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식생활문화 가치 확산…“단순 요리교실과는 달라”

▲ 도시민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바른 식생활교육이 올해 하반기 전국 40곳의 대형유통업체 문화센터에서 이뤄지며 수강생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은 이달 7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진행된 식생활교육 문화교실 모습.

도시민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바른 식생활교육이 정부와 대형유통업체의 협업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도시민 대상 식생활교육 강좌가 지난해 대형유통업체 문화센터에 시범 개설·운영된 이후 도시민들의 참여가 늘며 올해 조금씩 확대되는 상황이다. 도시민들의 접근성이 우수한 대형유통업체 문화센터가 식생활교육의 거점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농어민신문은 농림축산식품부, 식생활교육국민네트워크와 공동으로 올 하반기 식생활교육사업의 주요 내용을 3차례에 걸쳐 기획 보도하고 있다. 이 중 두 번째로 지역사회에서의 식생활교육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도시민 대상의 ‘식생활교육 문화교실’을 다룬다.


#추진 배경은

소비자 식생활교육 수요 확대
대형유통업체 문화센터 활용
기업 사회적 역할과도 접점


서울 강서구 가양동에 살고 있는 30대 전업주부 A씨는 최근 들어 바른 식생활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세간에 부는 ‘쿠킹 열풍’이 영향을 미치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보다도 이제 막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한 아이와 불규칙적인 회사생활에 힘들어 하는 남편에게 하루에 한 끼라도 건강한 밥상을 차려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란다. 하지만 식생활교육 관련 정보를 얻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식생활교육을 받을 수 있는 데는 어디일까. 또 비슷한 고민을 나눌 수 있는 곳은 없을까.’ 이는 서울은 물론 각지의 여느 도시민들이 식생활교육에 대해 갖는 물음 중의 하나다. 근본적으로 향후 식생활교육사업의 추진 방향에 맞닿아 있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런 도시민들의 요구와 바른 식생활교육 확산이라는 정부의 정책 목표, 기업의 공익 추구 등의 접점이 모아진 것이 식생활교육 문화교실 사업이다. 특히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는 곳으로 대형유통업체 문화센터가 주목됐다. 대형유통매장은 도시민들이 농식품을 쉽게 구입하는 공간인 동시에 주요 거점마다 자리해 소비자들의 접근성이 우수하다는 특징을 갖춰 대형유통업체의 문화센터 강좌와 연계할 경우 환경·건강·배려의 가치가 담긴 바른 식생활교육의 범국민적 확산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도시민들이 농식품을 주로 구입하는 대형 유통업체, 백화점 등 전국 유통업체 지점의 65%가 문화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 대형마트 및 백화점 51%, 대형마트 문화센터 등의 49.1%가 집중돼 있을 정도로 도시민 생활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식생활교육 관련 강좌가 마련되지 않았거나 운영되더라도 요리실습 수준에 불과한 유통업체 내 문화센터 교육프로그램 여건도 감안됐다.

식생활교육 문화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대형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바른 식생활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요가 높아지는 추세 속에서 지난해에 이어 올해 식생활교육 강좌를 운영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의 참여가 많아지고 있다”며 “식생활교육 관련 소비자들의 참여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바른 식생활에 대한 가치를 알리는 동시에 기업의 사회적 역할 차원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추진 현황은

올해 전국 40개 지점서 시행
제철 채소 먹기·아침식사하기 등
8개 바른식생활 실천과제 중심

 

2014년 홈플러스(10개 지점)와 롯데마트(6개 지점)에서 시범 운영된 도시민 대상의 식생활교육 문화교실은 올해 이마트가 가세해 전국적으로 총 40개 지점(이마트 13, 홈플러스 16, 롯데마트 11)으로 크게 확대됐다. 도시민에게 건강하고 올바른 식생활, 합리적인 소비문화 확산 등을 유도하기 위해 ‘바른 밥상, 밝은 100세’를 주제로 이론과 실습을 병행, 올해는 9월부터 매주 1회씩 8주간의 과정으로 서울·강원, 경기·인천, 충청·전라, 경북·경남 등 4개 권역 도시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폭넓게 진행되고 있다. <표 참조>

올해 식생활교육 문화교실 사업은 강의(실습)실 제공과 수강생 모집, 사업 홍보 등은 유통업체가 분담하고 교육생이 비용의 일부를 자부담하도록 해 교육생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는 한편 사업의 효율성도 한층 더 제고했다는 것이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농식품부의 설명이다. 전체 식생활교육 수강생의 10%는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모집하고 실습 재료비도 지원된다.

