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교사’ 특수성에 초점…어린이 식생활교육 활성화 디딤돌로

▲ 올해 2학기부터 주요 교육대학교에서 교대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식생활교육 학과목이 정규 편성·운영되고 있다. 지난 10월 23일 서울교대에서 이뤄지고 있는 식생활교육 강의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듣고 있다.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 온 마을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는 외국 속담이 있다. 식생활교육에도 딱 들어맞는 말이다. 더욱이 최근 불거지는 사회적 문제와 비용들을 줄일 수 있다는 점까지 더해 식생활교육은 개인과 가족 단위를 넘어 공적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고, 그 역할도 점점 도드라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2차 식생활교육 기본계획이 실시되는 올해, 생애주기별 식생활교육이 강화되고 있다. 특히 식습관이 형성되는 아동기에 대한 식생활교육의 집중도를 높이는 쪽의 정책 방향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 일환으로 농림축산식품부 등은 올해 하반기부터 주요 교육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식생활교육 과정을 정규 학과목에 처음으로 편성해 시범 운영하고 있다. 한국농어민신문은 농림축산식품부,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와 공동으로 올 하반기 주요 식생활교육사업을 3차례 기획 보도하고 있다. 마지막 순서로 ‘교육대학교 식생활교육 강의 개설 사업’을 다룬다. 


#교대 식생활교육 수업 첫 날은

식생활 교육 이끄는 주체로
스스로 가이드라인 확립 유도
농업·전통음식 이해도 제고
‘환경·건강·배려’ 가치 담도록


“자, 나눠준 식생활능력평가 설문조사 다 했죠? 점수가 A등급(90~100점) 나온 학생이 있나요? 없어요? 그럼 B등급(80~89점)은요? 1명 있네요. 다음 C등급(70~79점)은?”

지난 10월 23일 오후 서울교육대학교 연구강의동의 한 강의실. 서울교대 생활과학(B반) 수강생들의 첫 번째 식생활교육 수업 시간이다. 가장 먼저 식생활 전반에 대한 인식을 학생들 스스로가 진단해 볼 수 있도록 객관화하는 취지의 사전 설문조사가 간략하게 이뤄졌다. 이날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30여명. 대부분이 올해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 1학년 학생들이었다. 수업을 진행한 신정민 강사는 “이 설문조사는 앞으로 8주 교육과정이 끝난 뒤에 여러분들의 식생활능력이 얼마나 변화했는지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한 것”이라며 “앞서 9월과 10월, 8주 동안 수업을 들은 A반 학생들이 자신들의 식생활을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됐다는 것을 스스로 느꼈듯이 아마 여러분들도 많은 변화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교대는 이번 2학기부터 기존 과목 내 식생활교육 관련 내용을 추가·포함해 2학점 교양선택 과정을 운영, A반과 B반으로 나눠 차례대로 각각 8주 동안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정민 강사는 “그동안 식생활교육 관련 수업 내용이 있었지만, 환경·건강·배려 등의 식생활교육 가치를 중점적으로 수업 과정을 계획한 것은 올해 2학기 강의가 처음”이라며 “수업 시간이 이전보다 많아졌기 때문에 단순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나중에 교사가 됐을 때 어떻게 식생활교육을 가르칠 수 있을까 하는 가이드라인을 스스로 확립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으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즉 수강생들이 교육을 받는 수동적인 ‘객체’가 아닌 향후 식생활교육에 관심을 갖고 능동적으로 교육을 이끌 수 있는 ‘주체’로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다질 수 있는 방향으로 교육이 꾸려지고 있다는 얘기다. ‘예비교사’들이 가진 역량이 향후 초등학생들의 식생활교육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는 부분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바른 식생활교육의 이해와 초등교사의 역할’이라는 첫 번째 강의 주제 역시 이런 맥락에서 교대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식생활교육의 지향점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밖에도 앞으로 강의에선 농업 및 전통 음식, 환경 등에 대한 이해도도 높여나갈 계획이다. ‘식생활과 환경 및 농어업과 산업’, ‘전통 음식(한식)의 이해’, ‘전통음식 만들기’(조리실습), ‘식생활체험교육’(낙농목장 체험) 등 교대 학생들이 교육적 측면 뿐만 아니라 식생활교육이 담고 있는 ‘환경·건강·배려’의 가치를 폭넓게 접할 수 있게끔 교육 일정이 마련됐다.
 

 

#추진 현황과 의미는

전국 11개 교대 중 7곳 참여
식생활교육 전문 인프라 구축
교육 콘텐츠 개발 등 기대
정부 지속적 관심·지원 필요


올해 2학기부터 주요 교대의 교과과정에 ‘식생활교육’이 처음으로 정규 학과목에 포함됐다. 전국 11개 교대 가운데 서울교대·춘천교대·공주교대·광주교대·전주교대·진주교대·제주교대 등 7개 학교가 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등 학교 참여율도 높은 상황이다.

강의 운영은 탄력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교과목은 각 학교별 실정에 맞게 단일 과목으로 채택하거나 기존 과목 내 식생활교육 관련 내용을 추가·포함한 방식으로, 강의 및 교육 프로그램 등의 세부 일정 역시 학교 특색을 살릴 수 있도록 했다.

수업 내용은 식생활교육의 필요성과 현황, 식문화, 환경과 농업, 식생활교육 프로그램 개발 등 영양학적 접근에서부터 먹을거리에 대한 이해, 우리 농업과 환경의 중요성, 미각교육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으로 식생활교육의 이해와 관심을 높일 수 있도록 내실있게 구성됐다. 또한 강의를 바탕으로 학생들 간 토의와 실습 및 체험 활동 등을 통해 수강생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는 부분도 특징이다.

생애주기별 식생활교육 활성화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교대 식생활교육 사업은 ‘대학(생)’이라는 측면과 더불어 ‘예비교사’라는 특수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교대에 국한돼 식생활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대학 학과 과정에서 식생활교육을 정규화해 학술적 측면의 접근이 가능할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박성우 농식품부 식생활소비정책과장은 “교육 현장의 교사 분들은 그 숫자도 많고 연령대도 다양해 식생활교육 대상으로 접근하기가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은 부분이 있어 ‘예비교사’인 교대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식생활교육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며 “교대 식생활교육 사업은 학술적 측면에서도 연구과제 등의 접근을 통한 입체적인 효과 분석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예비교사’들을 대상으로 한 식생활교육이 향후 어린이(초등학생) 식생활교육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 더 큰 기대다. 전문 교육의 인프라 구축을 통해 교육 콘텐츠 개발 등의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란 판단이다. 초등학교 식생활교육의 활성화 방안으로 꼽혀 온 ‘식생활교육 프로그램 개발’, ‘식생활교육과정안 개발’, ‘식생활교육 전담교사제 운영’ 등의 부분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김현주 진주교대 교수는 “교육대학교 정규 교육과정에서 학교 현장의 식생활 지도에 필요한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국가가 추진하는 식생활교육 사업의 공신력을 높이는 동시에 식생활교육에 필요한 인프라와 콘텐츠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효과가 매우 클 것”이라며 “앞으로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확대 시행돼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정책 당국의 관심과 예산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박성우 과장은 “예비교사 단계에서 식생활교육에 대해 관심을 갖다 보니 향후 초등학생들이 폭넓게 식생활교육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수 있고, 이는 초등학교 식생활교육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내년에는 가급적 전국 11개 교대가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끝>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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