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한국여성농업인전국대회’의 학술행사인 ‘여성농업인육성 현재와 미래 토크콘서트’가 지난 3일 용평리조트 그린피아콘도 1층 레인보우에서 개최됐다. ‘중장기 여성농업인육성 정책 발전방안 모색’을 위해 한여농이 주최하고, 한국농어민신문이 주관한 이번 토크콘서트에선 실효성 있는 여성농업인 지원조례 제정과 정책전달 체계 개선 등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특히 내년부터 ‘공동경영주 인정이 가능하다’는 농식품부 농촌복지여성과 윤광일 과장의 깜작 발언에 환호성이 터지기도 했다.
 

#주제발표/중장기 여성농업인 정책 발전방안
"농촌 내 성평등교육 강화
 생활체감형 정책 수립을"

'여성이장 할당제' 검토
지자체가 제 역할 해야


▲오미란 지역고용정책연구원 전문위원=농업농촌의 여건 중 인구 특성을 보면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데, 독거가구의 80%가 여성이다. 빈곤이 여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작물재배 형태의 변화로 여성노동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성정책 패러다임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성평등 정책이 엄청나게 빠르게 추진되고 있는데, 향후 농촌여성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확대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하지만 오히려 농촌내부에 성평등 의식은 낮아졌다. 농촌에 살고 있는 결혼이주여성들을 바라보는 시각자체가 매매혼적인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성들을 대상으로 성평등 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여성들의 지역사회 참여기회는 확대됐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여성이장 확대다. 복지사업 대부분은 이장을 통해 전달되는데, 이장에 따라 여성농업인의 삶이 크게 좌우된다. 성평등 정책과 관련 ‘여성이장할당제’나 여성이장이 있는 마을에 인센티브를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책현황을 살펴보면 공동경영인으로서 직업적 권익향상, 여성농업인 국민연금 가입, 정책결정과정 및 생산자조직 참여확대 등 이미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그동안 정책이 없었다기보다는 구체적으로 실행되지 못했다.

가장 큰 변화는 보육시설, 공동취사, 문화활동 등 삶의 질과 관련한 부분이다. 귀농이나 저출산, 고령화 등으로 복지수요가 굉장히 증가하고 있고, 이에 따라 정책영역이 넓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여성농업인관련 정책은 축소됐다.

공동급식과 행복바우처 등 여성농업인들에게 혜택을 주는 복지사업들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성과로 꼽을 수 있고, 앞으로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여성농업인단체의 지역단위 조직에서 정책을 개발하고 의견을 내는 등의 역할이 필요하다.

중앙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독자적인 정책보다 지자체가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여성가족부 등 타부처와 사업을 통합·조정하는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농식품부 농촌복지여성과가 강화될 필요가 있다. 현장에선 정책이 있는지 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홍보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제4차 여성농업인육성 기본계획에는 △여성농업인들이 전문인력으로서 지위 인정 및 역할증대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발굴 △여성정책 패러다임을 농촌지역에서 어떻게 실현시킬 것인가 등을 중점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다.
 

▲ 본보가 제8회 한국여성농업인전국대회의 학술행사로 개최한 '여성농업인육성 현재와 미래 토크콘서트'에서 참석자들이 발언을 하고 있다.

#토크콘서트

▲김선아=2001년 여성농업인육성법이 제정된 이후 5년 단위의 여성농업인육성 기본계획이 수립되고 있다. 올해는 제3차 기본계획이 마무리되고 제4차 기본계획이 수립되는 단계로, 여성농업인육성 정책은 햇수로 15년이 지났다. 그동안 농촌현장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현장에서 활동하고 계신 분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여성·복지관련 사업 많아졌지만
몰라서 혜택 못받는 사례 허다
부녀회·여성농업인단체 활용을


시행규칙 없는 '장롱조례' 문제
책임있게 일할 담당자 지정
농촌현실 고려한 맞춤형 정책을


▲구분옥=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정책사업도 있지만, 그보다 현장의 여성농업인들의 귀에 들어가고 피부에 와 닿는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여성농업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농작업 보조사업이나 행복바우처 사업 등은 예산부족으로 모든 여성농업인들에게 혜택이 돌아가지 않을뿐더러 사업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너무 많다. 정책홍보나 전달체계가 부녀회나 여성농업인단체에 있는 게 아니라 이장이나 행정체계를 이용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점이다. 부녀회나 여성농업인단체를 통한 정책홍보 및 전달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횡성의 경우 전국 유일의 여성농업인단체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는데, 군에서 1400만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운영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 법이 바뀌어 예산을 지원받으려면 조례를 제정해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소식을 접했다. 현재 횡성군에는 여성농업인 지원조례가 없는데 올해 안에는 어떻게 해서든 지원조례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여성농업인 지원조례가 있어도 시행규칙이 없어 유명무실인 곳도 있다. 실질적으로 기능을 하는 조례가 필요하다.

