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산업 육성 5개년 계획 추진과정에서 관련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당초 정부가 그려놓은 청사진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말산업 육성을 통해 농어촌 경제를 활성화시키겠다’, ‘FTA 시대 농어촌의 새로운 농가 소득원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시작된 말산업육성 5개년 계획이 공수표만 날리는 꼴이다. 또 말산업 육성 5개년 계획 추진과 함께 말산업 육성전담기관으로 지정되면서 오는 2022년까지 승마힐링센터 30곳을 건립해 사회공헌에 나서겠다던 한국마사회의 약속도 공수표라는 지적이다. 말산업 육성 5개년 계획 중 4년차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그간 추진된 말산업 육성책에 대해 점검한다.


#처음부터 불안한 출발

2013년 시행지침 내놨지만
관련예산 확정 안돼 ‘기현상’
예산당국과 협의도 없이 발표
“정부 육성의지 있나” 논란도


농식품부가 말산업 육성 5개년 계획을 내놓은 것은 지난 2012년 7월이다. 당시 농식품부는 ‘말산업을 FTA 시대 농어촌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육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과 함께 이를 통해 농어촌 경제를 활성화 하고,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고 밝혔다.

육성목표도 대단했다. 2011년을 기준으로 3만두이던 말을 1차 육성계획이 끝나는 2016년까지 5만두로 늘리고, 농가수도 1900호에서 3000호로, 승마장 수는 300개소에서 500개소, 승마인구는 2만5000명에서 5만명으로, 체험승마인구는 63만명에서 150만명으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일자리 창출 계획도 덧붙여졌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청년일자리가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을 반영해 일자리를 2만명 수준에서 3만명으로 1만명 늘리는 한편, 말의 생산과 육성·조련·이용 등을 위해 관련 전문인력도 1100명을 양성키로 했다. 특히 농어촌의 소득향상을 목적으로 한 ‘농어촌형 승마장’을 500개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과 함께 농어촌 생태관광 등과 연계한 호스랜드를 조성한다는 계획도 덧붙여졌다.

하지만 말산업 육성계획이 실질적으로 시행됐다고 볼 수 있는 2013년도에는 말산업육성사업의 시행지침이 발표된 이후에도 관련예산이 확정되지 않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육성목표가 확정됐음에도 불구하고 수반돼야 할 예산에 대해서는 예산당국과 협의도 하지 않은 채 계획부터 발표한 셈이다.

이듬해인 2014년에도 마찬가지로 사업예산이 반영되지 않은 말산업육성사업시행지침이 공개되면서 ‘과연 정부가 말산업 육성에 의지가 있는지’ 여부가 도마 위에 올랐을 정도다. 이어 2014년 말산업육성계획의 예산은 5월에서야 확정이 됐고, 올해 사업예산도 2월말이 돼서야 확정이 됐다.

관련예산도 2013년 278억원·2014년 373억원·2015년 378억원으로 연간 500억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하겠다는 당초 계획과는 차이가 컸다. 그나마 늘어난 예산도 말산업특구지정에 따른 지원예산이라는 점에서 당초 청사진과는 다르게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당시 농식품부는 ‘재정당국이 말산업 관련 예산을 문제예산으로 검토하고 있었기 때문에 예산배정이 늦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인프라가 확충되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을 추진하다보면 결국 농가들이 피해를 보게 될 것’이라는 애매한 입장을 견지했다. 사업추진계획은 밝혀놓고, 돌연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야 한다’는 식.

이를 두고 말산업을 추진하려던 지자체 관계자들은 ‘자체예산을 마련해 놨는데, 중앙정부의 매칭펀드가 결정되지 않는 상황이어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변죽만 울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3년차 결과는 ‘초라’

사육두수·농가수·승마인구 등
목표대비 절반치 불과
농어촌형 승마장사업도
‘농지법’에 발묶여 제자리


농식품부가 전문조사기관인 한국리서치를 통해 2014년 말산업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는 사육두수 2만5819두·농가수 1414명·승마장 수 395개소·승마인구 4만596명·체험승마인구수 77만1076명·일자리(종사자수) 1만9091명을 나타냈다.

1차 5개년 계획의 3년차를 끝낸 상황에서 목표치에 비해 사육두수와 농가수, 그리고 체험승마인구 등은 모두 절반수준에 불과했고, 승마인구만 목표치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2011년 당시 일제 실태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었다는 점에서 사업추진 전과 추진 후를 직접 비교하기에는 어렵다고 하더라도 목표치에는 크게 부진한 상황이다.

특히 농어촌의 새로운 수익모델을 창출하겠다며 추진한 농어촌형 승마장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체육시설의 설치·이용에 관한 법률’과 농식품부 소관의 ‘농지법’에 발이 묶여 한 발짝도 못나가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올 4월 들어서면서 지자체들이 체육시설부지로 전환하지 않은 농어촌형 승마장에 대해 철거를 명령하는 등 ‘말산업 육성법’과 말산업 육성계획에 따라 농어촌형 승마장을 지었던 농가들이 낭패를 보고 있다.

