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훈(중앙대 명예교수, 경실련 소비자정의센터 대표)

 

미국의 저명한 가정의학 주치의인 조엘 퍼만(Joel Fuhrman) 박사는 그의 베스트셀러, <살기 위해 먹기>(Eat to Live, 2011)에서 "미국(U.S.A.)은 모든 분야에서 세계 최강 최고이지만, 건강(질병) 부문에서만은 결코 그렇지 못하고, 그 미래 역시 전혀 밝지가 않다"고 첫 구절부터 강조한다.

미국인의 36%가 비만병(Obesity) 환자이고 어린이들의 3분의 1이 그렇기 때문이다. 지나친 육류와 가공식품 의존적인 밥상과 줄곧 앉아서 생활하는 삶의 방식을 그 주요 이유로 거론한다. 

서양의학의 시조격인 기원 전의 히포크라테스는 일찍이 "이 세상에 음식으로 다스리지 못하는 질병이 없다"고 갈파했을 만큼 음식이 보약이라 했다. 그 역설로서 미국인이 오늘날 섭취하는 상업화된 음식이 만병의 근원이라는 맥거번 위원회의 3년간의 연구결론이 의미심장하다. 그래서 서양속담에 "가볍게 살고, 올바르게 먹어라. (Live Light, Eat Right.)"라는 말이 전해지고 있는지 모른다. 곰곰이 그 뜻을 곱씹어 볼 일이다.

필자가 캐나다 밴쿠버의 초빙교수 시절 방문했던 한적한 교외의 어느 유기농 로컬푸드 식당, 플라스틱 받침판에는 “You Are What You Eat!”라는 문구가 쓰여 있었다. 그 앞에서 필자는 한참 정신을 놓은 적이 있다. ‘당신이 무엇을 먹느냐가 바로 당신이다’가 뜻하는 바는 현재 당신의 건강과 모습, 그리고 피부와 심신상태, 성격형성에 이르기까지 모든 컨디션이 바로 당신이 이제까지 무엇을 어떻게 먹고 살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가르침이다. 그 식탁판에는 지나친 첨가물과 GMO 유래 가공식품 및 속성음식(fast food), 농약과 화약품에 찌들은 음식, 탄산음료 등은 건강은 물론 성격마저 표독하고 포악스럽게 만든다는 그림 설명이 곁들여져 있어 더 인상적이었다.

당신이 무엇을 먹느냐가 당신이다

요즈음 자라나는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비만증(obesity) 수준이 2014년 현재 16%라는 정부 통계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 미국의 식생활을 따라하는 청소년들의 식생활 탓인가 보다. 아이들의 성격도 공격적이고 남 탓, 남 핑계 일색인 것도 그런 식습관 때문일까? 현대에 이르러 OECD 국가들 중 최고 수준의 1인당 병원 출입 횟수와, 늘어나는 각종 신체적 이상 질병 현상, 늘어가는 암환자, 자폐증 환자와 불임부부 현상(보건복지부 질병관리센터 자료. 2014년 약 20만명에게 체외수정 지원) 등이 예사롭지 않다. 그것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식용 GMO 곡물수입이 제1위인 우리나라의 국민 1인당 연간 소비량이 무려 43㎏을 기록해 미국민 평균의 68㎏ 다음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사실과는 무관할까? 우리나라 국민들의 심신의 건강상태가 바로 ‘우리 국민들이 무엇을 먹고 사느냐’에 달린 것이라면 당연히 던져 볼 수 있는 합리적인 의문이다.

필자가 농정주무자로 정부에 재직하던 시절, 당시 국무회의에서 DJ 대통령으로부터 짐짓 무엇을 안심하고 사 먹을 수 있느냐는 꾸중을 받은 것을 계기로 1998년 11월11일 농민의 날에 대통령님과 총리를 모신 자리에서 「친환경 유기농 원년」 선포식을 갖고 농정 조직부서와 제도 법령을 친환경적으로 고치거나 제정하고, 정부가 앞장서 전국적으로 친환경 유기농업을 독려하기 시작하였다. 수입되는 모든 농산물, 특히 곡류에 대하여는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3%이상 GMO 함유시 반드시 GMO라고 표시하도록 조치하였다(참고로 EU는 1%였다가 현재는 0.9%, 일본과 대만 등은 5%). 다만 당시 식품업무가 보건복지부(식약청) 소관이라 그것이 식품으로 가공됐을 때 표시제가 유명무실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나마 당시 농림부의 조치 때문에 지금도 GMO 농산물 수입통계가 집계되고 있어 소비자의 알 권리를 부분적으로나마 충족키고 있다.

이상한 나라의 이상한 공직자들

#1. 지난 3월 유엔 산하의 세계보건기구가 제초제 농약의 80%를 점하는 몬산토사의 라운드업의 주성분인 글리포세이트(Glyphosate)가 발암성 물질이라고 공표하였으나 우리 정부의 대응은 요지부동이다. 그것을 우리 언론이 제대로 보도하지 않고 정부와 주무당국은 오히려 “농약은 과학이다. 안전하게 관리하면 일반 약처럼 문제없다”라고 홍보만 하니까 필자는 본 칼럼에서 다른 나라의 적극적인 대응 사례와 함께 주무당국의 미온적인 태도를 나무랐었다. 며칠 후 농촌진흥청의 주무과장 모씨가 전화를 했다. 몬산토사 직원을 불러 해명을 듣고 주의조치를 했으니 그리 알라는 거였다. 그래서 나는 조용히 그러면 WHO 국제암연구소에 요청하여 그 발표 전문과 실증적인 실험연구 결과를 받아 보았는가, 그리고 다른 나라의 대응조치를 조사해 봤는가, 그런 다음 우리 나름의 분석을 해 보았는가. 대답은 모두 “아니다”였다.