식생활교육 문화교실에서는 바른 식생활의 시작, 텃밭 가꾸기, 제철 채소·과일먹기, 가족 밥상의 날 실천,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축산물 저지방부위 소비, 아침식사하기, 바른 식생활의 실천 등 8개의 바른 식생활 실천과제를 중심으로 이론 강의와 관련 요리 실습이 차례로 이뤄지고 있다. 또 매분기마다 발간되는 정보매거진 ‘농식품 소비공감’ 배포를 통해 소비자 역량 강화, 농식품 국가인증 특강 및 국가 인증 농산물로 구성된 식재료 제공 등 우리 농산물의 우수성도 홍보, 국산 농식품 분야와의 연계를 강화하는 노력도 함께 이뤄지고 있다.

허태웅 농식품부 유통소비정책관은 “바른 식생활의 중요성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로, 소비자가 많이 찾는 대형유통업체와 함께 하는 ‘식생활교육 문화교실’이 바른 식생활 실천, 우리 농산물 사랑의 초석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교육 현장은

바른 식생활 관점서 메뉴 접근
저지방부위 육류요리 삼매경
참여자 “식생활교육 관심 커져”


“육류에서 주로 많이 섭취하는 부위가 어딘가요? 돼지고기는 삼겹살, 목살이고, 소고기는 마블링이 많은 것을 좋아하시죠?” 이달 7일 오전 서울 강서구에 위치한 홈플러스 강서점 내 문화센터에서는 ‘저지방부위 육류 먹기’를 주제로 한 식생활교육 문화교실이 진행됐다. 이날 수업에서 박숙현 강사는 영양학적 관점의 접근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바른 식생활 관점에서 저지방 육류 섭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숙현 강사는 “이런 축산물 소비 패턴은 심각한 사회적인 문제를 낳고 있다”며 “돼지고기 앞다리나 뒷다리 등 저지방 부위 소비가 이뤄지지 않아 재고가 많아지게 되면 선호부위 가격이 높아지는 문제가 나타나고, 축산 농가들의 어려움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힘을 주어 말했다.

마치 TV 요리프로그램 세트장을 연상케 하는 강의실에 모인 15명의 수강생들은 수업 내용에 꽤 집중한 모습이었다. 삼삼오오 앉은 수강생들은 대부분 30~40대 주부들. 강의 주제가 무겁진 않았지만, 수강생들의 태도는 사뭇 진지했다. 박 강사가 “오늘따라 강의실 분위기가 경직돼 있다”며 “아마 취재하러 나온 분이 계셔서 그런 것 같다”는 우스갯소리를 던지자, 수강생들의 웃음소리가 금세 강의실을 채웠다. 10여분 남짓 진행된 이론 수업에 이어 요리실습 시간에는 강의실 내부에 활기가 가득했다. 이날 실습 요리는 저지방부위 육류로 만든 ‘소고기 오절판’, ‘닭가슴살 흰 콩조림’, ‘제육 영양부추 냉채’ 등 3가지 메뉴. 흔치 않은 메뉴인 탓에 박 강사가 소개하는 레시피를 꼼꼼히 살펴보며 수강생들은 요리 삼매경에 빠져들었다.

총 8주 교육기간 중 6주 동안 교육에 참여한 수강생들의 생각이 궁금했다. 가양동에서 온 최보람(38) 씨는 “지인 소개로 식생활교육 문화교실을 알게 돼 참여하게 됐는데, 직접 얘기를 듣고 실습을 진행하니 즐겁다”며 “아무래도 아이가 있다 보니 식생활 분야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강의에서 배운 김치크로켓을 아이에게 해 줬는데, 김치가 매워 못 먹을 줄 알았는데 입맛에 맞았던지 잘 먹더라”라며 “식생활교육에 직접 참여하니 관심이 더욱 커지고,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다양하게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미정(40) 씨는 “원래 요리에 관심이 많았는데, 문화센터 공지를 보고 참여하게 됐다”며 “배운 요리를 가족들에게 해 주고 있다. 요리 수업뿐만 아니라 식생활교육에 대한 부분들을 접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고 전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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