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름철을 맞아 화훼수요가 줄고, 노지 물량 등이 출하되며 도매시장 내 절화 유찰이 많아지고 있다. 사진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공판장에서 폐기를 기다리고 있는 유찰된 절화의 일부분.

수요 줄거나 물량 넘치면 가격하락, 유찰로 직결
페기 땐 농가 재배비용·운송비 등 손해 고스란히
도매시장 분산 기능 제고, 수급현황 분석 강화를 


“생산원가만 상자당(장미 15~20단) 6000~7000원, 여기에 운송비도 2000~3000원이 듭니다. 결국 한 상자가 폐기되면 농가는 1만원의 손해를 떠안는 셈이죠.”

여름철 화훼 도매시장에서 유찰이 늘어나 화훼농가들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이 시기는 노지물량이 나오면서 날씨 등에 따라 물량이 들쭉날쭉한데, 시장에선 조금만 수요가 줄거나 물량이 넘쳐도 바로 가격하락과 유찰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농가들은 특히 유찰에 민감하다. 절화가 유찰되면 보통 재상장을 하지만 훨씬 낮은 가격을 받게 되고 여기서도 낙찰되지 않으면 폐기돼, 재배비용과 운송비 등이 고스란히 농가 피해로 남기 때문이다. 한국절화협회에서는 회원이 출하한 상등품의 절화가 폐기됐을 때 일부 피해비용을 보상하는 사업을 자조금으로 진행하고 있으나 농가의 실질적인 피해를 보전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충남 태안의 절화농가 김윤수 씨는 “유찰될 경우 물량을 어찌할지 몰라 발만 동동 구른다”며 “열심히 키웠는데 그냥 폐기 돼 버리면 보통 속이 상하는 일이 아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농가에서는 무엇보다도 화훼 도매시장의 분산기능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농가들이 근본적인 수급조절과 작목시기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산지와 시장을 아우르는 조사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출하농가들은 유찰이 되더라도 본인이 출하한 품목의 유찰 여부만 개별적으로 파악이 가능하기 때문에 앞으로의 재배계획에 반영하기 힘들다. 농림축산식품부에서 발표하는 화훼재배현황 역시 지난해 재배현황이 그 다음해 7~8월이 돼서야 나오기 때문에 실질적인 도움을 얻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경기도 고양시에서 장미를 재배하는 전기원 씨는 “일본의 경우 경매에 참여하는 중도매인과 매참인들도 많고 물건이 팔릴 때까지 경매를 진행하기 때문에 낮은 가격에라도 모든 물건이 팔린다”며 “절화는 유통기한이 길지 않은 생물인 만큼 공판장에서도 어떻게 하면 폐기를 줄이고 농가 피해를 보전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충해 무안화훼영농조합법인 대표는 “화훼농가들에게 주어진 정보가 경락가격밖에 없다보니 일정시기에 물량이 쏠리는 경향이 있다”고 제도개선을 촉구했다.

김현희 기자 kimhh@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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