윤명희 새누리당 의원의 대표발의로 농업진흥구역에 농어촌형 승마장의 설치가 가능하도록 ‘농지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상황이지만 해당 상임위인 농해수위에 상정됐을 뿐 제대로 된 검토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3곳의 말산업 특구를 지정한 것은 소기의 성과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지역구 국회의원들은 할 말이 많다. 지난 2014년 1월, 제주도가 말산업특구로 지정된 후 농식품부는 매년 1~2개씩의 특구를 지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말산업 특구지정 기준에 맞는 추가 특구예정지를 찾지 못해 2015년 초에는 특구로 지정된 곳이 없었고, 결국 기준을 고쳐서 6월에서야 컨소시엄을 구성한 구미·영천·상주·군위·의성 지역 등 5개 시군을 2015년도 사업자로, 용인·화성·이천 지역 등 3개시가 컨소시엄을 구성한 연합체가 2016년 말산업 특구로 지정했다.

특구로 지정이 되면 승마시설과 조련시설, 그리고 전문인력 양성기관 등의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예산 50억원이 2년에 걸쳐 지원된다. 이에 대해 최근 열린 한국마사회 국감에서 상주가 지역구인 김종태 새누리당 의원은 “말산업 특구로 지정되면 엄청난 황금알을 낳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더라”는 지적을 내놨고, 이천이 지역구인 유승우 의원도 “말산업 특구지정을 통한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데, 마사회는 참여의무가 없다는 이유로 관심이 없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KRA 승마힐링센터도 부실

2022년 30개소 목표 불구
현재 세 곳 중 한 곳만 운영
장애인 복지차원 검토 없이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 도마위


말산업육성 5개년 계획과 함께 사회적 관심을 끌었던 것은 한국마사회가 내놓은 ‘KRA 승마힐링센터’추진계획이었다. 한국마사회는 지난 2012년 7월 농식품부의 말산업 육성 5개년 계획 발표에 앞서 6월에 ‘KRA 승마힐링센터’ 추진계획을 내놨다. 당시 계획은 말을 이용한 청소년 정서행동장애 치료사업을 위해 2022년까지 ‘KRA 승마힐링센터’ 30개소를 설립하겠다는 것. 이것도 말산업과 관련된 대표적인 공수표 중 하나다.

발표일은 2012년 6월 21일. 이어 25일에는 인천에 처음으로 ‘KRA 승마힐링센터’를 개설했고, 같은 해 7월에도 시흥시에 제2호 ‘KRA 승마힐링센터’를 개소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또 30개소 설립을 위해 총 1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대대적인 투자계획도 덧붙였다.

이를 활용한 한국마사회의 사회공헌 목표도 대단했다. 2200평 규모의 인천 KRA 승마힐링센터는 매년 센터당 2000여명의 정서장애 청소년에게 치료혜택을 제공할 예정이었고, 특히 저소득층에게는 무료로 이용하도록 할 계획이었다. 또 ‘KRA 승마힐링센터’ 30개소가 완공되면 6만명 이상의 청소년이 ‘KRA 승마힐링센터’를 통해 치료혜택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이들 ‘KRA 승마힐링센터’는 어떻게 됐을까? 인천 KRA 승마힐링센터’는 2014년 6월에 문을 닫았고, 2호점인 시흥시의 경우도 문을 닫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3호점인 대구 한 곳만 운영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

‘KRA 승마힐링센터’가 ‘청소년 정서행동장애 치료에 현실적 대안’으로 ‘정부와 공기업, 그리고 민간이 사회문제를 공동으로 대응하는 이른바 제3세대 사회혁신형 사회공헌방식의 본보기’라는 당시 자평은 접어두더라도 2022년 목표치인 전국 30개소 운영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문제도 예상됐었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승마힐링센터 사업이 손익을 내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통상적으로 재활승마는 1필의 말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3명의 인력이 투입돼야 한다. 따라서 이를 운영하는 데는 인건비의 문제가 발생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따라서 재활승마를 운영하는 경우 자원봉사자가 필수적이라는 지적이고, 이에 따라 사회적 참여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었다. 따라서 한국마사회 뿐만 아니라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 그리고 보건복지부와 마필 생산을 담담하고 있는 농식품부 등이 장애인 복지차원에서 함께 논의해야 할 부분이었다는 것.

하지만 1차 말산업육성 5개년계획이 나온 다음해인 2013년 11월에 발표된 농식품부·문체부·교육부의 ‘승마 활성화 방안’에는 ‘재활승마 시범사업 결과를 토대로 표준모델을 정립, 활성화 방안을 강구한다’는 내용을 제외하고 실질적인 지원 계획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지난해 한국마사회 국정감사에서 경대수 새누리당 의원은 ‘승마힐링센터’의 총제적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운영재원의 80%가 마사회 기부금에 의존하고 있고, 강습·승마체험비율이 90%나 점유한다”면서 “재정안정화 등을 위해 운영모델을 전면 재검토 할 것”을 지적했고, 이에 대해 한국마사회는 올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서 “말을 소재로 하는 대표 사회공헌 아이템으로 장애아동을 위한 '재활승마'와 가족을 치유하는 '힐링승마' 직영체계를 구축하겠다”면서 “6~13세를 대상으로 시범운영을 실시한 후 12월까지 승마힐링센터를 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재활승마의 경우 마필 당 3명의 인력이 필요하고, 또 가정환경이 열악한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사업적자가 충분히 예상됐고, 이를 말산업육성기관으로 지정까지 받은 한국마사회가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했었다는 빈축은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진우 기자 leejw@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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