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8일 찾은 정읍·김제 등 평야지대의 젖줄인 섬진강댐은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저수율이 10% 아래로 뚝 떨어져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낸 채 잡초로 무성하다.

올 봄에 이어 가을 가뭄으로 농작물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농가들은 가뭄이 장기화 될 경우 내년 농사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정부와 지자체가 근본적인 가뭄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충남 강수량 평년비 41%·강화 35%, 저수율도 사상최저
장기화 땐 내년 농사 악영향 "정부·지자체 대책 절실" 


각 지자체에 따르면 충남도 내 누적강수량은 503.5㎜(9월 30일 기준)로 평년대비 41.4%에 그치고 있고 봄부터 극심한 가뭄이 이어진 강화군의 누적 강우량은 지난 30년간 평균 강우량의 35% 수준인 422㎜에 불과하다. 강원도의 지역별 9월 강수량도 춘천 4.8㎜(평년대비 2.9%), 속초 13.5㎜(6%), 양구 12.3㎜(9%) 등 평년대비 10%에 못 미쳐 가을가뭄에 시달리는 지역이 적잖다. 전북과 경북지역의 올해 강수량도 각각 669.4㎜, 602㎜로 평년대비 55.8%, 58%에 머물고 있다.

적은 비로 인해 저수율도 급격히 떨어졌다. 충남도 내 주요 저수지의 저수율은 사상 최저치인 29.3%까지 추락했고 전북도 내 저수지들의 평균 저수율은 28.0%에 그쳤다. 경북 관내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도 53.7%로 평년대비 71.2%에 불과하고 강화군 관내 저수지의 저수율도 10% 미만으로 추락했다.

가을 가뭄으로 일부 지역에서는 참깨·둘깨·콩 등이 여물치 못한 채 쭉정이만 남았고 수확을 앞둔 벼가 말라죽는 등 농작물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콩 주산지인 파주와 연천지역 농가들은 콩 수확량이 예년보다 3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유광연 한농연인천광역시연합회장은 “워낙 강우량이 적다보니 벼농사를 포기한 농가도 많고 그나마 다 자란 벼도 수확할 엄두를 내지 못할 정도로 형편없다”고 설명했다.

평택에서 5만여평의 논농사를 짓는 안모씨도 “겉보기에는 황금들판이지만 막상 수확해 낟알을 까보면 쭉정이가 부지기수”라며 “벼가 물을 제때 먹지 못해 수확량도 감소됐고 제현율도 크게 떨어져 수매가도 제대로 받지 못할까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특히 보령 노천지구·부사지구, 서산 AB지구 등 간척지에서 벼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가뭄으로 염분 농도가 짙어져 벼 잎이 말라죽는 등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농가들은 수확량이 20~70%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농민들은 이번 가을가뭄이 내년 농사까지 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안동 도산면 서부리의 농민 권모씨는 “올해 콩 농사는 전부 망쳤다”면서 “내년 봄까지 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는다면 물이 많이 필요한 논농사는 물론 밭농사도 깡마른 땅에서는 파종 자체가 어려워 농사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고 호소했다.

해당 지자체들은 농업용수를 확보하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가을 가뭄을 해소하기에는 다소 역부족이다. 이에 농민들은 정부와 지자체에 근본적인 가뭄 해갈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홍성의 한 농민은 “지자체에서 피해농민에게 농약대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주의 한 농민도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내년 봄 농사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정부의 물 관리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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