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어촌지역 학교 통폐합 문제점과 해결방안 마련’ 토론회

흔들리는 지방교육재정, 위기의 농어촌학교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지방교육재정 효율화 방안에 대해 농업계는 물론 지방 교육청, 시민사회단체 등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교육부의 이번 조치가 학생들의 교육균등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물론 농산어촌 학교 통폐합, 농촌의 공동화 현상 등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달 24일 국회 농림어업 및 국민식생활발전포럼과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주최·주관해 열린 ‘농어촌지역 학교 통폐합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도 이 같은 문제제기가 이어졌다.

“교육부 정책수정 강력 요청”

 

▲개회사/김춘진 국회 농림어업 및 국민식생활발전포럼 상임대표=농촌지역은 인구감소와 더불어 어려운 환경에 처한 학생들이 많다. 이러한 현실을 무시하고 학교를 통폐합하는 것은 옳지 않다. 농어촌은 교육여건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교부금 배분기준에서 학생 수 비중을 높이는 것은 농어촌지역에는 교육비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로, 이는 농어촌교육 말살정책이라고 본다. 교육부에 정책 수정을 강력하게 요청하는 바이다.

“건설적인 대안 만들어 주길”

 

▲인사말/김진필 (사)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회장=농어촌지역의 학교는 단순한 교육공간이 아닌 주민과의 소통, 문화적·사회적 의미를 지닌 매우 중요한 곳이다. 도시와 농촌의 교육격차를 해소하고 국토의 균형발전과 사회의 안정적인 문화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국가의 중요한 의무사항이다. 열악한 교육여건을 지니고 있는 농촌지역에 더 많은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아무쪼록 이번 토론회에서 건설적인 대안을 만들어주길 기대한다.


#주제발표/농어촌지역 학교 통폐합 문제점과 해결방안
“통폐합 따른 인센티브 방침 철회를”

1982년 이후 3500여 곳 폐교
농어촌교육지원특별법 등 제정
작은 학교 지키는 일 매우 중요

 

▲이영섭 강원도춘천교육지원청 학생생활과장=1982년 학교통폐합 정책이 시작된 이후 3500여 곳의 학교가 사라졌다. 전남이 780여 곳으로 가장 많고 대부분 농산어촌지역의 학교들이다.

지난 5월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지방교육재정 효율화 방안이 나왔고, 7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일부개정안이 입법예고됐다.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누리과정예산 의무지출경비 지정 △교부금 배정기준에서 학생 수 비중 확대 △소규모학교 통폐합 권고기준 강화 등이다. 개정이유는 지역별 학생 수 변경에 따른 수요를 반영하겠다는 것인데, 지역 간 균형교육비 확대가 절실히 요구된다.

소규모학교 통폐합의 경우 교육부는 10월 중에 권고기준을 마련해 지방교육청에 시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학교통폐합이 교육논리보다는 경제논리에 치우쳤다는 점이다. 학교통폐합 결과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원하는 것은 반드시 재검토돼야 한다.

현재 19대 국회에 발의된 농어촌교육관련 법안은 총 4건이다. 소규모학교 활성화 등에 관한 법률, 농어촌 교육지원 특별법 등이 빨리 통과되면 농어촌학교 통폐합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농어촌 학교는 지역의 문화공동체이자 구심체다. 소규모학교라고 통폐합하면 교육과 문화 분야의 도농격차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특히 농어촌의 조손가정과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학교가 없어지면 심각한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사회약자들이 농어촌에서 제대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작은학교를 지키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 지난달 2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농어촌지역 학교 통폐합의 문제점과 해결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정문기 본보 편집국장(오른쪽 3번째)을 좌장으로 한 종합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김흥진 기자

●지방교육재정 ‘효율화’ VS 오히려 ‘비효율’
학교통폐합 따른 예산 절감효과 미미
행정편의적 교부금 배분 부작용 초래


▲정문기=학생 수 감소에 따라 재정운영의 비효율 문제가 대두된 것이 이번 개정안의 출발점으로 생각된다. 교육부는 학교를 통폐합하면 재정 효율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양병찬=학교를 통폐합하면 국가재정에 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오히려 비효율적이다. 교육부는 소규모학교 통폐합을 통해 재정지출을 줄이려하고 있고, 일부 문건에 의하면 그동안 학교통폐합으로 5848억원의 절감효과가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농식품부를 중심으로 농촌재생을 위해 수십조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상황에서, 이 자금의 1%도 채 안 되는 예산을 아끼겠다고 3000개가 넘는 학교가 문을 닫았다. 이제는 국가재정 효율화 관점에서 바라볼 때가 됐다.

