매인들의 요구로 시장도매인제 도입이 추진되고 있다. 가락시장의 올바른 거래방법에 대한 심층적인 검토와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날 세미나의 논점을 던졌다.

이 원장은 이어 거래방법에 대해 논의하면서 “교섭력 확보와 공정·투명 거래, 출하 선택권 보장, 과거 위탁상으로의 변질, 상장거래가 후진형 제도인지 등에 대해 의문을 가져야 한다”며 “상장제도에서 도매시장법인은 출하자로부터 수탁 받아 경매하는 공개 경쟁 수단과 수의거래 방식으로 중도매인 등 구매자에 공급하는 교섭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도매시장법인과 중도매인의 교섭력이 대등할 경우 협력 또는 공생 구조가 형성된다”며 “도매시장 본연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는 거래방법이 무엇인지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다수의 영세한 산지 농민들의 안정된 판매처로서 도매시장이 역할을 하는 거래방법이어야 한다”며 “산지의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검증되지 않은 거래방법(시장도매인제)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도매시장에 적용하겠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장상환 농어촌사회연구소 이사장의 진행으로 진행된 종합토론회에는 각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현재 농업에서 바람직한 거래제도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장상환 이사장은 “농산물 생산 이후의 가격변동에서 농민의 몫이 얼마나 되고 교섭력을 확보하고 있지는 관건이다. 현재 여건에서 농민들 교섭력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보다 나은 거래방법이 무엇인지 농민의 관점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며 종합토론 진행을 열었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정책실장은 “도매시장 시설현대화는 산지와 도매시장을 연결하는 물류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도매시장은 각 지역별 특성에 맞게 변화해야 하고 가락시장에서 거래방법을 시험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라며 “도매시장 시설과 운영 전반에 관여하고 있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승구 동국대 교수는 “지금까지의 논란은 거래주체의 문제인 도매시장법인과 시장도매인을 추진하는 중도매인 간의 갈등이다. 찬반의 문제가 아닌 농민에게 실제로 도움되는 체계가 무엇인지 논의해야 한다”며 “수집과 분산 주체를 인위적으로 분리시킨 것은 매우 고도화된 거래교섭 방법이다. 도매시장이 농민을 위해 일하지 않은면 안 되게 만든 시스템이다”라고 설명했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거래제도를 논의하는 데 있어 누구를 위한 도매시장인가 봐야 한다. 그런데 도매시장은 농민을 위한 것이다”라며 “출하자, 도매법인, 중도매인은 추구하는 이익이 서로 다르다. 최근 가락시장 논란은 구매하는 상인의 선택권을 늘려주는 것이 아닌가. 가락시장에 사전 검증과 시험없이 시장도매인제를 도입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반해 장경호 농민회 녀름연구소 부소장은 “산지에서는 더 많은 출하처와 협상할 때 유리하다. 정가·수의매매 방식이 산지에서는 교섭하기 더 좋다”며 “문제는 소수의 도매법인에서 시작됐다. 도매법인이 정가·수의매매를 잘못하고 있어 중도매인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반박해 장문철 합천유통 대표는 “강서시장에서 시장도매인이 잘 된다면 농산물 출하가 몰릴 것이나 그렇지 않다. 상장예외품목으로 풀어져 제대로 유통되지 않는다. 경매 잘 되는 품목을 시장도매인제로 풀면 그마저도 무너질 것이다. 가락시장 거래제도를 규모화 된 상인을 위해 풀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같은 논의에 대해 강형석 농식품부 유통정책과장은 “현재 시장도매인제가 미래지향적이고 선진적인 제도가 아니다. 아직 실증적이지도 않고 대안도 없다. 가락시장 시설현대화는 거래제도가 아닌 물류개선을 통한 도매기능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병성 기자 leeb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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