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량 메주’로 인해 관련업계가 피해를 입고 있다. 가장 밑에 있는 제품이 문제의 제품으로, 외형적으로 낱알이 불규칙하고 쉽게 으스러진다.

밀가루 등 값싼 재료를 다량으로 섞어 만든 ‘저급 메주’가 재래시장과 온라인에서 유통되면서 관련업계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콩 함유량을 줄이고 가격이 싼 밀가루 등을 대체해 품질이 떨어지는 메주를 생산해 폭리를 취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식약 당국이 콩 함유량 등의 품질 규격을 없앤 탓에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어 관련업계에서 후속 피해 등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소 메주 생산업체들로 이뤄진 서울콩가공식품사업협동조합에 따르면 일부 업자들이 메주를 콩으로 만들어야 됨에도 불구하고 값싼 밀가루, 보리쌀 등을 콩처럼 보이게끔 성형해 제품을 출시하는 사례가 최근 1년 새 늘어나고 있고, 이 제품들이 재래시장에서 유통·판매되고 있다는 것이다.

Y업체가 생산한 S제품의 경우가 대표적이다. 조합은 이 제품에 대한 성분 검사를 외부 기관에 맡긴 결과 조단백질 성분이 19%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콩 함유량이 99% 이상일 경우 조단백질은 대략 40% 수준이 일반적인데, 이 기준에 크게 못 미친 것이다. 조합 관계자는 “문제 제품의 조단백질 성분은 19%로 나왔는데, 이는 대두(콩)를 50% 정도밖에 쓰지 않았다는 것으로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며 “콩보다 밀가루 가격이 3~4배 이상 싸기 때문에 밀가루 등을 다량으로 섞어 만들어 판매해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래시장·온라인 쇼핑몰 ‘불량 메주’ 고가 판매
소비자 피해는 물론 애꿎은 업계에도 불똥 우려


실제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공덕시장을 둘러본 결과 문제의 S제품은 ㎏당 1만2000원 내외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심지어 유명 온라인쇼핑몰에서는 이보다 높은 1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국산콩 99%를 사용한 메주의 시중 가격이 ㎏당 1만1000~1만3000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불량제품’이 더 비싸게 팔리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들이 쉽게 구별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제품 포장지에는 ‘개량 메주’라는 문구만 있을 뿐 함유량 표시는 볼 수 없었다.

조합 관계자는 “업체들의 직·간접적인 피해는 물론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메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 증가, 국산 콩 소비 감소, 메주 시장 위축 등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폐해가 나타나고 있지만,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에서 관련업계의 우려가 가시지 않고 있다. 식약 당국이 2007년 10월 30일 식품공전을 개정하면서 메주 등에 대한 품질 규격을 삭제해 콩 함유량 등의 기준이 사라지게 됐기 때문이다. 고시가 개정되면서 한식 메주는 ‘대두 95% 이상’, 개량 메주는 ‘대두 85% 이상’이라고 명시한 품질 규격이 삭제된 것이다.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개정 이유에 대해 “새로운 유해물질의 발생 및 다양한 신제품의 유통 등으로 인한 이들의 안전관리 필요성이 증대됨에 따라 위생과는 무관한 품질규격은 삭제하고 위생규격은 강화하는 등 식품의 기준 및 규격 전면 개정을 통해 국민에게 안전한 식품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피해 업체들은 후속 피해 방지를 위해 식품공전 개정을 통해 메주의 품질규격을 명시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식품공전 개정 이전의 상황으로 되돌리자는 얘기다. 조합 관계자는 “식약처 및 관계기관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했으나 식품공전에 위배되지 않아 제재할 수 없다는 답변만 받았다”며 “식품공전 개정을 요구하기 위해 공동 대응을 추진 중에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식약처 관계자는 “식품공전은 식품 위생 및 안전 확보를 위해 안전 기준을 만들어놓은 부분이며, 최소한의 규제와 다양한 품질이 나올 수 있도록 관련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규정이 정해진다”며 “식품공전 개정은 상황에 따라 이뤄질 수 있으며, 품질 규격이 안전 부분과 배치되지 않는다면 충분히 보완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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