▲임은주=여성농업인육성 기본계획이 15년 정도 추진되고 있는데, 그동안 농가도우미나 행복바우처 등 새로운 사업들이 만들어졌다. 하지만 정책에 밝거나 자주 접하시는 분들에게만 혜택이 돌아가고 있다. 경기도의 경우 2014년부터 행복바우처 사업을 한다고 하는데 주변에서 바우처를 신청했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 2월달까지 신청을 해야 하는데 이장이 모르고 방송을 안 하거나 무시해서 신청자체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정책들이 좀 더 현장에 파고들려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안내하는 노력이 없이는 불가능하다.    
농업경영체 등록에서 여성농업인들이 어떤 이름으로 등록되는 지가 바로 우리의 지위라고 생각한다. 현재 남편은 경영주고, 살림까지 도맡는 여성은 협업농업인이다. 앞으로 여성농업인을 공동경영주로 인정하고, 많은 여성농업인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지자체에 전담부서를 설치해야 한다.

▲김선아=실제 정책이 이뤄지는 곳은 지자체이기 때문에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할 것 같다. 현장에선 정책이 전달이 안 되는 어려움과 조례가 있어도 시행규칙이 없어 무용지물인 문제가 제기됐다. 임명희 의원님은 오랫동안 한여농 활동을 하셨고, 현재 동해시의회에서 농업인을 대변하고 계신다. 현재 지자체에 대한 요구가 많은데 한 말씀 부탁한다.

▲임명희=예산이 집행되기 위해선 반드시 조례가 제정돼야 한다. 조례를 제정하려고 할 때 공무원들이 가장 먼저 보는 것이 다른 지역에 조례가 있는지 여부다. 여성농업인 지원조례의 경우 있는 곳도 있고 없는 곳도 있는데, 타지역에 이미 지원조례가 있으면 제정하기 수월한 편이다. 일단은 담당 공무원을 만나서 왜 우리지역에는 조례가 없는지 문의를 하면, 담당자와 의원이 협의해서 조례를 만들게 된다. 
특히 조례를 제정할 때는 용어가 중요하다. 조례의 내용 중 ‘한다’와 ‘할 수 있다’는 큰 차이가 있다. ‘한다’는 반드시 해야 하지만, ‘할 수 있다’는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것이다. 조례를 제정할 때는 용어를 꼼꼼히 따지고 다른 지역 사례를 잘 살펴야 한다.

▲김선아=농식품부가 생각하는 여성농업정책의 성과와 한계가 궁금하다.

▲윤광일=공동아이돌봄센터와 가사도우미 등 보육과 관련해선 성과가 있었지만, 분명한 한계는 정보전달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다양한 정책을 만들어도 지역 곳곳에 파고들지 못해 고민하고 있다. 올 초 복지달력을 만들었는데 한명에 한 개씩 나눠주도록 해도 왕창 가져가거나 실제로 전달이 잘 안 된다. 이런 한계들을 파악해 정보전달과 관련해 새로운 정책을 만들고 있다. 협업의 경우 타부처와의 문제보다 의외로 지자체의 담당자와의 벽이 높다. 여성농업인에 필요한 정책은 복지와 건설 등 다양하고 통합적인데 접근이 안 되고 있다.

▲김선아=새로운 정책을 간단히 소개해 주시면 좋겠다.

▲윤광일=지자체마다 주민들이 가장 많이 요구하는 정책사업을 검토해 10개를 꼽아 올해 말까지는 구체적인 안을 만들려고 한다. 예를 들어 할머니들 어디 나갈 때 안내해 주는 도우미, 고령화되고 관절이 안 좋은 여성농업인들을 위해 집 구조를 개선해주는 사업, 스마트TV로 쌍방향 소통을 통해 정보를 전달하는 사업 등을 검토하고 있다.