7개월이 지난 현재 농진청 주무당국의 대응조치는 글리포세이트 성분의 라운드업 제초제를 취급함에 있어 마스크와 장갑을 끼고 방제복을 입는 등 보호장구를 잘 갖추라는 것이 전부다. 그리하여 지금도 여전히 이 제초제는 전국의 산하와 작물들에 열심히 살포되고 있다.

#2. 대한민국 식약처는 지난 2년간 경실련 등이 각 식품업체별 GMO 농산물 수입현황 자료를 요청할 때마다 식품기업체의 편에 서서 기업활동의 ‘영업비밀’이라고 거부해 오다가 지난 8월28일 행정법원이 정보를 공개하도록 판결하였다. 그러나 식약처는 그건 여전히 기업체의 ‘영업비밀’ 사항이라며 거부하며 상고하였다. 대한민국 식약처의 눈에는 국민소비자의 알 권리, 안전할 권리, 선택할 권리는 보이지 않고, 해외각국의 GMO 제초제에 대한 엄중한 조치와 GMO 해악을 증거하는 각종 독립 실험연구 결과에는 관심이 없다. 박근혜 대통령의 4대악 근절 대상에 추가해야 할 사항이 하나 더 있을 것 같다. 무사안일·무능·무위·부패의 공직자들이다. 그래야 제2의 세월호 사태도, 메르스 파동도, 앞으로 다가올지 모를 국민적 대재앙 GMO 광풍도 잠재울 수 있지 않을까.

GMO 홍보 나선 ‘몬산토 장학생들’

#3. 서울대학교 농생대는 필자의 모교이어서가 아니고 객관적으로 평가하여 여러 부분에서 대한민국에 제일가는 대학이라고 말하여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광화문에 진출해 있는 몬산토사가 유독 농생대 바이오 유전학 연구대학원생들에게 해마다 거금의 장학금을 공식적인 기증식을 통해 전달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그 대학의 식물유전체 육종연구소라는 곳에서는 연구를 하다말고 올 여름 두 차례에 걸쳐 동작구 소재 고등학교 학생 및 교사를 대상으로 특별교육을 실시하였다(농생대 뉴스레터, No.33, 2015.9). 그 주요 내용은 식량문제의 해결수단으로서 생명공학작물(GMO)의 유용성을 필두로 DNA 추출, 미생물형질 전환 등의 실습까지 행하여 고등학교 1학년 모 여학생(17)이 GMO의 필요성을 느꼈고 이 교육을 통하여 진로를 설계하는데 도움이 되었다는 소감까지 받아냈다. 앞으로 동연구소는 교육범위를 서울시 전체로 확대하여 많은 학생들과 교사들이 참석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그에 필요한 돈(자금)은 어디의 누구로부터 나오는 것인지? 이제 한참 자라나는 아이들에게까지 GMO의 마수는 뻗치고 있다. 그 끝은 어디일까?

#4. 대한민국 농촌진흥청은 현재 GMO 쌀(벼)만 120여종을 개발했거나 개발 중이다. 그 외에도 고추, 배추, 화훼류, 잔디 등 벼를 포함 모두 17개 작물 180종의 GMO가 개발 중이다. 그중 우선 쌀(벼) 2종과 고추, 잔디를 내년 7월 상용화를 목표로 안전성 심사를 준비 중이라고 박수철 GMO 단장이 발표했다. 피해자가 될 농민 생산자와 소비자단체, 생활협동조합 등 국민들의 원성이 날이 갈수록 높아지는데 GMO 개발회사,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진흥청, 농약회사, 식품회사와 그 장학생 교수 학자들은 꿀먹은 벙어리다. 광고비에 매달리는 상업언론도 고요하다. 그리고 윗분들에게는 심사위원이 모두 학자들 또는 업계 관계자들이라 그들의 판단에 맡길 뿐이라고 발뺌 보고를 했을 것이다. 이미 그들은 GMO 세력의 한 축인 GMO 식구가 다 되어 있어 심사결과는 “묻지마라, 갑자생”이다.

#5. 지난 10월 세계보건기구 WHO는 연이어 “소시지와 햄 등 가공육이 담배만큼 발암성이 있다”라고 발표하였다. 식약처장은 잽싸게 ‘우리 식생활에 그리 걱정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반박성 성명을 내며 국민들, 아니 육가공업계를 위무하였다. 그 식약처가 보건복지부와 더불어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담배갑에는 니코틴이 몇 mg, 타르가 몇 mg이라고 표시하는데 앞장서고, 수십억대의 광고비를 들여 TV 프로그램마다 “흡연은 질병이고 금연은 치료”라는 기괴한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그런데도 연간 228만톤의 GMO 가공식품과 120여만톤의 수입 GMO 가공식품 및 각종 첨가물(아스파탐, 올리고당, 성장촉진제 등)에 대하여는 사실상 GMO 표시를 면제시켜주는 ‘미완성 불완전 표시제도’를 고집하고 있다. 피우는 담배는 나쁘고, 먹고 마시는 GMO는 괜찮다는 식약처의 논리는 WHO 정신에 정면 위배되는 것인지도 모르고 있는 모양이다.

문제는 4대악 근절을 부르짖어 온 박근혜 대통령께서는 GMO의 해악-환경생태계와 인체 및 생명에 대한 위해성과 그로인해 우리나라 국가와 국민의 미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에 대해 누구에게서 보고를 받고 얼마만큼이나 알고 계실까이다. 만기친람형의 레이저 눈빛을 가진 박대통령의 혜안과 판단이 오고 또 올 우리 후손들의 앞날을 결정지을 ‘대재앙’을 미리 치유할 수 있을지 국민들은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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