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묘배양장을 새로 지은 A씨는 골머리가 아프다. 신축한 종묘배양장이 허가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약 5억원을 투자해 만든 종묘배양장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통상 육상에서 운영되는 수조식 종묘배양장들은 공유수면을 통해 물을 취·배수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물의 취·배수에 필요한 인공구조물(관로) 허가와 공유수면의 점용 또는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기간 5년
"매번 어떤 요구할지 걱정"
허가 면제·신고제로 전환 필요 


공유수면의 점용 또는 사용의 허가를 받기 위해 제출하는 서류에는 공유수면 허가로 인해 피해가 예상되는 권리자로부터 동의서가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 피해가 예상되는 권리자는 종묘배양장 인근에서 양식업, 맨손어업 등에 종사하는 어업인들로, 종묘생산 어업인들은 통상 어촌계를 통해 동의서를 받는다. 문제는 일부 지역에서 동의서를 전제로 어촌계 또는 마을에 기금 등을 내라는 요구가 발생하고 있다.

A씨는 “새로 지은 종묘배양장에 대한 허가 동의서를 요청했더니 어촌계에서 1000만원을 내라고 요구했다”며 “종묘배양장에서 얻는 수익이 뻔한데 그 이상을 내라니 답답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이번에 동의서를 받는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며 “공유수면 점용·사용허가기간이 5년이라 5년마다 동의서를 받아야 한다. 그때마다 나에게 어떤 요구를 할지 두렵다”고 덧붙였다. 현행법상 취·배수에 대한 허가기간이 5년으로 제한되면서 5년 단위로 이 같은 요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일부 어촌계를 중심으로 종묘배양장에 대한 허가를 동의하는 과정에서 금품 등을 요구, 종묘생산 어업인들이 곤란을 겪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20년 넘게 종묘배양장을 운영한 B씨는 “우리 지역의 한 사람은 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어촌계가 기금 지원을 요구해 허가에 난항을 겪고 있다”며 “만약 동의서를 써주지 않는다면 허가를 받지 못한 종묘배양장을 운영하지 못하게 될 것이고 결국 그 사람은 생계를 잃게 되는 것”이라고 걱정했다.

이와 관련 C지역의 어촌계장은 “종묘배양장의 취·배수로 인해 어장 피해가 나타날 수도 있는 만큼 자원 조성, 환경부담금 등의 차원에서 생산하는 종묘 살포 등을 요구하는 경우는 있다”며 “하지만 (어촌계가) 과도한 금전 요구 등을 절대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종묘배양장 허가를 악용하는 사례가 나타나면서 종묘생산 어업인들은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를 면제하거나 처음 허가 받은 곳은 향후 신고제로 전환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해산종묘협회(회장 박종수)는 지난달 26일 한국수산산업총연합회가 개최한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건의문을 전달했다. 박종수 회장은 “동의서를 미끼로 거액의 금품을 요구하거나 종묘생산업자가 취득한 허가나 면허권의 지분을 요구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수조식 종묘 배양장의 취·배수로 인한 피해사례가 없는 만큼 종묘배양장의 허가를 면제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와 관련 해수부 연안계획과 윤영자 사무관은 “(종묘배양장이) 해수를 취·배수하는 과정에서 물의 영향을 받아 패류 양식장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허가서류에 동의서가 포함된 것”이라며 “현재 허가기간이 물의 취·배수에 필요한 인공구조물은 15년, 취·배수는 5년으로 이원화된 것을 15년으로 동일하게 적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유수면 관리 및 매립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 통과가 된다면 이 같은 어려움이 다소 해소될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현우 기자 leeh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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