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결국 가금생산자단체에게 사과했다. 서울시는 말복을 하루 앞둔 지난 11일 서울광장에서 ‘아직도 복날에 닭과 개를 드시나요?’라는 문구가 적힌 홍보물과 채개장을 시민에게 나눠줬다. 가금 생산 농가 입장에서는 예전에 비해 복 특수를 누리기도 힘들고, 현재 계열업체 간 점유율 싸움으로 인한 물량과잉으로 생산비에도 못 미치는 가격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서울시의 복 전날 채식 홍보는 재앙에 가까웠다.

서울시의 이 같은 채식홍보에 가금 생산자 단체는 서울시청 앞에서 박원순 서울 시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1인 시위를 벌였고, 서울시장은 15일에 가금 생산자 단체장들을 만나 사과했다. 박원순 시장은 이 자리에서 닭고기 소비 홍보와 산하기관 및 학교 급식에 닭고기 소비를 확대하고, 서울을 방문하는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닭고기 여행상품을 개발하고 확대하기로 약속했다. 

박원순 시장의 사과로 사태가 마무리 됐지만, 안타까움이 진하게 남는다. 최근 서울시가 ‘채식의 날’을 지정하고, 채식 홍보 등을 진행하며 채식 위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채식주의자들의 공장식 사육에 대한 비판이 거세기 때문일 것이다. 

한 때 채식주의자였던 리어 키스는 자신의 책 ‘채식의 배신’에서 “동물 권리 옹호론은 인간의 필요와 욕구를 동물에 투사한 것이지, 동물의 필요와 욕구를 반영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박원순 시장은 편협한 착각에 빠진 소수의 채식주의자의 표를 의식할 동안 13만 축산농가가 삶의 터전을 잃을 수 있고, 더 나아가 우리 축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박원순 시장의 이번 약속이 단순히 사태를 조속히 마무리 지으려는 게 아닌 지속성과 진정성 있는 약속이 되길 바란다.   

안형준 기자 ahnh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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