▲민병성=교육부의 재정적 어려움을 예상은 하지만 현장교사 입장에선 행정편의적으로 교부금을 배분하려는 것 같다. 최근 충남의 한 읍지역의 남중과 여중이 통폐합됐다. 학생 수 합쳐봐야 8학급에 132명에 불과한데 총 100억원의 지원금이 들어가고, 정부는 10년 안에 이 지원금을 모두 쓰라고 권장하고 있다. 한해에 10억원씩 쓰라는 건데 대부분 해외수학여행 전액무료 등 단발적인 이벤트 사업에 사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지은=교육재정 효율화 방향에 대해선 동의하지만, 수단이 소규모 학교통폐합이어야 하는지는 검증이 필요하다. 학교는 사회적자본 형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공공재’로 바라봐야 한다. 폐교로 인해 학교 신·증축, 학생 및 교사 재배치에 따른 행정비용, 추가 교통비, 기숙사 건축비 등은 물론 인구감소에 따른 지역 황폐화와 세수감소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학교통폐합에 따른 예산 절감효과는 미미하다. 표준교육비와 관련된 교육부의 연구용역이 나오면 추가개정을 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그때 농어촌지역의 교부금 감소가 크지 않도록 적용률 산정을 감안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박광원=교육재정 문제가 전체적으로 보면 경제나 정치논리가 어우러진 부분이 있다는 점을 생각해주길 바란다. 교육재정 교부금은 국세의 일부를 갖고 조성한다. 지방세 중 담배 소비세에 붙는 교육세가 올해 일몰이 되면서 1조4000억원이 펑크난다. 교부금 감소를 막기 위해 그동안 교육부에서 많은 노력을 했다. 그럼에도 교부금이 줄어드는 것은 학생 수 감소와 저출산, 세수부진 등 국가 살림살이가 전체적으로 어려워진데 기인한다. 증세와 맞물려 논의되지 않으면 대안 없는 비판이 될 수 있다.

▲한민수=교육부 예산이 기재부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부분은 이해하지만 정부 부처 간 의견조율과 농어촌지역 주민들의 의견수렴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한농연은 농어업인 삶의 질 향상 위원회를 통해 농어촌학교 통폐합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교육격차 심화 VS 큰 변화 없을 것
강원·경북 등 학생수 적은 지역 타격
조손·다문화 가정 등 소외 심화 우려


▲정문기=교육부가 추진 중인 개정안의 핵심내용 중 교부금 배분기준에서 학생 수 비중을 높이는 부분이 가장 논란이 되고 있다. 이유는 무엇인가.

▲한민수=교부금 배분 기준에서 학생 수 또는 학급 수 비중을 강화하면 상대적으로 지역이 넓고 학생 수가 적은 강원도와 경북도 등의 지방교육재정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도시와 교육격차는 더 벌어질 것이다. 공교육을 통해 도시와 농어촌 간의 학력격차, 교육인프라 격차를 완충해줘야 하는데 이번 개정안은 오히려 교육격차를 심화시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병성=충남의 경우 읍지역에 사는 학생들의 조손가정 비율이 도심지역에 비해 1.9배 이상 높고 면·리지역은 3.4배가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다문화가정, 장애인부모 가정의 경우도 2배 이상 높다. 이 아이들의 학습부진과 품행문제 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가 교육현장의 최대 관심사다. 이런 부분이 고려되지 않고 단순히 학생 수로 교부금을 배정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

▲양병찬=아이들이 줄어드는 시대에 발맞춰 정책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좋은 교육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고 작은학교는 좋은 모델이다. 농어촌 학생들을 지원하고 지역사회를 재생할 수 있는 법안이 하루 빨리 제정돼야 한다. 정치적인 행위도 필요하다. 농업인단체는 힘을 모아 협상테이블을 만들고 액션플랜이 나올 수 있도록 정부를 압박해야 한다.

▲박광원=조손가정과 다문화가정 등 저소득층을 고려한 교부금 배분 항목들을 갖고 있고, 강원도와 경북도 등 지역은 넓고 학생 수가 적은 지역을 고려한 항목도 있다. 2015년 기준 산정된 교부금은 54조원 정도인데 이중에서 학교·학급·학생 단위로 나눠주는 것은 9조원이다. 기존에도 사실상 학급단위에서 교부금이 나가고 있기 때문에 학생 수 비중이 높아진 부분은 큰 의미는 없다. 현재 소규모학교의 통폐합을 막 밀어붙이는 상황은 아니다. 통폐합되는 학교는 매년 50개 미만으로 과거에도 통폐합 인센티브가 있었기 때문에, 이번 개정안으로 인해 급격한 변화가 오리라고는 생각 안 한다.


●교육성취도 낮다 VS 지적호기심 높인다
학교 규모와 교육성취도 관련성 미약
농어촌은 작은학교가 학업효과 우위


▲정문기=소규모학교 통폐합의 근거로 중요하게 거론되는 것 중 하나가 교육성취도 문제다.

▲박광원=사실 교육은 경쟁력이 있어야 하고 교육부가 적정규모의 학교를 육성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래교육을 통해 사회성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이런 교육적인 관점에서 학부모들 같은 경우 상당수가 학교를 합치는 것을 찬성하는데 지역주민이나 동창회 등에서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교육적 효과는 감상적으로 접근해선 안 된다.

▲민병성=2008년부터 농촌 학생들의 지적·정서적 발달과 관련된 연구를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시골의 작은학교가 단순히 생태적 감수성을 향상시키는 것 외에도 탐구심과 지적 호기심을 높이는 것으로 조사됐다. 투자대비 효율만을 생각해 시골학교의 학력이 낮다고 주장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지은=이미 많은 연구를 통해 학교 규모와 교육성취도 사이에선 관련성이 미약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저소득 계층이 많은 농촌은 오히려 소규모학교의 학업효과가 좋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청중토론

▲양해일 한농연 정책부회장=학교는 미래다. 경제논리로 따지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초등학교에 마음대로 놀지도 못하고 오염덩어리인 인조잔디가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 불필요한 예산을 줄이고 소규모학교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기노 기자 leekn@agrinet.co.kr
 

참/석/자
정문기 한국농어민신문 편집국장<좌장>
이지은 농림축산식품부 농촌복지여성과 사무관
박광원 교육부 지방교육재정과 서기관
한민수 한농연중앙연합회 정책실장
양병찬 공주대학교 교수
민병성 충남교육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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