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경지정리사업은 기계화를 통한 생산단가 절감에 있다. 또 농작업 기계화로 농촌 부족 인력을 대체하는 효과를 거두기 위함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경지정리 후 기계작업이 불가능한 수렁논으로 변해 버렸다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지난 2008년 6월 완공된 전남 함평군 대동면소재 ‘대동2지구 대구획경지 정리사업’은 참으로 묘한 논 경지정리가 됐다. 문전옥답이 경지정리 후 수렁논으로 변해 버렸고, 사후 관리 에 책임이 있는 농어촌공사에선 사후관리 기간이 종료돼 아무런 대책도 없다는 것이다. 수렁논 소유 농가들은 여기에 문제점을 제기한다. 원천적으로 잘못된 논이라면 공기업인 농어촌공사에서 끝까지 책임져 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사후관리 기간이 지났다고 하더라도 수렁논은 기계작업이 불가능해 결국은 하나마나한 경지정리가 됐기 때문에 기간과는 무관하게 개선해 줘야 한다는 것이다. 수렁논 때문에 가정불화로 자살에 이르는 불상사 까지 발생했다고 얘기한다.

이 지경이 됐다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대책을 마련해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해 주는 게 당연한 처사라고 생각한다. 사후관리 기간이 지났고 수렁논 개인 농가의 일이라고 치부해 버리기엔 농가들의 부담과 아픔이 너무 크다. 그동안 논을 놀릴 수 없어 손으로 모를 심는 번거로움도 불사했다. 특히 매년 수렁논을 개선하고자 적잖은 비용도 투자했다. 농가들은 수렁논 문제만 나오면 감정 조절이 안 될 정도로 분노하고 있는 실정이다.

올해 농사를 포기한 심재식(40)씨는 "농사가 천직"이라며 "수렁논 개선만을 바라고 있다"고 크게 한숨지었다. 농어촌공사는 사후관리 기간만 지났다며 방관만할 게 아니라 보다 적극적인 자세로 원천적인 잘못을 바로잡아 주는 공기업의 의연하고 바람직한 자세를 보여 줄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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