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농어촌대책 국정토론회에서 농림부 관료들을 강하게 질책했다. 사표 쓸 각오로 쌀 문제 등 농업대책을 철저히 세우라고 당부한 것이다. 노 당선자의 이런 질책성 발언에 농림부 공무원들은 큰 충격을 받았겠지만 어떻게 보면 이러한 지적은 당연하다. 정부는 그동안 농촌에 수십조원을 투자해 왔다고 내세웠지만, 결국 실패한 농정으로 대부분의 농민들은 빚더미에 올라 앉아 허덕이고 있다. 그러면서도 어느 누구하나 이를 책임지는 사람이 없고 농업·농촌·농민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데는 소극적이다. 우리는 이런 결과가 발생한 원인을 정확히 찾아 새 정부에서는 이러한 전철을 되풀이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 농정실패 요인은 많이 있지만 현 시점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중앙정부의 관료주의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정부는 말로는 지방농정, 자율농정을 표방하면서도 실제 중앙집권적 설계 농정을 벗어나지 못했다. 관료들도 오랜 통제 행정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자율농정이라 해서 자신들의 권한이 약해지는 것을 원치 않고 특히 중앙관료는 지방공무원이나 농민들의 자율적 능력을 신뢰하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이런 중앙집권적인 농정은 선거라는 정치논리에 좌지우지되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 속성을 지녀 농정 실패의 주요인이 됐다. 새 정부에서는 이런 사태를 다시 밟지 않도록 농업정책의 계획 및 집행과 관련, 농정추진체계를 재정립할 것을 주문한다. 지방정부에 권한을 대폭 이양하고 좋은 인재를 양성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또한 새 정부는 범국가적·범국민적 차원에서 농업문제를 해결할 것을 강조한다. 농림부 혼자 풀기엔 어려움이 많기 때문이다. 그중 가장 민감한 사안 중 하나는 쌀 재협상문제와 한·칠레 FTA 국회 비준 등 시장개방 확대로 농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쌀 문제를 임기 중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강한 의지를 밝힌 것은 쌀 문제에 대해 더 이상 미봉책에 의존하지 않고 근본적인 해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시장 개방 확대는 받아들이되, 이에 대한 대책을 수립하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강력한 통상정책을 통한 시장개방 최소화를 요구하는 농민단체들의 요구와 시각차이가 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농민들에게 희망을 주겠다고 약속한 만큼 농정공약을 제대로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 새 정부만큼은 농정 실패 정권이 되지 않도록 농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범국가적·범국민적 농업정책을 추진할 것을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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