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고유명칭 특허로 인식…지역특화사업 육성 취지 무색

‘진도 홍주’, ‘보성 녹차’, ‘상주 곶감’, ‘여수 거문도 해풍쑥’, ‘가평 잣’ 등 한 번쯤은 그 이름을 들어봤음직한, 지역을 대표하는 우수 농수산물(식품)들이 지난 8월 26일 서울 코엑스에 집결했다. 이날부터 29일까지 열린 ‘명절선물상품전’ 행사장에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지리적표시특산품연합회가 지리적표시특산품 특별관을 마련, 전국의 지리적표시 등록업체 21개가 이 곳에 참여한 것. 정부 차원의 지리적표시제 개선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시점에서 지리적표시 업체들이 인식하는 지리적표시제와 그들이 요구하는 개선 방안 등을 들어봤다.

생산자 소득과 직접 연계되도록 개선·품질 관리 철저히
수출시 강점 반면 내수는 인식 미흡…인지도 제고 시급 


▲특허인가, 특화인가=이날 만난 지리적표시 업체들의 얘기 중 상당수에는 이 같은 물음이 담겨있다. 한 관계자의 얘기도 그렇다. “단양 마늘이 지리적표시에 등록된 이후 오히려 식당, 가게에서 단양 마늘이라는 명칭을 이용해 이익을 보고 있다. 지리적 표시 명칭을 보호받아야 하는데, 인증마크만 사용하지 않으면 별다른 제재 수단이 없다.”

다른 관계자도 비슷한 맥락의 얘기다. “단체표장제도가 도입되면서 지리적표시가 고유 명칭의 특허 개념으로 인식돼 버리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만큼 지리적표시에 대한 개념과 인식이 모호하다는 것인데, 이는 그동안 지리적표시 등록에만 치우쳐 단순히 인증 부분만 부각되고, 지역특화사업 육성 등의 도입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러다보니 뜻하지 않게 ‘원조 논란’이 불거지는 경우가 있다. ‘청양 구기자’, ‘진도 구기자’ 등 지역 특색에 맞는 농산물이 지리적표시 등록을 각각 했지만, 지역 특화라는 측면이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홍엽 진도 구기자 유통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지역 특색을 반영한 농산물들이 각각 지리적표시 등록을 하지만, 명칭에선 품목별 차이는 분명하게 나타나지만 지역 특화 측면을 알리는 데는 어려움이 크다”고 전했다.

김용선 지리적표시특산품연합회 사무처장은 “지리적표시가 제도적으로 명칭을 보호받는 것에 그쳐선 안 되고, 생산자들의 소득과 직접 연계될 수 있도록 개선이 필요하다”며 “우리의 경우 관 주도로 외국 제도를 도입, 운영하다보니 생산자는 소극적인 경향이 컸고, 품질 관리 노력 등이 부족한 경우도 많아 이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우리’끼리만 아는 지리적표시제?=지리적표시제가 생산 분야에 지역특화 및 품질 향상 등에 초점을 맞췄다면, 수요 분야에는 최적의 환경에서 생산된 ‘안전한 먹거리’라는 점을 정부가 인증해 준다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런 부분이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다가가지 못하고 있다는 게 업체들의 얘기다. 대중적인 인지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방안이 요구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안창균 거문도해풍쑥영농조합 사무국장은 “지리적표시 명칭만 갖고는 전혀 어떤 농산물, 농식품인지 알 수 없다”며 “인증제도에 대한 대외적인 인지도를 높이는 방안을 강구해야 하며, 이는 정부 차원의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안 사무국장은 이어 “홍보 쪽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지역 특성상 농가 고령화가 심한 지역에선 인력 측면에 대한 지원이 더욱 절실한 경우도 많다”고 덧붙였다.

‘진도홍주’를 판매하는 김애란 대대로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지리적표시제는 수출 쪽에선 충분한 강점이 있지만, 내수 측면에선 아직도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며 “단발적인 홍보를 넘어 지속적으로 소비자들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홍보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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