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원 의원 관련법 개정안 발의…영세업체 부담 가중 우려

주류에 영양성분 중 열량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방안이 추진돼 전통주업계의 부담이 가중될 상황에 처했다. 하반기 들어 일반 식품업체에 준하는 시설 기준이 적용된 데 이어 주류 라벨의 열량 표시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발의되는 등 당장 비용 발생으로 직결되는 식품 위생 기준들이 속속 나타나면서 전통주업계는 심각한 우려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태원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달 6일 주류에 영양성분 중 열량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식품위생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김태원 의원은 제안이유에서 “성인들의 과다한 음주가 비만의 원인이 되는 가운데 주류는 영양성분 표시대상에 포함되지 아니하여 열량 등 영양성분은 표시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주세법에 따른 주류에는 영양성분 중 열량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주류를 적절하게 섭취하도록 하여 국민건강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부터 주류 표시기준이 식품위생법의 적용을 받게 된 가운데 전통주업체 등 영세업체들이 소진하지 못한 기존 생산라벨에 한해 올해 말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상황. 업계 요구에 따라 올해 1년간 유예됐지만, 내년부터는 새 표시기준의 라벨을 사용해야 되기 때문에 비용 부담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여기에 열량 표시 의무화가 현실화될 경우 이에 따른 직·간접적인 부담과 피해가 추가로 발생할 것이 예상되고, 이는 침체에 빠진 전통주업계를 더욱 궁지로 모는 처사라는 것이 전통주업체들의 목소리다.

우선 생산 비용 증가와 소비 감소 등이 우려되고 있다. 막걸리업체 관계자는 “제품 라벨을 다시 제작해 신고해야 하기 때문에 업체 입장에선 비용과 번거로움 등의 이중 부담이 발생하게 된다”며 “소비 감소도 예상된다. 주류 기업은 기술 투자 및 마케팅 대응 등을 펼칠 여력이 되지만,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는 전통주업체들이 많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성인 비만 인구가 늘어나면서 주류의 영양 표시를 의무화하는 논의는 올해 유럽 등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제도화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국내도 주류에 열량 표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전통주업계에선 지극히 행정 위주의 불필요한 규제라고 보고 있다. 일반 식품과는 다른 주류의 소비 특성이 반영되지 않은 데다 열량 표시에 따른 실효성도 확실치 않다는 지적이다. 또한 비만 문제의 해법에 접근하는 인식도 적절치 않다는 주장. 본질적인 문제는 주류가 아닌 한국의 음주문화 등임에도 불구하고, 행정편의적인 방식을 내세워 일률적으로 업체의 부담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의견이다.

김홍우 전통주진흥협회 회장은 “일반 식품 기준과 동일한 잣대를 대는 것은 다양성이라는 문화적 가치를 담고 있는 전통주산업의 활성화에 역행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갈수록 강화되는 식품 위생 기준 적용으로 전통주업체의 생존이 힘들어지고 있다”며 “세계적으로도 열량 표시를 의무화한 국가가 전무한 만큼 소비자와 업계가 상생 방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성진 기자 kosj@agri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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