▲김선아=윤 과장님이 말씀하신대로 구체적인 사업이 진행된다면 체감형 정책이 될 것 같다. 얼마만큼 예산이 뒷받침될 것인가가 관건으로 보인다. 앞서 오미란 박사님께서 주제발표를 통해 체감형 정책을 4차 기본계획에 많이 반영하겠다고 하셨는데 한 말씀 부탁한다.

▲오미란=현장에 가장 큰 고민은 정보전달이 안 되는 부분도 있지만, 여성농업인 담당자가 없는 문제가 크다. 행정이란 법도 있어야 하지만 제도적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군 단위만 가도 여성농업인 담당자가 없는데, 업무를 분명히 주고 책임 있게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현재 전국적으로 여성농업인 지원조례가 50여개 시군에 제정돼 있는데, 사실 조례 만드는 건 어렵지 않다. 문제는 시행규칙이 없는 ‘장롱조례’라는 점이다.

▲김선아=공동경영주 인정은 제도적으로 정말 안 되는 일인지 궁금하다.

▲윤광일=지금 관련법을 개정 중에 있고, 내년부터는 여성농업인들이 신청을 하면 공동경영주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한여농에서 공동경영주 인정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그 덕분에 공동경영주 인정이 추진 중에 있다. 여성농업인들이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53%로 이미 절반을 넘었음에도 경영주로서 지위는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이번 조치는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선아=한여농의 힘으로 공동경영주 인정이 이뤄진 것 같아 반갑게 생각한다. 앞서 담당공무원이나, 여성농업인단체, 여성농업인지원센터 등 여성농업인 정책을 담당하는 추진 주체가 필요하다고 했는데, 현장에서 여러 사업을 하고 있는 여성농업인센터 입장에서 정책제안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한다.

▲임은주=공동목욕탕이 있어도 오지마을에 계시는 노인분들은 이용을 못했는데, 목욕을 할 수 있게 모셔다 드리는 서비스를 제공해 만족도가 높았다. 또 마을에 다니다보면 마을회관에서 10원짜리 화투로 문제가 많은데, 노래강사를 모시고 마을로 찾아가는 교육을 해보니 호응이 굉장히 좋았다. 사실 교육은 낮에 하면 절대 못한다. 접근성을 강화하고 생활주기를 고려해 농한기 저녁시간에 찾아가는 교육을 하면 좋겠다. 

▲김선아=앞서 언급한대로 성평등 정책이 강화되면서 여성농업인들의 사회진출도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의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선배로서 한 말씀 부탁한다.

▲임명희=항상 준비하고 도전하는 마음자세가 필요하다. 농업을 전혀 모르는 상태로 농촌에 시집와서 가난한 생활을 극복하기 위해 정말 열심히 일 했고, 그 와중에도 공부를 하기 위해 밤에는 학교에 다녔다. 농사일에 안주하지 않고 자기발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고 결국 공천까지 받을 수 있었다. 남들과 똑같이 하면 힘들다. 나를 위해 무언가를 투자하고 노력하면 기회가 찾아올 것이다.

▲김선아=횡성에선 전국에서 유일한 여성농업인단체협의회가 운영되고 있다. 타지역에서도 협의 구성을 고려하는 지역이 있을 것 같은데, 조언을 부탁한다.

▲구분옥=소통이 중요하다. 한여농을 비롯해 농가주부모임, 생활개선회, 여성농민회 등 각 단체 임원진이 수차례 모여 1년여 동안 준비를 했다. 군수님이 흔쾌히 도와주겠다고 해서, 현재  1400만원의 예산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역의 여성농업인들이 한목소리를 내면서 성과가 피부로 와 닿고 있다. 중앙단위에서도 여성농업인단체들이 한 목소리를 내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다.

▲김선아=한여농이 앞장서서 타 여성농업인단체를 묶어서 한 목소리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오미란 박사님께서 오늘 주제발표 해주셨는데 한 말씀 부탁한다.

▲오미란=우리 권리는 우리가 찾아야 한다. 내가 알고 있는 걸 주변에 묻고 의견을 나누는 일만 제대로 해도 정책에 대해 많은 고민을 안 해도 된다. 깨어있는 우리가 됐으면 좋겠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토/론/자
김선아 한국농어민신문 전국사회부장(좌장)
윤광일 농림축산식품부 농촌복지여성과장
오미란 지역고용정책연구원 전문위원
임명희 동해시의회 의원
임은주 여주여성농업인센터장
구분옥 횡성군여성농업인단체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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