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 전년대비 최대 20% 증가 전망…농협-농민간 갈등
일부 지역농협은 결정 미루고 4만~4만3000원 선급금 제시

올해도 ‘풍년의 역설’이 어김없이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올 벼 생산량이 지난해보다 5∼20%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 가운데 전국적으로 벼 수매가가 사실상 ‘폭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지역농협은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수매가 결정을 미룬 채 4만원~4만3000원 수준의 선급금을 제시하며 수매를 시작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남보은농협은 충북도 내에선 처음으로 삼광 수매가를 5만원으로 결정했다. 작년 5만6000원에서 6000원이 빠진 것이다. 새누리 품종은 5만1000원에서 4만7000원으로 내렸다. 보은지역 농민들은 남보은농협의 수매가 결정이 터무니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농연보은군연합회 이달혁 회장은 “지난 8일 농협의 수매가 결정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농민들의 요구사항을 농협 측에 전달했다”며 “농협은 사전에 농민들과 충분히 상의를 하고 적자가 났다면 구체적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국에서 가장 먼저 그 해 벼 수매가를 정하는 철원군 동송농협은 지난달 14일 오대벼 1kg 수매가를 1570원으로 결정했다. 40kg 한 포대에 6만2800원이다. 이는 지난해보다 kg당 80원이 내린 것으로, 40kg 기준으로 3200원이나 인하된 것이다.

충남도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대부분 농협들이 선지급금 4만원(조곡 40kg)을 결정하고, 연말 또는 내년 1사분기 내에 추후 정산하는 방식을 채택했지만, 지난해보다 10~20% 정도의 수매가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당진 신평농협의 경우 선지급금 4만원에 조합원별 7000평 이내 전량 수매 방침을 농협이사회 및 RPC운영위원회에서 결정했다. 결정에 참여한 정우찬 이사는“지난해에 비해 kg당 150원 정도 하락했는데, 국내 시중가격이 더 하락할 수 있어 추가 정산금 지급이 어렵지 않나 걱정된다”고 말했다.

전북지역의 쌀값 하락은 더욱 심각하다. 수확기를 맞은 부안지역의 모 농협미곡처리장의 나락 자체수매 가격은 현재 일반벼 4만4000원, 신동진 4만7∼8000원선에 거래되고 있다. 지난해 최종 벼 자체수매가격이 5만6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많게는 1만원 넘게 하락한 셈이다.

경북지역 최대 곡창지중 한 곳으로 매년 산물벼 수매가격 책정의 바로미터 역할을 해온 경주지역내 농협의 경우 이달 15일부터 다음 달 초순까지 산물벼 추곡수매에 나선다는 계획이지만 수매가는 결정하지 못했다. 김형철 한농연경주시연합회 회장은 “농협이 수매가격 결정을 미룬 채 경영적자 부담을 농민들에게만 떠넘기고 있어 상당수 농민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전했다.

경남지역 대다수 농협RPC는 선지급금을 4만1000원대로 책정한 후 쌀 주산지인 전라도 곡창지대의 벼 매입가격을 주시하고 있다. 박윤철 진주농협RPC 대표이사는 “올해 쌀 작황이 좋아 990㎡(300평)당 단수가 약 530kg으로 작년 지역평균 약 500kg보다 훨씬 많으며, 2009년 대풍 때의 단수와 비슷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2009년 대풍 때 이곳 벼 가격은 4만8000원으로 떨어졌으며, 재고량이 이듬해까지 악영향을 미쳐 2010년 벼 매입가격이 4만~4만200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박 대표는 “정부가 45만~60만톤 정도를 매입해 격리하겠다는 발표를 조기에 하지 않는 이상 올해는 물론, 내년까지 벼 가격 폭락사태로 홍역을 치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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