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령 제정’ 토론회

명절 한우선물세트 90% 이상이 10만원 이상
50%만 영향 미쳐도 4000억대 매출 감소 우려 
물가 등 고려 가액범위 20만원대 설정 주장도


‘김영란 법이 부정청탁을 막기 위한 법 취지와 다르게 농축수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다.’

1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합리적인 김영란 법 시행령 제정을 위한 대토론회’에서 토론자 및 참석 농가들은 부정청탁 금지법에 대해 한 목소리로 이 같은 우려를 표했다.

지난 3월 국회를 통과한 부정청탁 금지법은 시행령 마련 과정에서 국민권익위가 선물 가액 범위를 5~7만원으로 제시하면서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설이나 추석 명절에 선물로 주고받는 농축산물 상당수가 가액 범위를 넘어서 명절 소비 위축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날 주선태 경상대학교 교수는 “굴비의 경우 39%가 명절 매출로, 국내 농축산물은 설과 추석 명절에 소비가 집중되고 있고 특히 한우 선물세트의 경우 90% 이상이 10만원 이상”이라며 “화훼산업의 경우 2003년 ‘공무원행동강령’에 꽃 선물은 3만원 화환 및 조화는 5만원 이상 처벌 규정이 생긴 이후 화훼산업이 반토막 났다”고 지적했다.

이어 주 교수는 “과연 농축산물이 환금성이 높은 각종 금품과 같이 재산적 가치를 갖는 이익을 제공하는가”라고 반문하며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금품 등’에 농축산물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세희 한국농축산연합회 사무국장도 “은밀하게 주고받는 고가의 금품과 달리 이름을 밝히고 보내는 농축산 선물은 고유미풍 양속의 선물로 보는 것이 합당하다”며 “이를 금품으로 보는 것은 다소 억지스런 면이 있는 만큼 농축산물을 사회상규에 따라 허용되는 금품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교 평창영월정선축협 조합장은 “한우고기 선물세트의 90% 이상이 10만원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선물수요가 큰 폭으로 위축될 것”이라며 “한우 명절특수 판매액이 83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50%만 영향을 미쳐도 4155억원의 매출감소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물 가액 설정에 있어 구체적 금액도 제시됐다. 신훈 한국외식업중앙회 정책개발부장은 “여론에 등 떠빌려 시행령이 제정되면 외식산업뿐만 아니라 농축수산업, 유통업, 관광업 등 전 산업 분야의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며 “물가 상승률이나 관련 산업 활성화 등을 고려할 때 20만원 대의 가액 설정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측면에서 김광석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선물 수요가 줄면서 특정산업의 매출이 감소할 수 있지만 사회 전체적으론 청렴화라는 큰 효용을 얻을 수 있다”며 “기업들이 절감한 선물 등의 접대비를 사내 직원들에게 농축산물로 전달하도록 유도하는 등 대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 한다”고 말했다.

정부 측 토론자로 나온 김종구 농식품부 축산경영과장은 “2003년 공직자윤리강령이 만들어지고 1인당 난 소비량이 절반으로 줄었다”며 “모든 책임이 윤리강령에 있다고 보진 않지만 농가들의 우려를 알고 있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이어 “특히 농축산물의 경우 외식소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며 “지금대로 법이 만들어질 경우 외식업체가 단가를 낮추기 위해 싼 수입품을 쓸 수 있는 만큼 법 취지를 살리면서 농축산업에 피해가 없도록 관계기관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서 나온 지적에 대해 허재우 국민권익위원회 청렴총괄 과장은 “100만원 이하의 금품수수 금지 규정은 직무 관련자로부터 선물이나 접대 등을 받는 경우에만 적용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적어도 부정하게 오가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지, 친족이나 친구 등 사적인 관계에서 명절 선물 등을 받는 것까지 금지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좌장을 맡은 박종수 충남대학교 명예교수는 “명절 선물은 비자발적 수요이고, 이것이 자발적 수요로 이어지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며 “명절 등의 기간에는 법 적용을 예외로 할 수는 없는지 검토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관태 기자 kimkt@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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