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세대 농촌 진입·정착 돕는 마중물 될 것”

▲귀농귀촌의 메카로 불리는 전북 남원시 산내면에 귀농한 이유진 씨는 여성들의 글쓰기모임을 만들어 <지글스>(지리산에서 글쓰는 여자들)라는 잡지를 발간하고 있다.(사진위) 삼선재단의 베이스캠프사업에 참여해 ‘나의 시골살이 디자인학교’를 진행하고 있는 해남 미세마을 청년들.

 

2007년 ‘88만원 세대’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이후 청년세대의 암울한 현실을 꼬집는 신조어가 날마다 갱신을 거듭하고 있다.

연애·결혼·출산을 포기한 ‘삼포세대’로 시작해, 인간관계·내집 마련을 포기한 ‘5포세대’, 꿈과 희망까지 포기한 ‘7포세대’, 최근엔 이 모든 것을 무한대로 포기한다는 뜻의 ‘N포세대’마저 출현했다. 체념과 절망에 익숙해진 청년들은 지금의 대한민국을 ‘헬조선(Hell+조선, 지옥같은 대한민국)’이라 부른다. 언제부턴가 청년들에게 더 이상 희망을 얘기하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도시를 떠나 농촌으로 향하는 청년들의 발걸음에 주목하며 먼저 정착한 젊은이들, 지역사회 어른들과 함께 이들의 농촌 정착을 돕고 있는 곳이 있다. 삼선배움과나눔재단 이야기다.

 

“농촌에서 다른 삶을 꿈꾸는 청년들이 땅에, 지역에 뿌리내리고 건강한 소농으로, 지역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는데 저희 재단의 작은 도움이 마중물이 될 수 있기를 소망합니다.”(손선숙 삼선배움과나눔재단 이사장)
 

초기 정착 어려운 청년들 위해
2010년 인턴십사업 첫 시작
경제적 어려움 덜어주고
진로 탐색·안정적 정착 기회

비빌언덕 돼 주는 지역공동체
좋은멘토 있어야 지원 가능
농진로베이스캠프 구축지원도

▲삼선재단의 지역청년활동가 지원사업을 이끌고 있는 손선숙 이사장(사진 오른쪽)과 이미화 사무국장.

 

최근 농촌으로 이주했거나 이주를 희망하는 청년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마을’에 살아본 적도, 농사를 지어본 적도, 갖고 있는 자원도 별반 없는 청년들이 혼자 힘으로 농촌에 정착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더 이상 청년세대에 일자리를 내어주지 않는 도시를 떠나, 농의 가치, 공동체적 가치를 실현하며 소박하게 살아보겠다는 그들의 꿈은 역시나, ‘먹고 살기 힘든’ 현실의 벽 앞에 무너지기 일쑤다. 이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1984년 ‘삼선장학문화재단’으로 출발, 오랜기간 장학사업을 펼쳐왔던 삼선배움과나눔재단이 농촌지역 청년활동가 지원사업을 고민하게 된 배경이다.

삼선재단은 2010년 하반기 ‘지역청년활동가 인턴십’ 사업을 시작했다. 첫 지원대상은 지역에 남아 시골살이를 준비하던 홍동의 풀무학교 전공부 졸업생. 당시 풀무 전공부 교사로 지금은 홍성에서 젊은협업농장을 운영하며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청년들에게 비빌언덕이 되어주고 있는 정민철 대표의 제안이 계기가 됐다.

1명으로 시작한 인턴십 인원은 해마다 늘어났다. 올해는 홍동·장곡·덕산·강화·산청 등 8개 지역 15명의 청년들이 참여하고 있다. 농촌에서 진로를 고민하는 10대 후반~20대 중반 청년들에겐 ‘길찾기인턴십’(월 30만원)을, 지역에 정착해 분명한 자기 역할을 갖고 활동하는 청년들에겐 ‘청년인턴십’(월 50만원)을 지원한다. 기간은 1년. 최장 2년까지 가능하다.

다만 원칙이 있다. 반드시 지역에 이들을 관심있게 지켜보고 이끌어 줄 좋은 멘토가 있어야 한다는 것. “사업을 진행하면서 지역에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비빌언덕이 되어주는 어른이 있는 곳과 없는 곳의 차이가 매우 크다는 걸 알게됐죠. 지역커뮤니티가 없는 곳에서 청년 혼자 버티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개별 지원은 하지 않습니다. 지역사회와 밀접한 관계망을 갖고 있는 단체와 좋은 멘토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재단의 지원목적이 단순한 청년 귀농 확대가 아니라 지역공동체의 회복을 돕는 데 있기 때문이죠.” 이미화 사무국장의 말이다.

경남 산청의 민들레공동체를 비롯 충남 홍성 <젊은협업농장>, 전북 부안 <변산공동체>, 충북 옥천 <옥천순환경제공동체>, 충북 제천 <농촌공동체연구소>, 충북 괴산 <문화학교 숲>, 경북 봉화 교육복지문화공동체 <하모니> 등이 그렇게 인연을 맺은 지역커뮤니티들이다.

지난해부터 청년층의 농촌 진입과 정착을 돕는 중간지, 완충지로서 <청년농진로베이스캠프> 구축사업을 지원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홍성의 <협동조합 청촌>을 비롯 해남의 <미세마을배움터>. 남원 산내면의 <지리산 시골살이학교> 등이 베이스캠프로서 새로운 실험과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취업과 스펙에 목을 매야하는 경쟁적 삶 대신 연대와 공생의 삶을 꿈꾸며 스스로 진화하고 있는 청년들을 만나는 일은 늘 설렌다”는 손선숙 이사장은 “보다 긴 호흡으로 지역에서 새로운 문화를 열어가는 청년들의 성장을 돕겠다”고 전했다.

김선아 기자 kims@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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