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3년째다. 가을철 수확기에 농산물 가격이 하락해 ‘풍년기근’을 겪기 시작한 것은. 올해도  전면개방을 맞은 쌀을 비롯해서 배추·무·고추, 과일류가 줄줄이 맥을 못추고 있다. 일부 품목은 재배가 줄어 공급이 감소해도 약세를 면치 못한다. 시장에 수입 농산물이 넘쳐나니 그렇다.

농업기술이 발달하고 생산·유통 기반이 좋아져 생산성이 향상된다지만,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한 수입확대와 맞물려 오히려 만성적인 공급과잉과 가격폭락을 부른다. 지난 수십년 동안 정부가 신자유주의 기조의 성장제일주의, 경쟁력 강화 농정을 추진했지만, 결과는 농촌경제의 피폐와 도·농격차, 농촌 내부의 양극화로 나타나고 있다.  

넘쳐나는 수입농산물에 
만성적 공급 과잉 '늪'
가격폭락 악순환 속
농업경영비 지속 상승
월평균 농업소득 86만원
최저생계비도 못 미쳐


농가의 농축산물 판매가격은 하락하는데 가계용품·농업용품 등 구입가격은 계속 올라서 농가 채산성 지표인 농가교역조건이 악화된다. 농사를 지어 올리는 수입이 늘어난다 해도, 종묘비·사료값·노무비 등 농업경영비가 더 많이 올라 소득률이 반토막으로 떨어진다. 농산물 가격 하락과 경영비 상승은 농업소득과 농가소득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키고, 도·농 소득격차를 벌려놓는다.

물가 상승 영향을 제거한 실질가격 기준으로 보면, 지난 20년간 도시근로자 가구 소득은 37.8% 증가한 반면, 농가소득은 11.5% 감소했다. 지난 1995년에는 농가소득이 도시가구 소득의 95.7%로 엇비슷했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61.5%까지 추락했다. 결국 시장개방과 농산물 가격하락으로 농민들은 최저 생활을 누리기도 어려운데, 소비자들은 저렴한 농산물 덕에 후생이 증대했고, 대기업들은 FTA로 전자제품과 자동차를 팔아 이익을 챙긴 셈이다.  

농민들은 농사를 지어서 얻는 농업소득이 연간 1030만원에 불과하고, 이를 월 평균으로 보면 겨우 86만원이다. 도시의 2014년 최저임금 월 109만원이나 최저생계비 2인가구 월 102만원, 3인가구 월 132만원보다 못하다. 문제는 도·농 격차가 더욱 심화된다는데 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FTA 개방 확대로 농산물 가격은 더 하락하고 투입재 가격은 올라 20년 뒤인 2035년에는 도·농 실질 소득격차가 41.2%로 확대된다는 전망이다. 

주거·취업·결혼·출산 등을 포기한 ‘N포 세대’, 미래가 없는 지옥이라는 ‘헬(Hell) 조선’ ‘지옥불반도’라는 표현이 이 나라의 현실로 표현된다. 그렇다면, 이보다 더하면 더 했지, 결코 못하지 않은 농촌의 현실은 ‘헬(Hell) 농촌’에 다름 아니다.

 이상길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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